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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두나가 말하는 #아이유 #고레에다히로카즈 #브로커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2.06.11 00:01

영화 '브로커'에서 수진 역을 맡은 배우 배두나 / 사진 : 조선일보 일본어판DB

영화 '브로커' 속 수진(배두나)은 베이비 박스에 아기 우성을 버리고 가는 소영(아이유)을 처음 본 순간부터 이렇게 말한다. "버릴 거면 낳지를 말지." 수진은 형사다. 그는 베이비 박스에 두고 간 아기를 데려다가 양부모를 찾아주고 돈을 받는 '브로커' 노릇을 하는 상현(송강호)와 동수(강동원)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기 위해 후배 이형사(이주영)와 함께 이들의 여정을 쫓는다.

배두나는 '브로커'를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이 있었음을 밝혔다. 두 사람은 지난 2009년 영화 '공기인형'으로 만났었다. 당시에는 배두나가 일본 영화에 출연해서 외지인으로 있었는데, 이번 '브로커' 현장에는 한국 배우와 스태프 사이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이 외지인으로 계셨다. 배두나는 "그때 받았던 것처럼 해드리고 싶었어요"라고 전했다. 그만큼 배두나에게 감독님은 따뜻했고, 행복했고, 값진 경험을 해준 분으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약 13년 만에 호흡한 '브로커'는 위로와 여운을 남게 하는 작품으로 탄생했다. "내가 살았던 세상보다 나은 세상에서 젊은 세대와 아이들이 살았으면"이라는 배두나의 생각은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겼다.

사진 : 영화사 집, CJ ENM

Q. 칸 영화제에도 '브로커' 홍보 일정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근황이 궁금하다.

"저는 지금 미국 LA에서 잭 스나이더 감독님의 '레벨 문'이라는 영화를 찍고 있습니다. 바쁘게 잘 찍고 있습니다. '브로커' 프로모션에 참여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에요."

Q.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 무려 두 편의 영화, '브로커'와 '다음 소희'로 공식 초청을 받았다. 그런데 참석할 수 없어 아쉽지 않았나.

"너무 아쉽고요. 스케줄 조정해보려고 애를 많이 썼는데, 안 되더라고요. 일단 배우에게는 촬영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번 칸 영화제는 많이 아쉬운게 '브로커'와 '다음 소희'가 같이 가서 저에게 좀 특별한 해였거든요. 그 소식을 듣고 많이 기뻤고요. 그런데 그 이틀이 안 되더라고요. 몇 년 전 칸에서 초청받았을 때도 미국 작품 '센스8'을 촬영 중이라 못 갔는데요. 그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칸 집행위원장님께서 '너 우리는 거절했지?'라고 하셔서 '꼭 가겠다'라고 했는데 이번에 또 못 가게 되었어요. 왜 저는 칸이 초청할 때 미국 작품을 하고 있을까요?"

사진 : 영화사 집, CJ ENM

Q.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과 영화 '공기인형'(2009)에 이어 '브로커'로 재회하게 됐다. '공기인형' 때는 일본 영화 현장에 배우님이, 이번에는 한국 영화 현장에 감독님이 오셨는데 느낌이 남달랐겠다.

"저는 2009년에 '공기인형'을 찍으면서 정말 좋고, 값진 경험을 했어요. 감독님께 많은 도움과 애정을 받으며 행복하게 촬영했던 작품이에요. 이번에는 제가 감독님께 그렇게 해드리고 싶었어요. 행복하게 찍으실 수 있도록요. 제가 '브로커'를 하겠다고 했을 때, 그 생각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그때와 지금 달라진 건 잘 못 느꼈어요. 앞선 인터뷰에서 그때보다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셨는데, 그때부터 감독님은 저에게 넘버 원(no.1)이었고, 완성형 감독님이셨습니다. 지금도 가장 존경하는 감독님이시고요. 십여 년 만에 촬영하는데도 똑같으셨어요.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스태프와 배우를 대하는 태도 등이 똑같으셨어요. 그래서 더 놀라웠죠. 감독님 작품 속 아역 배우들이 다들 연기를 '어떻게 저렇게 할까?' 싶을 정도로 너무 잘하잖아요. 옆에서 바라보는데, 고레에다 감독님께서는 연습이나 공부시키는 방법이 아니라, 정말 자유롭게 놀 수 있게 하면서 담아내세요. 여전히 똑같으세요."

Q. 그렇다면 그때와 비교해 스스로 달라졌다거나, 발전했다고 느낀 부분이 있을까.

"저는 모르죠. (웃음) 제 생각에 제 연기에 있어서 가장 박한 평가를 하는 사람은 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 연기를 보고 만족한 적이 한 번도 없고요. 여전히 부족한 점만 보여요. 그래서 '이 정도면 많이 발전했다'라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저는 좀 그런 종류의 배우 같아요. '감독이 오케이면, 오케이다'라고 생각하는 배우요. 사실 제 연기를 모니터링하지도 않고, 잘 못 봅니다. 보면 부끄럽고, 민망하고 좀 그래요. (웃음)"

사진 : 영화사 집, CJ ENM

Q. '브로커'에 형사 수진 캐릭터는 차 안에서 '브로커' 일행을 지켜보는 장면이 많았다. 좁은 공간이라서 더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

"자유롭게 하려고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관객들이 보기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고요. 관객들이 '왜 똑같은 장면이 나오지'라고 생각할까 봐요. 고레에다 감독님께서는 수진이랑 이형사(이주영)에게 뭘 많이 먹이셨어요. 먹는다는 것이 그만큼 자연스러운 행동이잖아요. 그리고 꾀죄죄해 보이려고 노력했어요. 메이크업도 안 했고요. 며칠 동안 잠도 못 자고, 물티슈로 얼굴 닦고 있는 형사들처럼 최대한 꾀죄죄해 보이려고 노력했습니다."

