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당신이 잠든 사이에’ 척추내시경 수술

김종훈 기자 ㅣ fun@chosun.com
등록 2024.04.26 17:04

신경외과 전문의 전형준 원장(광명21세기병원)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등 글로벌 기관들은 한국인 1인당 평균 수면 시간이 세계 평균에 못미친다는 조사를 발표한 바 있다. 세계적 기준 보다 적다는 수면 시간이지만 국내 일부 의료계에서는 불과 1시간 이내의 짧은 수면이라도 검사, 치료에 활용하며 보다 편하고 부담 없는 수술 등이 가능하다. 위, 대장 검사에서 쓰이는 ‘수면’ 내시경과 치과 간판의 주 메뉴가 된 ‘수면’ 치료 등이 대표적이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치료로 주목 받는 새로운 의료 분야가 있다. 직립 보행과 함께 시작됐다는 척추 질환에 수면 내시경 수술을 적용하고 있는 척추 전문 병원 이야기다. 벌써 10년째, 당신이 잠든 사이에 디스크를 비롯한 척추 질환 수술을 진행하며 호응을 얻고 있는 광명21세기병원 신경외과 전형준 병원장을 만나봤다.


Q. 광명21세기병원은 어떤 곳인지?


A. 2013년 개원이래 신경외과를 중심으로  정형외과, 내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전문의들과 협진을 진행하고 있는 병원이다. 100세가 넘은 어르신 수술로 유명했던 정형외과를 비롯해 각 과별 별도 진료는 물론 국내에서 독보적인 척추 내시경 수술 등을 진행하고 있다.


Q. 수술 명칭에 수면과 내시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점이 독특하다. 어떤 수술인지 궁금하다.


A. 말 그대로 환자가 수면하고 있는 동안 내시경으로 치료할 부위를 수술하는 치료다. 수면이라는 단어는 전신 마취가 아닌 익히 알고 계신 수면 내시경의 수면과 유사하기 때문에 수술을 쉽게 설명드리기 위해 사용하게 됐다. 내시경이라는 말은 10mm 이하의 내시경을 척추 부위에 최소 거리, 범위로 삽입해 수술한다는 우리 병원의 핵심 기술을 의미한다. 수술 순서대로 설명하면 환자가 잠들면 척추내시경을 이용하여 최소범위로 원인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게 되고, 통상적으로 치료는 30~40분 이내에 끝나게 된다.


Q. 위 내시경 같은 검사가 아닌 이상 물리적, 외과적 역할이 동반되는 척추 수술이 잠든 사이에 완료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주사 또는 비수술 치료와 어떤 차이가 있나?


A. 주사를 놓는 경우는 통증을 줄이거나 염증 치료 등을 위해 약물을 해당 부위에 투입, 투약하는 것인데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경우의 주사 치료는 일시적 치료에 그치고 재발되는 경우가 많다. 척추 수면 내시경 수술은 MRI 등 사전 검사와 환자와의 문진 등으로 찾은 원인 부위를 밀리미터 단위로 절개하고 그 보다 작은 특수 내시경을 넣고 병변을 화면으로 보면서 레이저, 절삭기 등으로 수술한다. 신체 외부 절개부터 내부 수술까지 미세하게 진행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수술이라는 점에서 환자분도 주사를 맞는 정도로 인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Q. 장점은 무엇일까?


A. 척추 수술이라 하면 의학 드라마에서 보듯 척추 절개 면적이 크고 해당 부위를 열어놓고 수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부와 외부 상처 회복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술 범위가 크고 전신마취를 진행하다보니 수술 직후 환자와 보호자에게 부담될 수 있고 환자의 나이, 건강 상태에 따른 제약도 있기 마련이다. 반면 척추 수면 내시경 수술은 수면 내시경을 마친 정도의 시간이면 (전신마취와 달리) 신체 활동이 돌아오기 때문에 건강한 환자분의 경우, 수술 다음 날 퇴원이 원칙이다. 수술 회복은 물론 일상 생활 복귀가 빠르고 부작용이 덜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Q. 척수 수면 내시경이 국내에 대중화됐나? 해외에서도 시행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개원 이래로 쭉 척추 내시경 수술을 진행해해왔는데 지난 2월에 3000 건이 넘었다. 최근들어서는 척추 내시경 수술에 관심과 기대를 갖고 많은 분들이 내원하고 계시다. 근처 지역을 넘어 지방에서도 많이 찾아주시고 있다. 또 한가지, 국내나 해외에서 척추 수면 내시경에 대한 관심,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전문의들이 우리 병원을 방문해 척추 내시경 관련 연수를 받고 있는데 미국 신경외과 전문의, 정형외과 전문의도 십여명 다녀갔고, 동남아 및 베트남에서도 척추전문의들이 척추 수면 내시경 수술을 배우기 위해 병원을 방문할 예정이다.


