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주거안정위해 만든 LH가 주거 위협..작두로 다스린 포청천의 향수

김종훈 기자 ㅣ fun@chosun.com
등록 2023.07.31 18:01 / 수정 2023.07.31 18:05

/김종훈 디지틀조선TV 보도국장.

검단신도시에서 철근을 누락한 아파트 붕괴사태에서 비롯된 조사에서 유사한 시공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존폐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볼 시점에 이르렀다.

LH가 발주한 아파트는 설계, 감리, 시공 등 어느 한 곳에서도 안전장치가 발동하지 않았다. 만약 입주 후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면 1995년 6월 29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삼풍백화점이 붕괴돼 무려 502명의 숭고한 목숨을 앗아간 끔찍한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었다.

LH의 이 같은 행태는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천만한 거래다. 건설업계 마피아로 불리는 엘피아(LH+마피아) 조직은 이미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다. 관행처럼 퇴직자 밀어주기를 한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전언이다. 아예 대놓고 LH 퇴직자 출신을 우대한다는 광고를 내고 이들이 들어오면 일감을 물어오는 역학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LH 전관영입 업체에 일감을 밀어주고 검은 돈을 댓가로 받는 과정에서 시멘트가 묽어지고 철근이 빠지고 있다. 일어나선 안 될 후진국형 부실은 한국 사회를 퇴보하게 만드는 원흉이다.

특히 LH는 지난 정권에서도 신도시가 형성될 곳의 내부 정보를 빼돌려 땅 투기에 나서는 등 부당이득을 취했다. 주거안정을 위하는 조직인지, 위해하는 조직인지 존재 이유를 알 수 없는 집단으로 썩어가고 있다.

그런데 얼마되지 않아 또 허술한 공사 관리 및 책임 문제로 2023년 완공을 앞둔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가 무너지고 말았다. LH의 일탈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작년 HDC현대산업개발 사태에서 보듯 부실공사는 생명을 앗아가는 범죄와 같다. 광주 화정아이파크는 외벽이 붕괴돼 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몽규 HDC 회장은 같은 해 5월 기자회견을 열고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을 약속했다.

검단신도시 LH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천운이 돌봤다는 생각이 들까? 심지어 무너진 곳의 바로 위는 어린이 놀이터였다. 개발 도상국가에서도 상상하기 어려운 부실이 일어난 것은 엘피아 그들의 짬짜미(담합)가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충하면 뭔 일 있겠어?"라는 안일한 카르텔에서 일어난 인재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LH가 설계, 감리, 시공 등 어느 곳 하나 제 할 일을 하지 않았고, 관리 감독 책임에도 무책임했다고 질책했다. 정권마다 반복된 제식구 감싸기를 하지 않는 모습을 높이 평가한다.

국민의힘은 31일 백경훈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LH가 발주한 현장에서 철근 누락 부실 설계와 시공이 발견됐다. 여기에 더해 LH 공공주택지구 수돗물에서는 이물질이 나왔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백 상근부대변인은 "나무 심어 땅 투기하더니, 이제 철근까지 빼먹었나"라며 "주민들이 매일 먹는 물과 늘 이용하는 단지 구조물에 대한 결함이다. LH가 전면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줘도 모자란 판에, 국민께 다시 한번 큰 실망과 우려를 안겨줬다"고 비판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아파트 지하주차장 부실공사 전수 조사'를 지시했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일요일에도 불구하고 “책임자들에 대한 가장 무거운 징계와 형사 고발까지 하겠다고 했다”

정권을 막론하고 부패한 관리들은 더욱 엄격하게 잣대를 들이대고 무거운 처벌로 다스려야한다.

부패는 임명직인 수장과 무관하게 그들끼리 검은돈에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자생하고 있다. 신분차별도, 성차별도 없이 고관대작이건, 천민이건 죄를 졌으면 엄정하게 작두형에 처하는 모습으로 사랑 받았던 중국의 판관 포청천처럼 엄격한 처벌만이 강력한 예방책이다고 본다.

개작두로 엄벌에 처하던 판관 포청천의 심정으로 이들에게도 관용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번에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LH 부폐를 낱낱이 파헤쳐 국민의 주거안정을 상대로 장난치면 평생 패가망신한다는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가장 강조하는 공정과 상식에서 벗어난 LH 조직을 좀먹는 기생충들에게 극약 처방만이 두 번 다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장난질을 못하게 하는 극강의 예방책이다. 보여주기식이 아닌 퇴직자 재취업 전면 금지 등 강력한 후속조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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