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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5천 간호사 거리로, “윤석열 대통령, 간호법 제정 약속 지켜달라” 읍소

김종훈 기자 ㅣ fun@chosun.com
등록 2023.05.12 16:35

"만성질환자 증가로 폭증한 간호 수요 국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 제공위해 추진"
"윤석열 대통령님께 간곡히 부탁. 열악한 환경에 신입 간호사들 입사 후 1년 이내 절반 퇴사"
"수십년간 이어져온 의사들의 기득권 지키기가 간호법 반대한다는 시각에 무게 중심 쏠려"

대한간호협회 간호사들이 12일 오후 서울 코리아나호텔 앞 세종대로에서 열린 국제간호사의 날 기념 집회에서 피켓을 들고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디지틀조선TV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거리에 나온 간호사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호법 제정 약속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대한간호협회는 12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와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국제 간호사의 날 기념 축하 한마당’ 집회를 열고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의 신속한 법안 공포를 촉구했다.

오늘로 나흘째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간호법은 고령 인구 및 만성질환자 증가로 폭증한 간호·돌봄 수요로 국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추진됐다”고 말했다.

이어 “여야 3당이 함께 함께 법을 발의했으며, 대선후보 모두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다”며 “공약집에 없으니 공약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고 우롱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간호법은 간호사와 다른 보건의료직업 간 협력을 저해하지 않는다”며 “임상병리사·약사·방사선사 모두 의료법과 별도로 의료기사법과 약사법이 있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왜 간호법만 직업 간 협업을 반대한다고 주장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회장은 “존경하는 윤석열 대통령님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간호사 근무환경은 신입 간호사들이 병원 입사 후 1년 이내 절반 퇴사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간호법이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환자 안전을 지키는데 기여하게 될 것을 확신한다. 부디 간호법이 최종적인 법률로 확정될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간호법은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기득권층인 의사와 간호조무사 단체 등의 반대로 최종 법안 공포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사·간호조무사 등으로 구성된 13개 보건의료단체는 간호법으로 인해 간호사가 다른 직역의 업무 분야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반대하고 있지만 실상은 수십년간 이어져온 의사들의 기득권 지키기라는 것이 상당수 의료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국 등에서는 이미 간호사를 전문인력으로 인정하는 법안이 통과돼 소위 ‘유령 간호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처방·시술 등 의사 업무를 대신하며 '유령 간호사'로 불리는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들이 간호법이 제정되면 대리처방·수술이 합법화될 수 있다는 전공의 단체의 주장에 대해 간호사단체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간호협측은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게 간호사 업무를 명시하고 있고, 간호법 그 어디에도 간호사의 대리처방·수술을 합법화할 수 있는 부분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정부의 의대 정원 동결 정책이 의사 외 타 직역이 대리처방과 대리수술을 할 수 있도록 암묵적으로 승인한 원초적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3일과 어제 단축 진료와 휴업, 연가투쟁 등 집단행동을 한다고 했지만 실상 개인병원에선 의사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간호조무사들은 이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경기도에 근무하는 한 간호조무사는 “일선 개인병원에서 원장이 나오라고 하는데 투쟁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의사들이 돈벌이에 급급한데 동참하지도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모레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간호법 제정안 등 주요 의제를 놓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오늘 오전 단식 농성 중인 김영경 간호협회장을 찾아 “간호사 처우를 제대로 개선하겠다”며 단식 중단을 요청했지만 의사들 눈치보기 아니냐는 여론에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

수도권 한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A씨는 “일선 현장에선 하루 300여명을 진료를 의사 한 명이 물리적으로 진료보고 처방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선 간호사들이 주말에도 출근해 처방을 위한 사전정보를 파악하고 대리 처방해야하는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의사들이 양심이 있다면 간호사들이 대신하는 업무에 대해 동료의식을 갖고 합법적으로 일을 나눠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PA가 대리 수술을 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왜곡”이라며 “의사의 지시 없이는 수술방에 들어갈 수도 없는 구조는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중종합 병원등에서 의사들이 세미나, 골프 등의 이유로 자리를 비우면 의료기,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진짜 불법 수술을 하는 관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간호법이 통과되는 것이 불법을 막고 국민 안전을 보호해주는 길”이라고 말했다.
지방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B씨는 "공공연하게 간호사들이 수술보조 업무 등을 하는 상황에서 숙련된 간호사들이 없다면 전공의가 부족한 과들은 더욱 많은 의료 과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이기 때문에 유령 간호사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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