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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새로운 걸 하고 싶다"…이병헌 감독, '닭강정'에 담은 열망[인터뷰]

이우정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4.03.20 18:03

사진: 넷플릭스 제공

'나른한 천재', '말맛의 귀재' 이병헌 감독이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도전에 나섰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닭강정' 이병헌 감독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닭강정'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민아(김유정)를 되돌리기 위한 아빠 선만(류승룡)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백중(안재홍)의 신계(鷄)념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 이병헌 감독은 박지독 작가의 동명 웹툰 '닭강정'을 드라마화했다.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이병헌 감독은 '닭강정'을 보고 새로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재밌는 소재를 찾아다니고 있었고, 코미디 장르를 한다면 좀 더 다른, 도전적인 것들을 하고 싶었다"라고 운을 뗀 그는 "'닭강정'을 병맛이라고 하는데 저에게는 병맛이라기보다는 새로운 폼의 코미디라고 느껴졌다"라며 "보는 분들께 어떻게 어필이 될지 궁금했고, '해볼 만한 이야기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투자에 대해서도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자고 생각했다. '할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면 투자가 될 거니까'라는 생각으로 부담 갖지 않고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특히, '닭강정'은 류승룡과 안재홍, 생활 코미디 연기 투톱 배우를 캐스팅해 화제를 모았다. 이병헌 감독은 "어려운 코미디 작품이었기 때문에, '그렇다면 누가 할 수 있을까' 했을 때 이야기나 장르를 떠나서 두 분이 가장 처음 생각났다"라며 "생활 코미디를 너무 잘 하는 분들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두 분이 떠올랐다"라고 캐스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현실화하기 어려운 소재에 캐릭터의 극성까지 짙은 작품이었기에, 만화적인 캐릭터를 현실로 끌어올 배우들의 힘이 중요했다. 이병헌 감독은 "배우분들이 제 생각보다 진지하게 접근을 해주셨다. 작품만 보면 마냥 가벼워 보이고 병맛 코미디 장르이지만, 그래서 더 어려운 작품이다. 만드는 사람으로서는 조마조마하고 진지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현장에서도 모든 배우들이 어려운 연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쫄리지 말자'하는 생각이었는데, 누구도 겉으로 (어려움을) 드러내지 않고 진지하게 작업해 주셨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떠올렸다.
극 중 닭강정으로 변한 '민아' 역을 맡은 김유정은 비현실적 설정까지 능숙하게 소화해 현장의 중심을 잡아줬다고. 이병헌 감독은 "유정 씨와 처음 작업해 보는데 정말 베테랑 선배님 포스가 있더라. 선배님들은 알아서 잘 해주시니까 제가 편한데, 유정 씨가 딱 그랬다. 알아서 뚝딱뚝딱 잘 연기한다. 디렉션도 별로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쉬운 연기가 아니었을 텐데, 그냥 카메라 앞에 가서 금방 해내는 모습을 보고 '이 사람 참 좋은 배우구나', '베테랑 포스가 있는 선배님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닭강정'에는 김유정을 비롯해 정호연, 진영, 조현재 등 화려한 특별출연 라인업으로 채워졌다. 특히 이병헌 감독은 "캐릭터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 모습이 배우들과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라며 정호연과의 첫 협업 소감을 전했다.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 반열에 오른 정호연을 캐스팅한 것에 대해 "해외 반응을 생각하고 요청한 건 아니었고, 원래 '오징어 게임' 전부터 친분이 좀 있다"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역할을 드리게 됐는데, (작업해 보니) 깜짝 놀랐다. 경험이 많지 않은 배우분들과 작업할 때는 저도 어느 정도 도와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한다. 그런데 호연 씨는 코미디가 처음인데도 준비를 많이 해왔더라. 많은 대사를 줄줄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리듬감 있게 해줬다. 덕분에 재밌게 작업할 수 있었다"라고 떠올렸다.

여기에 진영과 조현재 등 훈훈한 세대별 배우를 택한 이 감독은 "망가뜨리고 싶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유태영' 역은 멋있음 안에서도 뭔가 빈 듯한 느낌이 있어야 했다. 진영 씨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유태영 역에) 잘 어울렸다. 만나보니 굉장히 위트 있고 똑똑한 사람이었다. 제가 너무 좋아하는 위트를 구사하는 사람이었다"라고, 조현재에 대해서는 "잘생긴 40대 배우를 찾다 보니 제 눈에 제일 잘 생겨 보이시더라. 한량 역할을 하는데 카리스마도 있고, 허술한 뭔가가 있어야 했다. 진지한 모습을 깨보고 싶은 마음이 떠올랐다. '이제 망가뜨려야지' 싶은 생각이 들더라"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병헌 감독은 '닭강정'을 통해 창작자로서 다양성에 도전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한계를 돌파한 시도였다. 하지만 소재적으로 호불호가 강한 점은 감안할 수밖에 없다. 이병헌 감독 역시 "우리 작품은 명확한 취향이 필요한 작품은 맞다"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제가 좋아하고 그나마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작업하고 있다. 저는 공부하고 있는 입장에 있다고 생각하고, 계속 일을 해나가는 것이 (제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지금으로서는 취향껏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라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극한직업'으로 천만 감독이 되고, 이후 '멜로가 체질'로 많은 이에게 인생작을 선사해 준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으로 팬층을 다진 그는 앞으로도 도전을 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 입장에서는 조금씩 새로운 것들을 해오고 있었지만 비슷하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다. 그런 점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 안 하려고 하고 있다. 앞으로 관객분들,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계속 새로운 걸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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