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 소화기 질환

전선하 기자 ㅣ seonha0112@chosun.com
등록 2024.03.07 13:22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건강증진의학과 소화기내과 정문경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건강증진의학과 소화기내과 정문경

체내에 지방 조직이 과다한 상태를 비만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성인 기준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체중(kg)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비만의 유병률은 지난 40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대한비만학회가 발간한 '2023 비만 팩트시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성인 전체의 비만 유병률은 38.4%입니다. 특히 남성은 2021년 기준 49.2%가 비만 상태로, 남성 2명 중 1명이 비만에 해당되는 셈입니다.

이렇게 증가하고 있는 비만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관상동맥 질환 등의 대사성 질환과 심혈관 질환 및 암의 원인이 되므로 사회적으로 큰 문제입니다. 또한 여러 연구에서 비만은 다양한 소화기 질환의 위험 인자로 작용하며, 예후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비만 인구가 증가하면서 관련된 소화기 질환의 빈도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비만은 역류성 식도염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특히 복부 비만, 내장 지방이 문제가 됩니다. 복부 비만으로 인한 복부 압력이 증가할 때, 위와 식도 압력 모두 증가하고, 하부 식도괄약근도 이완되어 역류성 식도염을 야기합니다. 발생률뿐만 아니라 역류 증상도 더 악화시킨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또한 연구에 의하면 계속된 위산 역류에 의한 바렛 식도 환자들도 정상 체중 사람에 비해 비만한 사람들에게 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비만이 심할수록 식도 선암종과 분문부 위암의 위험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비만 환자의 위식도 압박으로 인한 위액과 음식의 저류는 위궤양의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그 외 과민성 대장 증후군도 비만과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비만한 사람들의 식생활에서 섬유성 섭취가 적고, 탄수화물을 많이 먹는 식습관이 영향을 끼칠 수 있고, 고지방식을 하는 경우에도 장내 세균 환경이 안 좋게 변하여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 밖에도 비만은 기능성 위장 장애를 야기하여, 상복부 통증, 가슴 통증 및 가슴쓰림, 구토, 구역질, 헛배부름, 설사 같은 다양한 기능성 위장관 증상과도 연관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비만은 대장 선종 및 대장 직장암과 관련이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비만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대장 선종 및 대장 직장암의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비만으로 인한 만성 염증과 인슐린 저항성, 아디포카인, 장내미생물 불균형 등이 대장 선종과 대장암 발생에 기여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비만은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 및 간암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습니다.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 환자에서 비만은 질환의 발생, 질병 악화와 관련이 있으며 간내 염증 및 간 섬유화의 위험인자로도 작용합니다. 따라서,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에서 체중 감량을 위한 비만 치료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비만은 간암의 발생과 간암 환자의 사망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위험인자입니다. 

아울러 비만은 담낭 질환과도 연관성이 있습니다.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비만으로 간의 콜레스테롤 분비가 과도하게 일어나고, 만성 염증 및 조직 손상이 유도되며, 인슐린 저항성, 고인슐린혈증 등이 발생될 수 있습니다. 이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담낭의 손상과 기능 이상이 유발되고 그 결과 다양한 담낭 질환이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담낭 담석, 담낭 용종, 담낭염, 담낭암 등을 포함한 다양한 담낭 질환과의 비만 관련성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비만이 담낭 질환의 강력한 위험인자로 인식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암뿐만 아니라 이러한 위장장애를 포함한 다양한 소화기 질환은 만성적인 통증을 유발하고 일상생활의 기능을 저하시키며 심리적 고통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물론 비만 외에도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소화기 질환 증가에 기여하고 있으나, 비만은 수정 가능한 위험 요소입니다. 이전에 비해 비만 치료에 효과적인 약물이 나오고 있고 수술적 치료도 발전하고 있지만 식사 요법과 운동과 같은 생활습관 교정은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고 대사성 질환이나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총 에너지 섭취량을 줄여야 합니다. 하루 500kcal 이상의 총 에너지 섭취량 감량을 권고합니다. 또한 운동은 주당 150분 이상, 혹은 주 3~5회 유산소 운동과 주 2~4회 근력 운동을 병행할 것을 추천합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권고안이며 개인의 심폐 기능이나 관절 건강 상태에 따라 운동량은 조절하면 됩니다. 운동은 한 번에 몰아서 하기보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매일 30분 이상 해야 체중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규칙적인 운동만큼 평소 신체 활동량을 늘리는 것도 필요합니다. 실내에서도 많이 움직이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는 노력으로 칼로리를 소모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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