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틀조선TV 유튜브 바로가기

안재홍 "나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되어야겠다" [인터뷰]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4.02.17 00:01

시리즈 'LNTS'에서 사무엘 역을 맡은 배우 안재홍 / 사진 : 티빙 제공

"얼마 전에 제가 품게 된 생각인데요. 나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말만큼 곧은 마음과 기준은 없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러려면 정말 끝이 없는 것 같아요. 그 마음이 저에게는 굉장한 동력이 되는 것 같고요. 매 작품 '정말 은퇴 하는 거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모든 걸 다 걸고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지난해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이 공개된 후, 주오남을 맡은 안재홍은 '이 작품 마치고 은퇴하냐?', '감독에게 돈을 빌렸냐?' 등 수많은 의혹을 들어야 했다. 그만큼 그릇된 성에 대한 생각을 가진 일본의 하위문화 집단, 이른바 '오타쿠'를 완벽하게 그려냈다. 그 바통을 티빙 시리즈 'LTNS' 속 사무엘이 받았다. 우진(이솜)과 결혼 후, 섹스리스 부부로 지내는 남편이자, 서울대 출신이지만 벤처에 실패 후 택시를 운전하는 남성이다. 이 부부는 불륜 커플을 협박해 돈을 받는다. 어디가 끝인지 모를 길을 질주하는 인물, 그런데 왠지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것 같은 인물. 안재홍이 보여주는 인물들은 그렇다.

시리즈 'LNTS' 스틸컷 / 사진 : 티빙 제공

안재홍 역시 'LTNS'의 반응에 "또다시 은퇴설이 돌 줄 몰랐습니다"라며 자신이 생각했던 '사무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임박사무엘이라는 캐릭터가 생활 밀착형 모습으로 시작하는데요. 6화까지 회를 거듭하며 장르적인 얼굴을 띄게 되더라고요. '그래야 하겠다'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굉장히 일상적인 면부터 극적인 순간까지 사무엘을 통해 담아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 인물이 곧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다른 모습을 툭툭 보여주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 3화 엔딩에서 백호(정진영)에게 얻어맞은 사무엘을 보면서 우진이 걱정돼 눈물을 흘리는데요. 오히려 사무엘은 '나 왜 이 일이 재밌지? 살아있는 것 같아'라고 의외의 말을 하잖아요. 약간의 광기를 보여줘요. 그런 모습이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겠다 싶었고, 시청자들에게 '사무엘이 다른 모습이 있을 수 있겠다'라는 의구심을 주고 싶었어요. 정말 설렘부터 광기까지 다채로운 캐릭터가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시리즈 'LNTS' 스틸컷 / 사진 : 티빙 제공

우진(이솜)과 사무엘(안재홍)은 섹스리스 부부이지만, 불륜 남녀를 보며 자신들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이어간다. 그 속에서 서로를 향한 칭찬을 하거나, 전화로 성관계를 하는 상황 등 다양한 시도를 한다. 예민할 수 있는 촬영에 대해 안재홍은 "이 드라마는 명백하게 액션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정말 액션 찍듯이 촬영했고요. 액션 씬보다 더한 액션 씬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합이 정말 중요했거든요. 이솜 배우와 작품에서 세 번째 만남인데요. 이제야 좀 알 것 같아요. 영화 '소공녀'에서 저희 둘이 애틋한 연인의 한 단면을 보여줬고, 제 단편영화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에서는 헤어짐을 맞이한 연인의 모습을 보여줬거든요. 'LTNS'에서는 설렘부터 경멸까지 다양한 감정을 연기해야 해서 새롭고,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이솜 배우가 참 동물적인 연기자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애정 씬 뿐만 아니라 추격 씬, 카체이싱 등 정말 액션이 다양하고 많기도 했습니다. (웃음)"

시리즈 'LNTS'에서 사무엘 역을 맡은 배우 안재홍 / 사진 : 티빙 제공

그만큼 수위도 높았고, 등급 역시 19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LTNS'를 선택한 이유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 중 '소공녀'를 함께한 전고운 감독을 비롯해 과거 대학생 때 안재홍과 함께 작업한 임대형 감독과의 작업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정말 처음 보는 대본이었던 것 같았어요. 어디에서도 못 봤던 이야기였고, 정말 두 감독님이 '새로운 이야기를 하려고 하시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전고운, 임대형 감독님과 함께 작업하고 싶었고, 그분들에 대한 믿음이 강해서 같이하고 싶은 마음도 컸어요. 임대형 감독님은 제가 대학생 때, 처음으로 우리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에서 촬영한 작품에 연출자기도 하셨어요. 저랑 동갑이고, 친한 사이였어요. 이 두 감독님과 새롭고, 굉장히 색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시리즈 'LNTS' 스틸컷 / 사진 : 티빙 제공

