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의 글로벌 인사이트]빛바랜 中경제, 이제 황금의 나라 아니다

정상혁 기자 ㅣ digihyuk@chosun.com
등록 2022.09.30 15:43

오는 10월 당 대표 대회를 앞두고 베이징 공산당 박물관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영상이 방영되고 있다./뉴스1

올해 중국 진출 국내 기업 수는 64개로 538개였던 2017년에 비해 88%나 감소했다. 업종별로 보면 유통, 미디어, 소프트웨어 투자는 자취를 감췄고 그나마 메모리 반도체, 2차 배터리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투자 감소는 비단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프랑스 로몽드지는 지난 28일 ‘중국은 더 이상 황금의 나라가 아니다’라는 기사를 통해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중국 투자를 꺼리는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이 신문은 “제로 코로나 정책과 각종 법규상의 문제 그리고 외교적 긴장 등이 외국 기업들에게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현재 중국은 시장개방이 아닌 자국기업 편중정책에 집중하고 있고 정치가 경제 위에 군림하고 있어 등소평의 개혁 개방으로 열린 중국 황금의 시대는 끝났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지프(JEEP)의 중국 생산을 포기한 스텔란티스CEO 카를로스 타바레스는 이 사안과 관련해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발언을 했다. 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몇 년간 자동차 업계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개입이 지나치게 늘었고, 이로 인해 서구 기업들의 자동차 판매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독일, 미국, 일본차의 판매량 감소 혜택을 중국차 브랜드들이 고스란히 누리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자국 자동차 우대 정책 탓에 외국 기업들이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진핑은 지난해 11월 제19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에서 주요 경제 현안으로 미·중 갈등 속 기술자립을 강조한 바 있다. 산업계를 향한 최고 지도자의 호소가 애국 소비 열풍과 합쳐져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시장이 외국 기업의 무덤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진출 외국 기업들이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은 중국의 대만 침공이다. 이 경우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서방과 중국 간의 경제금융 상호 의존 구조가 깨져 러시아의 전철을 밟게 되기 때문이다. 외국 기업인들은 그래서 내달 열리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 3기 시대를 선포하고, 지난 10년간 강조해 온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위해 대만 침공이라는 무리수를 둘 수 있기 때문이다. 르몽드지는 기사에서 “미국과 유럽은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안 돼있다”며 “중국은 국가안보라는 미명 아래 자급자족 계획국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지만 또 다른 꿍꿍이가 있을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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