Q. 척추 수면 내시경 수술의 사례와 환자 만족도, 성과에 대해 설명해 달라.


A. 척추 질환이 있으신 분들은 허리를 펴고 구부리기 힘들다, (협착 등으로) 오래 걷지 못한다, 걷다가 중간에 쉬어야 한다 등의 증상이 가장 흔하다. 우리 병원에서도 이러한 증상과 통증에 대한 치료를 많이 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환자들이 통증이 없어졌고 걷고 움직이기가 휠씬 편해졌다고들 이야기한다. 일상 생활과 생업에 빠르게 복귀했다는 점에서 수술 효과나 만족도가 높은 치료라고 생각한다. 


Q. 수면 내시경 또는 기타 수술, 치료를 준비할 때 어떤 점에 주력하고 있는지?


A. 환자에 대한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작든 크든 수술 보다는 비수술적인 치료를 우선하고 있기 때문에 사전 검사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면서 환자, 보호자와 충분히 대화하고 의견을 드리면서 대책,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어떤 행태의 생활을 하시는 분인지, 어떤 치료가 이 환자에게 얼마큼의 유지 기간 또는 효과를 줄 수 있을지 등을 이야기하게 된다.


Q. 기억에 남는 환자분이 있나?

A:  여러 에피소드와 기억 나는 환자분이 있지만 다른 병원에서 큰 수술을 해야한다고 수술을 미루던 할머니가 수술 후, 며칠만에 완쾌되어 퇴원하신 경우나 회사 선배들 눈치보여서 입원을 오래할 수 없다던 20대 신입 사원 분, 가게 운영 때문에 자리 비우기를 우려하던 음식점 사장 등이 다음 날 퇴원하신 게 기억에 남는다.


Q. 목, 허리 디스크에 대한 수술 방법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는 병원 입장에서는 척추 질환 등에 대한 관점이나 생각도 기존과 다를 것 같다. 평소 통증으로 고민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전할 이야기가 있다면?


A. 허리나 목 디스크 환자분들의 공통점은 통증, 불편이의 강도와 빈도 수는 다르지만 살아가는 동안 계속 지속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환자에게 가장 큰 고통은 통증과 걷기, 일상 생활 불편에 따른 두려움일 것 같다. 백세시대라고 하는데 자기 삶이 위축되는 일이니 심리적인 부담도 커지는 것이다. 하지만 워낙 보편화된 디스크나 척추 질환을 이제는 병이 아닌 증상으로 보고 고쳐나갔으면 한다. 생활 습관의 변화, 적절한 운동 등으로 고쳐나가는 분들도 많고 전문 병원에서의 수술, 비수술 치료 등을 통해 좋은 해법을 찾는 분들도 많다. 누구나 최적의 관리 방법을 찾아 개선하고 좋아질 수 있으니 무조건 참기 보다는 병원을 찾아 자신에게 맞는 치료와 관리를 해보길 권하고 싶다.


Q. 국내에 이 같은  수술을 진행하는 병원이나 의료진이 풍부한가? 장점이 많다면 관련 기술이 대중화되면 좋을 것 같다.


A. 3000 건이 넘게 진행한 수술이다 보니 학회 등의 논문을 통해 의료계에서는 꽤 알려진 수술이다. 국내에서는 우리 병원에서 함께 일한 후배 의사들이 관련 수술을 진행하고 있고, 해외에서도 척추내시경 치료에 관심있는 의사들이 매년 우리병원을 찾아온다. 올해는 인공지능을 도입한 척추 로봇 수술도 도입 예정이다.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좋은 치료결과로 지역사회에 보답하는 병원으로 남고싶다.


■ 전형준 병원장 

현) 삼성의료원(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외래 교수

현) 광명21세기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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