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류성 식도염의 이해

전선하 기자 ㅣ seonha0112@chosun.com
등록 2024.06.04 14:37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소화기내과 유승희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소화기내과 유승희

서구적 식습관과 운동 부족, 이로 인한 비만 인구의 증가 등으로 역류성 식도염은 이제 우리에게 꽤 익숙한 질환이 되었습니다. 복부비만인 40대 A 씨는 저녁 과식 후 한밤중에 올라오는 신트림, 가슴이 타는듯한 통증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다음날 내과에 방문하여 몇 가지 문진과 이학적 검사 후 역류성 식도염이라는 진단과 함께 약물을 처방받았습니다. 거기에 꼭 체중조절과 운동, 야간 음식 섭취, 흡연을 금하라는 잔소리도 덤으로 들었습니다. 이건 매우 쉽게 그려지는 익숙한 풍경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50대 여성 B 씨는 오히려 마른 체형이나 운동은 전혀 하지 않는 저질 체력의 소유자입니다. 식후에 누워서 TV 보며 소화시키다 잠드는 것이 습관인 분이지요. 언젠가부터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면서 야간에 마른기침이 지속되었으나 감기약을 먹어도 호전이 없자 이비인후과에 방문하였고, 역시 역류성 식도염약을 처방받았습니다.

역류성 식도염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요? 먼저 소화의 과정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음식을 섭취하면 식도의 꿈틀거리는 연동운동이 음식을 위장 쪽으로 점진적으로 밀어줍니다. 음식이 이동함에 따라 평소에 조임근으로 닫혀있던 식도하부가 이완이 되고, 음식은 위장관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우리가 누워서 음식을 먹는다고 해도 아래로 (위장 방향으로) 음식 이동이 되는 이유입니다. 위는 강력한 위산(PH1.0-1.5)이 포함된 위액이 분사되어 음식을 소화시키고 잡균들도 살균합니다. 강한 산성에 견딜 수 있도록 안전한 점막과 두터운 근육층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식도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위장 안의 내용물이 식도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식도 하부의 조임근으로 단단히 닫혀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곳을 헐겁게 만드는 어떠한 상황이 생긴다면, 위산이 포함된 위액이 역류하여 식도를 자극하고 상처를 낼 것이고, 바로 이것이 역류성식도염입니다.

상처가 난 식도는 타는듯한 흉부 작열감(heart burn), 신물 역류(acid reflux), 구역/구토 등의 증상을 유발하게 되는데, 이를 전형적인 식도 증상(esophageal symptom)이라고 합니다. 둔감한 분들도 있겠지만 심장통증으로 오인할 만큼 심한 통증으로 응급실에 내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전형적인 통증은 정황상 진단도 비교적 쉽고, 치료에도 잘 반응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역류한 위산이 식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인후두부까지 자극하거나 기도로 흡인(aspiration)이 된다면 기침, 인후두역류(laryngopharyngeal reflux), 이물감 (globus), 쉰 목소리 등의 식도 외 증상(extraesophageal symptom)을 유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발생학적으로도 기도와 식도는 기원이 같아서, 자극을 받으면 기침이 나오게 되는 기침 발작버튼(감각수용체)이 식도에도 일부 남아 있다고 합니다. 역류한 위산이 멀리 안 가고 바로 식도에서도 기침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만성적인 기침, 이물감을 호소하는 경우에 역류성 식도염이 하나의 치료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연구해 보니 반대로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문제인데요. 아시다시피 식도는 복강이 아닌 흉강 내에 위치합니다. 호흡기 질환이 있는 경우 숨쉬기가 힘들다 보니 흉강 내부의 압력에 변화가 유발됩니다. 이로 인해서 식도 하부의 조임근이 헐거워지게 되고, 역시 2차적으로 위산 역류가 유발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천식 같은 호흡기 환자에게 역류성식도염이 많이 동반되긴 합니다. 즉 호흡기 환자에게 역류성식도염이 발견된다면, 그 둘의 인과관계는 사실 반대일 수도 있고, 아무 상관 없는 독립적인 사건일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역류성 식도염 치료가 기침에 효과가 있을 수도 있고, 별 효과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조사를 해보았더니 전형적인 역류성 식도염보다, 이런 비전형적인 역류성식도염의 치료비가 5.6배나 더 높게 나왔다고 합니다. 역류성 식도염이 기침의 제일 큰 원인은 아닐진데, 상당히 높은 비율입니다. 아마도 전형적인 증상에 비해 약의 효과가 드라마틱하지 않아 치료 기간이 길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맵고 짠 음식을 선호하는 문화에서 위염은 매우 흔한 질병인데요. 식도염 약제가 바로 매우 강력한 위산 억제제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동반되는 속쓰림 증상, 위염에도 당연히 효과가 (과하게)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래저래 약을 달고 사시는 분들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역류성 식도염 약제는 장기간 처방되어 온 비교적 안전한 약물에 속하나,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다는 것은 잘 아시지요. 지나친 것은 모자람보다 좋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약제 이외에 치료법도 고민해 봐야 할 것입니다. 당연히 선행되어야 할 것은 유발요인의 제거입니다. 유발요인이란 식도 하부 조임근을 헐겁게 만드는 여러 조건, 복부 압력이 증가하는 경우가 되겠습니다. 흔히 커피, 담배, 기름진 음식, 페퍼민트 등의 음식이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한다고 하는 게 바로 이 식도 하부 조임근을 이완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최대한 피할 수 있다면 피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한 고혈압약, 천식약 중의 일부도 식도 하부를 이완시키거나 마른기침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으니, 최근에 치료약제의 변경이 있었는지 확인해 봐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복부 압력이 증가하는 대표적인 상황인 복부비만, 임신, 과식, 꽉 조이는 속옷, 식사 직후 눕거나 잠드는 습관들은 위산 역류를 당연히 일으킬 것입니다. 역류성 식도염 치료에 가장 효과적이기도 하고 다른 부작용이 없으며 다른 순기능이 많은 치료는 바로 체중감량입니다. 소식과 헐렁한 속옷, 식후 가벼운 운동 등이 당연히 도움이 되겠지요?


그 외에도 과도한 혀 안쪽의 깊숙한 칫솔질은 구역반사를 유발하고, 음주 후 억지로 토하는 습관, 식후 과도한 트림 등은 모두 역류를 조장합니다. 트림은 일시적으로 복압을 낮추어 순간적인 불편감이 해소될 뿐 배출되는 음식, 공기와 함께 위산이 역류하여 식도와 후두를 자극하게 됩니다. 음식을 빨리 먹게 되면 같이 공기도 많이 먹게 되어 복부 팽만감으로 트림하게 되는 것이므로 천천히 음식을 섭취하도록 해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백한 유발요인이 없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식도 열공탈장과 같은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경우는 남들보다 더 쉽게 역류가 유발됩니다. 체중감량이 하루 이틀에 해결되지도 않습니다. 그렇기에 약물치료를 소홀히 할 수는 없습니다. 심한 역류성 식도염은 통증도 문제이지만 방치될 경우 이차적으로 식도의 협착과 출혈을 유발할 수 있어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해결이 되지 않는 난치성의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그보다 먼저, 혹시 역류성 식도염이 아닌, 다른 질환인지도 다시 숙고하여야 할 것입니다. 짧은 글로 그 다양한 사례를 다 기술할 수는 없으니, 이는 반드시 직접 진료한 주치의 선생님과 소통하며 그 의견을 따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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