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원희룡 장관 '깡통전세' 대책 비웃는 부동산 브로커들

김종훈 기자 ㅣ fun@chosun.com
등록 2023.02.03 17:25 / 수정 2023.02.03 23:25

김종훈 디지틀조선TV 보도국장.

작년 서울에서 거래된 신축 빌라(연립·다세대) 전세 거래 5건 중 1건이상이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이 90%가 넘는 '깡통 전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강서구의 경우 거래된 신축 빌라의 절반(50%)이 깡통주택으로 수도권을 통틀어 가장 비율이 높았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2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이런 내용의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대책의 핵심은 HUG의 전세금 반환보증 보험 가입 기준을 현재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100%에서 90% 이하로 강화하는 것이다. 매매가 3억 원 빌라에 전세 2억8500만 원(전세가율 95%)으로 거주하던 세입자라면 앞으로 보증 가입이 거절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설팅업자는 물론 서울시내 대부분의 부동산 현장 일선에서는 이를 비웃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일 기자가 서울 강서구 부동산에 네이버부동산에 나와 있는 전세를 문의한 결과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물건이라고 설명하면서 대신 법인이므로 담보 물건을 제공해 준다는식으로 유도를 했다. 아울러 정부의 대책으로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에 대해 논하면서 공시가가 너무 올라서 오히려 주인이 손해를 보기 때문에 임차인의 전세금 보증보험을 가입을 꺼린다는 식으로 횡설수설하면서 정신없이 만들었다.

그리고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 이왕 좋은 전세 물건을 찾는다면 차라리 신축빌라에 들어가면 오히려 안전하다는 식의 표현으로 신축빌라로 유도했다. 이 같은 이유는 신축빌라는 감정평가사와 짜고 감정평가액수를 부플리게 되면 실제 매매가 보다 전세가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축빌라의 경우 컨설팅업자와 감정평가사, 은행 대출모집인(설계사)가 짬짜미하면 감정평가액을 부풀려 공시가격의 150% 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면 2억원의 집을 3억으로 부풀린 후 전세를 받으면 1억원의 차액을 사기 칠 수 있다. 게다가 일사분란하게 이사비 지원, 이자지원 등으로 세입자를 현혹해 완판한 후 컨설팅 사기꾼 두목이 수수료 주고 고용한 바지사장(전과자 등 알바)이 잠적해 버리면 전세금을 찾을 길이 없다. 이들이 경찰에 잡히게 되면 주로 대는 핑계는 자기는 건당 수수료 준다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했다는 식이다. 정작 우두머리는 찾기도 힘들다. 건물건축주와 계약한 바지사장은 있어도 컨설팅 설계자들은 서류상엔 없기 때문이다. 전화기도 통상 대포폰을 쓰면 추적도 힘들다.

그래서 이 또한 원희룡 장관이 예방하고자 제도를 보완했지만 컨설팅 업자들은 본질을 짚고 있지 못하는 대책이라 비웃는다.

빌라 시세를 공시가격의 최고 150%까지 인정해주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반환보증제도가 대규모 ‘깡통전세’ 부실 위험을 키운 도화선이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속출하자 HUG는 보증 한도를 뒤늦게 140%로 축소해 올해부터 적용한다고 발표했지만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뉴스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소위 ‘빌라왕’이 매매가보다 높은 금액으로 전셋값을 설정할 수 있었던 이유가 설명한 바와 같다. 예컨대 공시가가 1억원인 빌라는 HUG가 보증해주는 1억5000만원(150%)까지 전셋값을 올려 계약하는 식이다. 이들은 높게 받은 전세금으로 자기자본 없이 빌라 수백 채를 사들였다. 남은 차액은 부동산 중개업자와 컨설팅업체 등에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자 기존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HUG가 대신 갚아준 보증금만 3년 새 4배 가까이 급증해 수천 억 원에서 조 단위로 불어났다.

물론 전 정부부터 곪아온 허술한 정책을 이번 정부가 손질하면서 대책을 내놓고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환영할만할 일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느끼는 온도차이가 너무 커보인다. 엄동설한에 전세가 다급한 입장에선 하루빨리 집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사기에 노출되기 쉬운 여건이다. 강서구 부동산 중개사처럼 다른 담보 물건(서류조작)을 제공한다고 꼬시던지, 신축빌라로 유도해서 애초 매매가를 부풀려 전세값을 설정하고 바지사장이 사라지면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없는 이유는 기존 제도의 구멍 탓이다. 하수인에 불구한 바지사장을 잡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 컨설팅 설계자를 잡아야하는데 경찰이 수사하기엔 사기꾼들은 조직적이고 널리 퍼져있어 역부족이다.

아울러 부폐한 부동산 중개사와 결탁한 컨설팅 업자들 입장에선 컨설팅 물건을 하나만 사기쳐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을 벌고, 중개사도 법정 수수료가 아닌 수천만원이 오가고 이를 통해 수백만원의 불로소득이 떨어지는 탓에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 특히 솜방망이 처벌도 이들이 활개를 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2일 국토부의 깡통전세 사기 근절 대책 발표 후 기자가 3일 서울 강서구 부동산에 몇 곳에 전화를 돌렸는데 하는 행태와 수법이 기존 깡통전세 수사와 대책을 내놓기 전과 변화가 없다.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다만 이를 걸러낼 수 있는 베테랑과 구분하지 못하는 사회 초년생. 내지는 집 거래 상식이 부족하면 누구나 당하고도 남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최근 공시가가 매매가를 추월하는 경우도 나오는 상황이다. 신축빌라의 공시가격 적용 비율을 10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특히 HUG도 혈세를 낭비하지 않도록 계약서 사후 보증 체계를 매물별로 먼저 확인하고, 내부 감사팀을 만들어 의심 물건을 걸러내지 않으면 허술한 대책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격이다.

여야가 합심해서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관련 처벌을 받은 전과자(관련자)들은 부동산 업종에 종사하지 못하고 단 1건의 사기매물에 가담했더라도 공인중개사 면허를 취소하고 연루된 감정평가사도 면허를 박탈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만들지 않는 한 검은돈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어 보인다.

원희룡 장관이 과거 잘 못된 정책으로 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내놓은 최근 선제적 대책들을 환영한다. 다만 썩은 부위가 너무 커서 대대적인 수술을 통해 악의 뿌리를 뽑아내는 강력한 대책을 잇따라 내놓아야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것이다. 아울러 이 순간에도 유혹 받고 있는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들은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트리는 중대 범죄행위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양심을 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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