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의 글로벌인사이트] 중국 EV에 빗장 거는 EU, 마음 여는 소비자

정상혁 기자 ㅣ digihyuk@chosun.com
등록 2023.10.27 15:35

중국 장성 자동차 'ORA'./홈페이지 갈무리

유럽연합(EU)는 지난 25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에서 BYD, 상하이자동차, 지리자동차 등 3개사를 정밀 조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0월 4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조사를 개시한 바 있다. 조사대상은 9석 이하의 중국산 전기차들로 이들은 집행위원회의 요구에 따라 중국 내 판매량 및 금액과 수출 현황 등을 제출했다.

EU 집행위는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주는 국가 보조금을 '불공정 관행'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정밀 조사 대상으로 지정된 중국 전기차 빅3는 향후 EU 수출을 위해 반덤핑 관세 혹은 상계관세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과 비슷한 수준인 27.5%의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EU 당국의 수입 규제 기조와 달리 소비자들은 이미 상당 수준의 품질를 갖춘 중국 전기차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미국 AP통신은 지난 19일 '유럽은 중국산 전기차 범람에 대응하려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것을 좋아한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 매체는 프랑스산 가솔린 SUV를 팔고 전기차를 구매하기 위해 볼보와 닛산을 검토했다는 라이머 슈프링게 얀센 씨의 이야기를 전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거주하는 그녀에게 볼보는 너무 비쌌고 닛산은 특별한 면이 부족했다. 반면 중국 전기차 BYD ATTO3엔 360도 드라이브 레코더는 물론 2년 무료 충전 등 '모든 혜택'이 포함돼 있었다. 그녀는 현재 폭스바겐 스코다를 타고 있는 남편과 함께 BYD 모델로 갈아타는 것을 고려 중이다.

이 매체는 "기후변화를 의식하고 생활비 상승에 시달리는 유럽 소비자들은 지정학적 문제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저렴한 가격에 기능과 디자인 뛰어난 중국 전기차에 열광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성 자동차 'ORA'는 여성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차체를 여성 체격과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디자인 했다. 영국 시나리오 작가 저스틴 니콜스(Justin Nichols)는 구식 원형 헤드라이트와 느낌표 모양의 보닛 엠블럼 그리고 3만2000파운드(한화 약 5300만원)라는 합리적 가격에 매료돼 'ORA'를 아내에게 선물했다. 그는 "영국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폭스바겐, 푸조, BMW 등 유럽차보다 훨씬 더 기발한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애널리스트 마티아스 슈미트(Matthias Schmidt)는 "중국 자동차 메이커들은 그동안 서방 기업들에게 부주방장 같은 존재였다"며 "이제 그들이 독립해 주방장보다 더 나은 레스토랑을 개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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