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의 글로벌 인사이트] 사상 최악 청년 실업률에 비상등 켠 中 경제

정상혁 기자 ㅣ digihyuk@chosun.com
등록 2023.06.30 10:23 / 수정 2023.06.30 10:39

지난달 11일 중국 딩쉐샹(丁薛祥) 부총리가 주재한 청년 취업·창업 대책 화상회의 / CCTV 캡처

"제로 코로나에 시달리다 제로 직장과 마주했다" 최근 중국 대졸자들 사이에 나도는 자조적 얘기다. 이들은 자신을 쿵이지(孔乙己)에 빗대기도 한다. 쿵이지는 근현대 작가 루쉰(魯迅)의 소설 속 주인공으로 청나라 말기 과거 시험에 연연하다 밥벌이조차 못한 인물이다. 지난달 중국 청년 실업률이 20.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주당 한 시간 일하면 취업으로 간주하는 중국 당국의 집계 방식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실업난은 더 심각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470만 팔로워를 보유한 경제평론가 우샤오보(呉曉波)는 지난달 18일 경제지 차이신(財新)에 "현재 중국 상황은 1930년 대공황과 유사하며, 청년 실업이 화약고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다. 그 후 그의 웨이보 계정은 "실업률을 과장하는 부정적이고 유해한 정보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폐쇄됐다.

주머니 사정 가벼운 청년들을 타깃으로 신종 비즈니스도 성업 중이다. 식당에서 팔다 남은 음식을 도시락 형태로 포장해 10~20위안에 파는 '잔반 블라인드 박스(剩菜盲盒)'의 연간 시장규모가 6조원을 넘어섰다. 내용물이 잘 보이지 않게 포장한다는 의미에서 '블라인드 박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중국 정부는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가 대규모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졸자 고용을 확대하는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인민해방군 채용도 예년보다 10% 늘릴 계획이다. 지난달 11일 딩쉐샹(丁薛祥) 부총리는 "관영 기관과 국영 기업의 신규 채용 확대, 민간 기업에 대한 고용 보조금 지원 등 정확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 실업 문제가 해결되려면 경기가 살아나야 하는데 현실은 녹록치 않다. 로이터통신이 지난 28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 국가통계국이 집계한 1∼5월 공업이익(연 매출 2천만 위안 이상 기업들의 수익성 동향을 나타내는 지표)은 전년 동기에 비해 18.8% 감소했다. 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5.6% 증가하는데 그쳐 로이터 예상치 10.9%를 크게 하회했고, 소매 판매도 18.4% 증가했지만 시장 예상치 21%보다 낮았다.

중국 경제가 작년에 비해 호전되고 있지만 시장 기대에는 크게 못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중국의 경기회복이 늦어지면 중국 수출 비중이 25%에 달하는 한국 경제에도 타격이 크다. 중국이 양회(兩會)를 통해 밝힌 정책들과 리오프닝 이후 경제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는 한편 미중 무역전쟁의 추이를 예측해 중국 리스크에 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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