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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부성애 그 이상의...안성기x서현진X주예림 '카시오페아'

조명현 기자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2.05.20 16:20

영화 '카시오페아' 스틸컷 / 사진 : 루스이소니도스·트리플픽쳐스 제공

수진(서현진)은 딸 진아를 홀로 키우고 있는 엄마이자, 인우의 딸이자, 변호사다. 매번 똑 러지게 일을 처리하지만, 워킹맘의 일상이 그렇듯 매번 부탁 릴레이다. 원어민 영어 놀이터까지 금이야 옥이야 키우는 진아에게 매번 라면만 먹이는 이모님에게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한 뒤 더더욱 그렇다.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보지만, 결국 마지막 전화는 자신의 아빠 인우(안성기)에게다. 인우는 늘 그렇듯 "난 괜찮다"라고 답한다.

그러면 인우는 수진을 금이야 옥이야 키웠는가. 인우는 사실 수진이 자라는 동안 외국에 있었다. 인우가 외국에서 일해서 보낸 돈으로 얼마 전 돌아가신 엄마가 금이야 옥이야 키우셨는지 변호사가 됐다. 인우는 수진이 변호사가 됐다는 말에 "아 그렇구나, 신기하다", 수진이 딸을 낳았다는 말에 "아 그렇구나, 고맙다",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말에 "아 그렇구나, 미안하다"라고 말하는 아빠다. 진아를 아빠가 있는 미국으로 보낸 뒤, 딸 수진이 알츠하이머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두 사람의 시간이 시작된다.

영화 '카시오페아' 스틸컷 / 사진 : 루스이소니도스·트리플픽쳐스 제공

일단 영화 '카시오페아'에 절대적으로 중심을 잃었음을 먼저 고백한다. 필자 역시 워킹맘이자, 딸이다. 구체적인 상황은 분명 다르지만, 아빠의 딸이자, 딸아이의 엄마라는 관계성은 극에 감정이입을 더한 큰 이유다. '카시오페아'에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딸과 그를 간병하는 아빠라는 큰 줄기가 있다. 신연식 감독은 이를 '리버스 육아'를 표현하기 위해 선택했다고 밝혔다. 딸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지 못한 아빠가 장성한 딸아이가 다시 아기처럼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다.

영화는 컨셉만으로도 무척이나 무겁지만, 눈물을 억지로 강요하거나, 수진의 불행을 전시하지 않는다. 대신 인우가 기억을 잃어가는 수진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기억을 잃어가는 시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기억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오늘을 '어떻게' 보내야 기억이 덜 남아있는 내일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인우는 이미 알고 있다. 11시에 양치하고, 아침에 양말을 왼쪽부터 신는 등 쉽게 지나갈 행동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지나칠 수 있는 하루의 시간을 다잡게 해준다는 것이다.

제목 '카시오페아'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앞이 깜깜한 밤길에서 나아갈 방향을 찾아주는 카시오페이아 별자리 같은 관계, 그것이 가족이라고 감독은 오랜 시간을 꼼꼼하게 그리고 강요 없이 풀어낸다. 영화의 말미, 수진은 기억을 잃어가고 있지만, 그 내일에는 딸 진아(주혜림)이 있음까지 덧붙여 전하면서다.

영화 '카시오페아' 스틸컷 / 사진 : 루스이소니도스·트리플픽쳐스 제공

울림을 주는 것은 배우들의 몫이다. 신연식 감독의 말처럼 유독 필모그래피에 부성애 연기가 도드라지지 않았던 안성기는 인우 역을 맡아 등장부터 마지막까지 울림을 준다. 그렇게 친하지 않은 딸과 적당한 거리를 두며, 딸의 질문에는 최선을 다해 답하고, 손녀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외할아버지의 모습, 그 모든 것이 우리네 할아버지, 아버지의 모습이다.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딸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기보다 삼키는 모습은 관객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다.

서현진은 말 그대로 인생 연기를 선보인다. 수많은 필모그래피에서 그렇게도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왔던 그가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고, 감정조절을 못해 분노하고, 대소변을 가리기 어려워지는 극단적 상황까지 모두를 담아낸다. 지인 중에 알츠하이머로 돌아가신 분을 만나는 느낌으로 임했다는 서현진은 메이크업을 모두 지우고 민낯으로 카메라 앞에 선 모습으로 '수진' 그 자체가 된다. 영화가 끝나고, 숨을 돌린 후에야 비로소 '서현진'의 무게가 느껴질 정도다.

서현진은 언론시사회에서 '카시오페아'에 대해 "따뜻한 영화"라고 밝혔다. 그는 "찍으면서는 아빠와 딸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기술 시사로 본 후에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구나, 부모와 자식이라는 유대에 관한 이야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많이 싸우고, 가장 애증이 생기는 관계이지 않나. 그게 3대에 걸쳐 보이는 것 같았다. 저희 영화가 슬픈 영화라기보다 따뜻하게 느껴졌다. 관객분들이 따뜻한 영화로 느껴주시면 좋을 것 같다. 각박해져 버린 상황에서 마음을 건드릴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한편, 배우 안성기, 서현진, 주예림의 열연이 담긴 영화 '카시오페아'는 오는 6월 1일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상영시간 102분.

영화 '카시오페아' 스틸컷 / 사진 : 루스이소니도스·트리플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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