Q. '브로커'에서 수진의 전사도 생각하고 접근한 부분이 있었나.

"시나리오상에 나온 부분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약간 소설을 써서라도 연기를 해야 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저는 수진이가 아이를 한 번 낙태했던 여자이고, 그것이 그녀의 마음 한 켠에 계속 남아있고, 그러면서도 '내가 책임질 수 없는 일은 하지 않았다'라고 합리화하며 살아온 여자라고 생각했어요."

Q. 전사를 떠올린 것 외에 수진 역을 위해 준비한 부분이 있었나.

"수진 캐릭터를 준비하는 과정은 힘들었어요. 감독님께서 저에게 '브로커'를 처음 제안하셨을 때가 5년 전쯤인데요. 그런데 수진 캐릭터를 받은 건, '브로커' 촬영 6개월 전이거든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았어요. 어떻게 자동차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브로커' 일행을 바라보는 수진의 입장, 그들을 바라보면서도 표현해야 하는 수진의 감정선 등 여러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일본어 대본을 받아서 봤어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원문 대본을 요청했어요. 저는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말줄임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처음 한국어 대본 번역본에 그게 없더라고요. 그런데 일본어 대본에 있더라고요, 말줄임표가. 약간의 뉘앙스나 번역 과정에서 한국어에 맞게 번역된 부분이 있잖아요. 일본어 대본을 보며 물음표가 생기는 대사에 대한 힌트도 었었죠. 외국어를 할 수 있다는 게 저에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사진 : 영화사 집, CJ ENM

Q.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앞선 인터뷰에서 '배두나는 손을 참 잘 쓰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브로커'에서도 손이 돋보이는 장면들이 나온다.

"제가 손은 좀 잘 써요. (웃음) 신인 시절부터 저는 카메라 앞에서 긴장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긴장하면 온몸이 굳잖아요. 그런데 저는 사람들 앞이 불편하지, 카메라 앞은 편해요. 그래서 손을 잘 쓰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손놀림을 보여줄 수 있어요. 덕분에 영화 찍을 때도, 사진 찍을 때도, 제 손이 제 연기의 반 이상을 도와준다고 생각합니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몸이나 눈빛으로 표현하는 걸 더 선호하기도 하고요."

Q. 이지은(아이유)이 '브로커' 제안받고, 가장 먼저 의논한 사람을 배두나라고 한 바 있다. 당시 어떤 이야기를 해줬고, 함께 작업하며 어떤 배우라고 느껴졌나.

"아직도 제 첫 마디가 생각나요. '고요의 바다' 촬영 현장이었는데, (이)지은 씨의 연락을 받고 되게 짧게, 여섯 글자로 대답했어요. '무조건해야죠'라고요. (웃음) 딱 그렇게 얘기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말이 확신을 줬다는 것 자체가 '나를 되게 믿어줬구나'라는 생각에 고마운 것 같아요. 저는 지은 씨(아이유) 연기를 좋아하는게 담대하면서도 절제하는 면이 있어요. 원래 그녀가 가지고 있는, 표현하지 않아도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게 하는 그런 면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이 '소영' 역을 하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일단 저는 '페르소나'도 드라마를 찍다가 갈 정도로 지은 씨(아이유)를 좋아하고 팬이거든요. 같이 하고 싶어서 강력히 추천했죠."

사진 : 영화사 집, CJ ENM

Q. 강동원과도 '위풍당당 그녀' 이후 19년 만에 한 작품에서 만나게 됐다.

"좀 어색했어요, 사실. 저도 그때 아기였지만, 그 친구도 아기 때 봐서요. '위풍당당 그녀'가 강동원 배우의 데뷔작이거든요. 이제는 관록 있는 베테랑 배우가 되었지만요. 현장에서 저희 둘이 나이대가 비슷해서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거든요. 예전에 소년 같은 모습만 보다가 유들유들 분위기 메이커 같은 모습을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브로커'에서 한 장면 이상 같이 나온 장면도 없지만, 같이 공유하는 지인도 많고 해서 평소에도 봐오던 사이라, 엄청 새로운 감흥은 없었어요."

Q.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출연작 '브로커', '다음 소희'에서 모두 형사 역할로 임했다. 또, '브로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다음 소희'는 정주리 감독과 재회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배두나가 캐릭터에 투영된 부분이 있을까.

"투영이 많이 됐을 거라고 봅니다. 저도 기성세대(?)가 되면서, 젊은 사람들, 저보다 어린 사람들, 아이들이 제가 살았던 세상보다 나은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제가 요즘에 고르는 작품을 보면, 의도한 건 아닌데 그런 쪽으로 많이 끌리고요. 두 작품 모두 그랬던 것 같아요. 갈등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받아들이는 것은 관객의 몫이지만, 한 번 짚고 넘어갈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감독님들께서 왜 그런 쪽으로 저를 부르시는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좋아하는 감독님이 제가 필요하다고 하시는데, 저야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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