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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도연 "내가 기특해…내겐 늘 '전도연의 해'"

이우정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3.03.18 08:00

전도연 인터뷰 /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제공

"제 안에 행선이 같은 모습이 있어서 그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저 스스로 그런 제 모습을 보고 싶기도 했고요. 저를 잘 아는 분들이 '많은 사람이 네 그런 모습을 알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해주셨어요."

전도연이 본연의 사랑스러움으로 '드라마 퀸' 수식어를 되찾았다. 하이틴 스타로 시작해 영화 '접속', '밀양',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등 수많은 대표작을 써온 전도연. 장르적 변신을 시도한 후 유독 어두운 작품들이 이목을 끌면서 전도연의 사랑스러움은 어느새 잊혀 갔다.

그런 그가 '일타 스캔들'을 통해 다시 한번 사랑스러움을 입었다. '일타 스캔들'은 사교육 전쟁터에서 펼쳐지는 국가대표 반찬가게 열혈 사장과 대한민국 수학 일타 강사의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로, 전도연은 극 중 전직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인 반찬가게 사장 '남행선'으로 분했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과 남겨진 조카. 남행선은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될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조카를 엄마처럼 키우며 억척스러워졌지만, 여전히 소녀 같은 마음을 간직했다. 행선은 어려움 속에서도 굽히지 않는, 마치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같다.

전도연 인터뷰 /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제공

오랜만에 들어온 사랑스러운 캐릭터. 자신이 가진 '사람 전도연'의 모습을 보여줄 기회였지만, 마냥 반길 수만은 없었다. 전도연은 처음 '남행선'을 제안받고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텐션이었다고 말했다.

"처음에 대본을 보고서는 행선이의 텐션이 많이 부담스러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텐션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처음엔 고사를 했죠. 이후에 작가님을 만나 뵀는데 '판타지 로맨스이지만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지 않냐. 이런 현실적일 수 있는 이야기를 전도연 씨가 해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 말에 동의를 해서 함께 하게 됐죠."

"작가님이 생각한 행선이는 조금 더 억척스러운 아줌마인데, 제 톤이랑 좀 맞지 않아서 그런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어요. 작가님께서는 오히려 그런 사랑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줘서 행선이가 사랑받은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지만, 방송 전에는 어떻게 보일지 걱정 많이 했어요. 감독님한테도 끊임없이 확인하면서 촬영했죠."

전도연 인터뷰 /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제공

'일타 스캔들'은 로맨스를 표방하지만 그 안에 스릴러, 학원물, 가족애까지 많은 장르가 담겼다. 이 정도의 복합 장르물을 해본 적은 없었다는 전도연은 "흥행이라는 게 모든 요소가 맞아야 하잖아요. 저는 '일타 스캔들'이 스릴러 학원물, 판타지 로맨스, 그리고 가족 이야기까지 담겨서 쉽지 않은 작업일 거라 생각했어요. 그 밸런스를 맞추는 작업은 제게도 쉽지 않았어요"라고 운을 뗐다.

밸런스의 큰 축을 담당하는 건 단연 캐릭터였다. 캐릭터를 잘 잡아야 장르적 변주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그래서 전도연은 행선이의 텐션, 아우라, 의상, 모든 것을 꼼꼼히 신경 썼다. 사람 전도연은 잠시 접어뒀다. 그렇게 전도연은 '남행선' 자체가 됐다.

"첫 촬영부터 처참했어요. 엄청 뛰는 장면을 찍었는데 그때 제가 몸이 좀 아팠거든요. 체력적으로 힘이 들어서 '이걸 계속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어요. 힘드니까 눈이 막 파이게 보이더라고요.(웃음) 모니터로 제 얼굴을 보는 게 힘들었어요. 근데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니까 그냥 감독님께 맡기고 하자는 생각으로 한 거죠."

