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의 글로벌 인사이트]전기차 시장의 늪이 된 일본

정상혁 기자 ㅣ digihyuk@chosun.com
등록 2023.01.26 13:56

도요타 전기차 BZ4X./도요타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해 11월 전기차는 세계 시장에서 처음으로 100만 대가 팔렸다. 전기차는 이제 글로벌 시장의 대세로, 명실공히 도약기에 들어섰다. 2022년 상반기 판매 순위를 보면 테슬라(64만7000대), BYD(57만5000대), 상하이 자동차(37 만대), 폭스바겐(31만6000대), 현대자동차(24만8000대) 순이다. 반면에 가솔린차로 세계 시장을 누비던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브랜드의 모습은 20위권 안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일본 정부는 여타 국가와 마찬가지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 일본 내 전기차 판매는 3379대로 신차 판매량의 1%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전기차 판매가 부진한 것은 일본 브랜드 뿐만이 아니다. 테슬라는 모델3에 세계 최저 가격을 적용하는 등 일본 시장 점유율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지금까지 성적은 초라하다. 2020년 1900대, 2021년엔 5200대를 판매해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일본화교보(日本華僑報)는 지난 23일 일본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 분석한 기사를 게재했다. 이 신문은 첫번째 이유로 ‘소비자들의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꼽으며 “그들은 전기차가 환경보호에 크게 기여할 수 없고, 기존 자동차 산업을 파괴해 대량의 실업자를 발생시킨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은 한 언론매체에서 “일본과 같이 대부분의 전기를 화력 발전으로 충당하는 나라에서 전기차는 친환경적이지 않다”며 “전기차가 늘어나는 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늘어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신문은 전기차가 일본에서 안 팔리는 또 다른 이유에 대해 ‘기존 가솔린차의 높은 연비와 낮은 고장률’를 지적했다. 특히 경차를 예로 들며 “일본 특유의 경제적인 소형차가 절대적 인기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형이라는 전기차 세일즈 포인트가 잘 먹히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일본 소비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전기차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 테슬라 구매자를 대상으로 이전 보유 차량을 조사한 결과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브랜드가 38%를 넘었다.

문제는 자동차 메이커들이다. 세계는 이미 전기차 시장의 도약기로 접어드는데 가솔린과 하이브리드에 집착한 일본 기업들의 대응은 굼뜨다. 미국 블룸버그는 “일본 자동차 업계가 워크맨을 만들던 소니, 반도체를 만들던 NEC의 몰락을 닮아가고 있다”고 했다. 뒤늦게 정신 차린 도요타 그룹은 지난해 12월 “전기차 30종을 오는 2030년까지 출시하고, 연간 350만 대를 판매하기 위해 8조 엔, 약 83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테슬라와 BYD 등이 이미 확고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 지각생 토요타가 다시금 존재감을 보여 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신기사


    최신 뉴스 더보기


        많이 본 뉴스

          산업 최신 뉴스 더보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