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윤석열 불호령 불구 통신사 '눈가리고 아웅'

김종훈 기자 ㅣ fun@chosun.com
등록 2023.07.05 10:19

김종훈 디지틀조선TV 보도국장.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통신 3사에 선진국들과 비교해 과도한 통신비를 낮추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 3사는 눈치만 보면서 시간을 끄는 듯한 모습이다.

통신 3사는 요금제를 담합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마치 주유소 기름 값을 연상케 할 정도로 5G 요금제는 선택지가 없어 보인다. 기존 통신 3사 5G요금제(온라인 다이렉트 제외)는 ▲KT 4만5000원 ▲LG유플러스 4만7000원 ▲SK텔레콤 4만9000원부터 시작한다. 통상 3만원대부터 시작하는 LTE 요금제 보다 1만원 이상 비싼 수준이다.

수많은 전문가들도 이구동성으로 통신사들의 요금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5일 일본 시장조사업체 ICT총연의 ‘2022년 스마트폰 요금과 통신 품질의 해외 비교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세계 주요 국가 중 한국의 5G 요금(20GB 데이터 제공 기준)은 미국 다음으로 높다. 이 조사에서 미국 7312엔(7만원), 한국 6127엔(5만8000원), 독일 5927엔(5만7000원), 프랑스 3130엔(3만원), 영국 2741엔(2만6000원), 일본 2445엔(2만3500원) 순으로 통신요금이 비싼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고물가 시대에 맞물려 가계 부담이 증가하는 가운데 4인 가족 통신비를 생각하면 소형 아파트 관리비(10만원대 후반에서 20만원대 초)와 맞먹는 수준이다.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없는 환경에서 기초생활비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지난해 영업이익은 4조원 중반대를 기록했다. 통신 3사는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영업이익 4조원을 넘어섰다. 통신 3사가 6개 분기 연속 합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실적이 하락 할 것이라는 그들의 주장과 달리 '중간요금제'가 오히려 5G가입자를 확보하는데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통신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1조2639억원이다. 직전분기(1조2411억원)보다 1.8% 오르고 전년 동기(1조 1672억원)에 비해선 8.28% 증가한 수치다.

요금을 확 낮출 수 있는 국민 체감형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이 필요하다. 통신사들은 데이터 사용이 비교적 적은 중장년층과 65세 이상 대상 시니어 요금제도 더욱 세분화 시켜야 한다. 노년층과 장년층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이 다르기 때문이다. 청년층이 시니어 보다 민감하고 여론형성을 주도한다는 측면에서 그나마 통신사들이 신경 쓰는 모습이지만, 낮에 주로 학교에서 전화를 쓰지 못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인하 여력이 충분해 보인다.

정부의 압박에 못이겨 ‘눈가리고 아웅’ 하듯 온라인 가입자에 한해 데이터를 찔끔 늘리고 중간 요금제랍시고 데이터를 이용하지 않는 사각지대 언저리를 찾아내서 3~4개 내놓고 생색내기 바쁜 모습이다. 통신사에 유리한 데이터 구간에 요금제를 내놓고 몇천원 내렸다며 정부에 봐달라는 시그널을 보낸다.

그런데 실제 10~20GB(기가바이트) 구간에 수요가 많다. 이 구간에 요금을 낮춰주고 현실적인 중간요금제를 출시하지 않으면 고객들은 몇천원을 빼줘도 요금제를 바꿀 수가 없다.

결국 생색내기용 요금제를 통신3사가 치밀한 데이터 분석 후 내놓게되면 소비자입장에선 하위 요금제로 내려갈 수 없는 구조다. 이렇게 치밀하게 계산된 요금제를 출시하다보니 실효성이 떨어지고 통신사들은 막대한 영업이익을 걷어 들이는 것이다.

5G망 구축도 정부가 전수조사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필자는 1호선 여러구간에서 LTE로 통신망이 전환되는 것을 심심찮게 본다. 특히 수도권 외곽으로 벗어나면 이 현상을 더욱 뚜렷하다.

통신사들이 자발적으로 실효성 있는 요금제 인하를 하지 않는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나서 이 같은 담합혐의를 조사해 요금을 낮출 수 있을지 따져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국민들의 팍팍한 주머니 사정은 갈수록 먹고살기 힘든 환경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게 한다. 최근 들어 전기요금, 가스요금, 식품값 등 안오른 물가가 없기 때문이다. 가장 데이터를 많이 쓰는 구간을 공개한 후 그 구간에서 요금제를 30% 낮춘다던지 실효성 있는 대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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