"행선이 캐릭터를 잡을 때, 운동선수다 보니까 과격할 것 같잖아요. 사석에서 운동선수를 뵌 적은 없지만 그분들의 일상을 보면 여성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행선이도 그럴 것 같아서 리본 액세서리나 꽃무늬 옷을 입어보자 했어요. 반찬 가게에서 일을 하니까 활동성도 있어야 해서 불편하지 않은 청바지를 입었고요. 그런데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다 청바지만 입을 줄은 몰랐어요.(웃음)"

전도연 인터뷰 /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제공

'일타 스캔들'이 대중을 매료한 포인트는 단연 로맨스다. 까칠한 일타 강사 '최치열'(정경호)과 반찬가게 사장 행선의 애틋한 사랑은 풋풋하기까지 했다. 실제로는  열 살 차이가 나는 후배 정경호와의 호흡을 묻는 말에 전도연은 "정경호 씨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구석이 있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가 현장에서뿐만 아니라 온갖 공식 석상에서 전도연과 함께하는 현실이 영광이라고 떠든 탓이다. 민망한 웃음을 지은 전도연은 대답을 이어갔다.

"나이 차이가 나서 연기할 때 느껴지는 간극 같은 건 없었어요. 최치열도 자기 멋에 사는 사람이고, 제가 정경호 씨가 어떤 사람인지 다 알지는 못하지만, 치열과 싱크로율을 따지자면 닮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따뜻하고 자상하고, 잘 챙겨주는 면이 있는 사람과 연기를 하니까 정말 그 인물처럼 보이더라고요."

"(최종회) 키스신도 저희 잘했던데요.(웃음) 찍을 때는 엄청 어색했어요. 주변에 사람도 많고요. 매 작품 키스신을 했겠지만 이렇게 대로변에서 대놓고 하는 건 처음이라 엄청 쑥스러웠어요. 행선의 터져 나온 웃음도 진짜 창피해서 나온 건데 감독님이 기분 좋은 신으로 넣어주셨더라고요. 그런 걸 보고 대리만족하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아요. 덕분에 사랑받았죠."

전도연 인터뷰 /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제공

작품 속 모녀 호흡을 맞춘 신예 노윤서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윤서 배우는 엄청 당차요. 어느 순간에도 굴하지 않고 자기가 해낼 몫을 잘 해내는 친구더라고요. 연기 경력이 되게 짧은 친구잖아요. 두 번째 작품이라고 들어서 초반에는 '괜찮을까?' 싶기도 했는데 너무 잘 해내서 신기하기도 했어요. 선배들과 있을 땐 기죽을 법도 한데 기도 안 죽고, 할 말 또박또박하고, 똑똑하고 영리하고 맑은 친구였어요."

전도연 인터뷰 /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제공

전도연은 이제 50대다. 아이 엄마가 됐고, 연기 경력만 30년이 넘었다. 세계가 인정한 베테랑 배우에게도 연기가 어려울까 싶었다. 전도연은 "여태껏 연기를 자신감으로 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사실 연기에 자신도 없어요. 그냥 순간에 충실하고 스스로를 믿어주려고 해요. '잘 할 수 있다'라고요. 편안하게 촬영하는 신도 있지만 힘든 신들도 많잖아요. 그럴 땐 저에게 끊임없이 '잘 할 수 있어'라고 얘기해 줘요. 그런 부분을 정경호 씨도 신기해하더라고요."

"'전도연'이라는 이름요? 부담이라기보다는, 저는 스스로를 기특하게 생각해요. 제가 이룬 것들은 제가 되고 싶어서 해 온 것들이 아니었어요. 뭔가가 되고 싶었다면 그걸 이룬 후 상실감이 더 클 수도 있잖아요. 저는 그냥 제게 주어진 것에 집중했기 때문에 그러지 않을 수 있었어요. 그냥 제 필모와 커리어를 돌아보면 '대단한 걸 해왔구나' 싶지만 저는 그런 걸 의식하고 한 건 아니었어요."

전도연 인터뷰 /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제공

올해로 51세. 전도연은 다시 한번 '전도연의 해'를 맞았다. "잘 늙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 전도연은 스스로에 대한 굳은 믿음을 드러냈다.

"저는 늘 저의 해였다고 생각해요. 작품이 잘 됐다고 해서 '전도연의 해'라는 생각은 스스로 해본 적 없어요. 사람들은 그렇게 평가할 수 있다고 충분히 생각하지만요. 작년에 '인간실격' 끝나고 '길복순' 찍고 바로 '일타 스캔들'을 했는데 이렇게 작품을 연달아 해본 적이 없어서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힘든 해였어요. 그래도 '일타 스캔들'로 올해 시작부터 사랑받아서 참 다행이에요. '전도연의 해'라고 붙여주셔도 제가 갑자기 CF스타가 된다거나 그렇게 달라질 순 없잖아요.(웃음) 저는 그냥 늘 하던 대로 해 나갈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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