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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그저 '선산' 속에 젖어 연기…배우로서 최선의 선택을 할 뿐"[인터뷰]

이우정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4.01.30 00:01

사진: 넷플릭스 제공

사람은 각기 무르익는 시간이 다르다. 사람으로서도 직업적으로도, 청춘의 전성기 때와는 또 다르게 무르익어가는 시기가 있다. 하이틴 스타로 사랑받았던 김현주는 불혹을 넘긴 시기 연기적 변신에 나섰다. '왓쳐'를 통해 스릴러 장르에 첫 도전한 그는 줄곧 장르물을 선택하며 무르익은 연기력을 펼치고 있다.

그런 그가 한국형 미스터리 장르 '선산'으로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이번엔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인물이다. 평범한 인물답게 욕망 앞에 솔직하고, 공포 앞에 지질해진다. 그런 현실적인 캐릭터성이 다소 비현실적이고 파격적 설정을 가진 작품의 중심을 끌고 간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의 주역 김현주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선산'은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극 중 김현주는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된 '윤서하' 역을 맡았다.

윤서하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정을 모르고 살았다. 아버지는 서하가 어린 시절 도망가 버렸고, 어머니는 모성애보다 여자로서의 삶을 중시했다. 가족애를 느끼지 못하고 산 윤서하는 남편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린 듯 보였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대하던 정교수 임용까지 물거품이 되면서 절망에 빠진다.

이 가운데 윤서하에게 희소식이 들려온다. 존재조차도 몰랐던 작은 아버지가 남긴 선산이다. 윤서하는 선산을 통해 삶을 바꿔보려 하지만, 어느 날 서하의 이복동생이라 주장하는 김영호(류경수)가 등장하며 미스터리한 일들을 맞닥뜨린다.
선산은 오래간만에 등장한 한국형 미스터리 작품으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최근 장르물에서 활약해 온 김현주는 현실적인 감정선을 끌고 가는 입체적 캐릭터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준비 과정을 묻자, 그는 "제가 안 해봤던 캐릭터라 선택하긴 했지만, '새로운 걸 보여드려야겠다'하는 생각으로 하진 않았다. 그저 작품 속에 젖어 있었다"라며 "서하를 준비하며 '마른 가지' 같은 이미지를 생각했다. 그런 완급 조절에 신경을 쓰며 연기했고, 제가 여태 해 온 것보다 더 현실적인 감정을 드러내고자 했던 부분들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트롤리' 이후 바로 '선산' 현장에 적응해야 했던 김현주는 첫 회부터 연기적으로 아쉬움이 남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고 제가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였다. 제가 작품을 연달아 하기도 했고, 자꾸 그걸 핑계 삼으면서 더 집중하고 분석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독님에게 '제가 너무 잘못한 것 같아요'라고 말씀드렸다"라며 "초반부터 힘을 짱짱하게 가져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고, 그런 점에서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했는데 오히려 좋게 봐주신 분들이 계셔서 정말 감사했다"라고 털어놨다.
특히 '트롤리'에서 부부 호흡을 맞췄던 박희순과 연이어 재회했다. 김현주는 "'선산'에서는 많이 붙는 신이 없어서 서로 편한 마음으로 선택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희순 씨가 농담으로 '우리 같이 넘어가면 되니까 캐스팅한 것 같다'고 하기도 했다"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전작에서 부부로 맞췄던 호흡을 간단히 내려놓긴 쉽지 않았다. 김현주는 "제가 (희순 씨) 얼굴을 못 보겠더라. 남편 같아서 '이거 쉽지 않은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라며 "'트롤리'가 정리되고, 각자 찍다가 후반부쯤에 다시 만나서 다행이었다. 워낙 희순 씨가 배려가 많은 분이고, 후배들과 격의 없이 잘 지내는 좋은 오빠, 선배, 동료 배우다. 또 같은 회사 식구가 돼서 서로 의지하고 상의하며 '선산'에 임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김현주가 '선산'에서 다시 만난 건 박희순뿐만이 아니다. 이미 연상호 감독과 여러 번 합을 맞췄던 김현주는 연 감독이 각본을 쓰고 기획한 '선산'에서 또 한 번 연기를 펼쳤다. 연 감독과 작품에서 만난 건 세 번째다. 연 감독은 앞선 인터뷰에서 "김현주 씨는 뮤즈까진 아니고 동지"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현주 역시 해당 인터뷰를 봤다며 "제가 무슨 감독님에게 영감을 주겠나.(웃음) 그냥 감독님과 나이도 비슷하고, 같은 시대를 살아왔으니까. 또 감독님이 대학 다닐 때 저는 데뷔를 해서 저를 계속 봐오시지 않았겠나. 그래서 응원하는 마음이 더 크신 것 같다. 제 생각에는 그렇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로서 새로운 장을 열어 준 연 감독에 대한 감사를 표한 김현주다. 그는 "연 감독님께는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배우는 계속 새로운 걸 도전하고 시도하고 싶은데, 사실 그런 작품이 들어오지 않으면 저 혼자 할 수는 없다. 혹은 마음은 있지만 용기가 없을 수도 있는데, (연상호 감독처럼) 옆에서 용기와 기회를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라며 "제 연기력에 있어서 스펙트럼을 넓혔다기보다는 연 감독님이 넓혀주셨다는 게 맞는 표현인 것 같다"라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내후년이면 데뷔 30주년을 맞는 김현주는 '30년'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믿고 싶지 않다는 듯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제가 96년도 말 뮤직비디오로 데뷔했는데, 드라마로는 97년도 데뷔니까 97년 데뷔라고 해주시면 좋겠다. 그러면 아직 30년 되기까지 시간이 좀 남지 않나"라고 웃어 보였다.

이어 "사실 그런 '몇 년 차'라는 생각을 안 한 지는 꽤 됐다. 오히려 5년, 10년 차까지는 생각을 했는데, 그 이후로는 그냥 '언제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하는 걱정만 했던 것 같다"라며 "그냥 (배우로서) 선택을 해오다 보니 이만큼 시간이 흘러간 것 같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 같고, 그때그때 주어진 환경 속에서 나는 최선의 선택을 할 거다. 이대로 사는 것도 너무 좋은 것 같다"라며 배우로서의 행보를 기대케 했다.

한편, 김현주가 출연하는 '선산' 전편은 넷플릭스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김현주는 넷플릭스 '지옥2' 촬영을 마치고 공개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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