하지만 'LTNS'를 보다 보면, 우진과 사무엘은 다른 국면에 부딪히게 된다. 사랑과 배신에 대한 'LTNS'의 질문이자, 극한의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두 사람의 처절한 면모가 드러나게 되는 것. 안재홍은 "이 작품 대본을 처음 볼 때부터 정말 점입가경의 전개로 흘러간다고는 생각했어요. 표면적으로는 섹스리스 부부가 불륜 남녀를 협박하는 것이지만, 그 돌은 사실 집으로 돌아오잖아요"라고 자기 생각을 밝혔다.

"사무엘이 바지까지 내리고 정말 극한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 창문을 깨고 집 안으로 돌이 들어와요. 굉장한 상징이라고 느꼈어요. 불륜을 추적하고, 미행하고, 협박했지만, 그 돌은 다시 이들에게 돌아오는 거구나. 그래야 하는 이야기였구나. 권선징악이라기보다 광기가 흐르는 드라마였다고 표현하고 싶어요."

시리즈 'LNTS'에서 사무엘 역을 맡은 배우 안재홍 / 사진 : 티빙 제공

돌이 돌아온다. 이와 흡사한 다른 상징도 있었다. 사무엘은 우진과 연애를 시작하며 차를 구입했다. 그리고 우진과 결혼 생활을 이어가며 유일하게 차 안에서 자유로워졌다. 어디든 함께 가려고 산 차가 어디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사무엘을 숨 쉬게 했다.

"택시 안에서만큼은 자신의 멋이라고 할까, 품위를 갖고 싶어 하는 인물 같아요. 그래서 밖에서보다 택시 안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택시 안에서는 거의 모든 장면에서 셔츠를 입었어요. 그런 면에서 택시라는 공간은 사무엘에게 꼭 필요한 숨 쉴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편집된 부분인데요. 4화에서 이성욱 배우가 연기한 남편 캐릭터가 주차장에서 자기 아내에게 '너 바람피우지?'라고 물어보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 장면도 차에서 혼자 술을 마시다가 나오는 설정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 사소한 디테일들이 감정적 이입을 높이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리즈 'LNTS'에서 사무엘 역을 맡은 배우 안재홍 / 사진 : 티빙 제공

앞서 말한 것처럼 안재홍의 연기는 '저 사람 어디엔가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품게 한다. 수집하다 못해 전화번호부를 읽는 동네 오빠 정봉(응답하라 1988)이 이상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래 사귄 여자 친구 백설희(송하윤)를 두고 잠깐 다른 마음을 보여준 김주만이 그랬고(쌈, 마이웨이), 심지어 실눈 뜨고 보게 되는 '마스크걸' 속 주오남까지도 '저렇게 일본어 섞어 말하는 사람 어디서 본 적 있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도대체 어떻게 캐릭터에 다가가길래, 그가 맡은 캐릭터는 이렇게도 강하게 땅에 발을 붙이고 서게 되는 걸까.

"가치관이나 철학이라고 하기보다는, 제가 개인적으로 품고 있는 생각이 있어요. 제가 연기할 때, 보시는 관객들이나 시청자분들이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할 것 같은 사람이다'라는 느낌을 받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그럴수록 이야기와 작품이 가진 메시지가 조금 더 생생하고 생기있게 전달될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그렇지만 작품마다 어울리는 화법이 있고, 톤앤 매너가 있잖아요. 작품마다 그런 고유한 것들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마스크걸'이면, '마스크걸'에 맞는. 'LTNS'면 'LTNS'에 맞는 화법이요."

시리즈 'LNTS'에서 사무엘 역을 맡은 배우 안재홍 / 사진 : 티빙 제공

안재홍은 좀 더 진짜가 되고 싶다.

"진짜 같은 순간을 담고 싶다, 더 생생한 감정을 갖고 싶다. 이런 마음이 저의 제일 순수한 마음인 것 같아요. 사실 제가 못해본 장르와 캐릭터가 너무 많아서요. 궁극적인 호기심이 있어요. (이)혜리 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콘텐츠에서는 '무협영화 해보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는데요. 반은 진심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들이 정말 많거든요. 그 작품들처럼, 제가 출연한 영화, 시리즈, 드라마 등의 작품들이 누군가에게 정말 좋아하는 작품과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최신기사


    최신 뉴스 더보기


        최신기사 더보기

          산업 최신 뉴스 더보기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