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의 글로벌인사이트] 7나노급 칩 생산한 중국, 자립에 성공했나?

정상혁 기자 ㅣ digihyuk@chosun.com
등록 2023.10.10 22:35 / 수정 2023.10.11 13:52

화웨이 메이트60 프로./회사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9월25일 화웨이가 5G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를 출시했다. 기기 내부엔 중국이 자체 제작한 7나노급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장착했다. 미국 규제를 극복하고 이뤄낸 성과를 축하하는 ‘궈차오(國潮〮애국소비)’에 힘입어 화웨이는 ‘메이트60 프로’ 출시 직후 국내 시장점유율 17%를 차지하며 1위 아너(17.2%)를 턱밑까지 따라잡았다. 중국 반도체 기술은 과연 미국의 견제를 보란 듯이 따돌리고 자립에 성공한 것일까?

최근 캐나다 반도체 컨설팅회사 테크인사이츠는 “메이트60 프로에 장착한 AP는 하이실리콘(화웨이 산하 팹리스)이 설계한 기린 9000s를 중국 SMIC가 7나노 공정으로 생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회사는 “기린 9000s AP 제조에 사용된 것은 네덜란드 ASML사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보급되기 이전 TSMC와 삼성전자, 인텔 등이 모두 시도해 본 DUV장비”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DUV 수율은 50% 미만이라 제품을 만들수록 손해이기 때문에 기린 9000s AP를 장착한 메이트60 프로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없이는 지속 생산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결론적으로 중국이 7나노급 반도체 생산에 성공은 했지만 이를 상용화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메이트60 프로에 SK하이닉스 반도체가 사용된 것을 예로 들며 중국이 미국의 제재를 따돌리고 최신형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널려있다고 주장한다. 스위스 매체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은 지난 4일 "미국이 새로운 제재를 가할 때 중국은 분노하며 탁자를 내리치지 않고 원대한 계획 아래 영리한 카드를 하나씩 꺼내 쓰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미국의 제재에 대해 중국 정부는 공개석상에선 무덤덤하게 반응하지만 자체적인 반도체 산업 생태계 구축, 미국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 및 희토류 수출 규제, 인텔에 대한 압박과 애플 스마트폰 사용 제한 등 냉철하고 영리한 반격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중국은 공개적으로 알려진 반격 이외에도 제재를 피하는 은밀한 방법을 찾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칭화대 미국 교환학생이 최근 "칭화대 반도체 연구소에선 백도어와 스페셜 인증을 통해 미국의 최신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 내용을 소개했다. 이 신문은 이어 “중국 반도체 수입업자들은 페이퍼 컴퍼니를 앞세워 제품의 최종 수령자를 속이는 수법으로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를 비껴가고 있다”고 전했다.

화웨이 5G 스마트폰 출시 소식과 함께 제재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다른 수출 통제 조치를 도입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4일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그녀는 이날 미 의회 상원 상무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 화웨이가 7나노급 AP를 개발한 것과 관련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다”며 “수출통제 집행을 위한 다른 수단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러몬도 장관은 지난달 미 하원 과학우주기술위원회에 출석해 "우리는 중국이 7나노 칩을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어떤 증거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어느 조사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이건 약속하겠다. 어떤 기업이든 우리 수출통제를 우회했다는 믿을만한 증거를 찾을 때마다 우리는 조사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메이트60 프로를 보란듯이 출시한 중국은 구겨진 체면을 살리는데 성공했을지는 모르지만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면서 더욱 강한 제재에 봉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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