[정상혁의 동북아 통신]마크롱이 '제노사이드'라는 말을 아끼는 이유?

정상혁 기자 ㅣ fun@chosun.com
등록 2022.04.22 10:58

문재인 대통령,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뉴스1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 아이오와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푸틴이 우크라이나인의 사상을 말살하려는 시도가 점점 분명해지기 때문에 난 이를 ‘제노사이드’(집단학살)라고 부른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은 미 행정부 내에서도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을 ‘제노사이드’로 규정할지 아직 검토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각국 정상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 행위에 대해 ‘제노사이드’라는 용어를 취하고 있으며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또한 "러시아군이 ‘제노사이드’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하며 바이든 대통령을 옹호했다. 반면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형제 같은 사이이므로 제노사이드이라는 표현을 쓰는 데는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또한 한 라디오에 출연해 ‘끔찍한 전쟁’, ‘전쟁범죄’라는 표현을 써가며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했지만 ‘제노사이드’란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제노사이드’ 언급이 주목 받는 이유는 이 단어가 유엔협약 상 국제적 대응을 불러올 수 있는 법적 용어이기 때문이다. 1948년 150개국 이상이 서명한 유엔협약은 제노사이드를 국가나 민족, 인종, 종교 집단을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파괴할 의도를 가진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국제사회의 개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바이든의 ‘제노사이드’ 발언에 대해 적극 호응하는 가운데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독일 숄츠 총리는 왜 이들과 거리를 두는 것일까? 프랑스 국제방송국 RFI 중문판은 지난 14일 국제법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이에 대한 해석 기사를 올렸다.

영국 미들섹스대학 윌리엄 샤바스 교수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노사이드’에 대해 명확한 법률적 정의가 내려져 있지만 정치인들은 이 단어를 여론 선동을 위해 이용한다”며 “전쟁범죄 또는 반인도적 죄 등의 말로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없을 때 그들은 이 단어를 사용한다”고 말해 ‘제노사이드’가 법적 용어의 범주를 넘어선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 세실리 로스 교수 또한 “다량의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제노사이드’라는 용어 사용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단체가 하루빨리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후에 결론을 내리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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