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의 글로벌인사이트] 몰락한 일본 대표 혐한 신문 '석간후지'

정상혁 기자 ㅣ digihyuk@chosun.com
등록 2024.11.27 14:48

한국의 도쿄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을 비난한 2021년 6월3일자 석간후지 기사 ​

일본의 대표적 혐한 신문 '석간후지'가 휴간된다. 산케이신문사는 지난 10월1일 자매지 '석간후지'를 인쇄판과 전자판 모두 내년 1월31일까지만 발행키로 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공식 사이트 'zakzak'도 내년 1월 31일자로 업데이트가 중단될 예정이다.

'석간후지'는 1969년 타블로이드판 크기의 석간지로 창간된 이래 '주황색의 멋진 녀석'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퇴근길 직장인들에게 황색 저널리즘의 진수를 보여줬다. 특히 이 매체는 혐한 기사를 자주 게재해 '잃어 버린 30년'으로 무기력과 열등감에 빠져있던 일본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줬다. 또한 극우세력들과 노선을 같이 해 대중을 선동하는 포퓰리즘 정치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2013년 10월7일 '석간후지'는 ‘한국, 비열한 도쿄올림픽 망치기 획책’이라는 제목 아래 한국 정부가 일본의 올림픽 유치를 방해하기 위해 개최지 선정 투표 직전 수산물 금수조치를 취했다고 비난했다. 앞서 4일에는 '한국 경제, 반일 방사능 유언비어 대타격’ 기사를 1면 톱으로 실었다. 일본 수산물 금수조치를 취한 한국에서 오염수 문제에 대한 악소문이 퍼져 수산업이 망하기 일보직전이라는 내용의 기사였다.

2014년 10월8일 한국 검찰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한 루머를 보도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가토 다쓰야(加藤達也·48)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독신 여성 대통령이 유부남과 남녀 관계가 있는 것처럼 허위 보도한 것은 악의적 비방이고, 공익성 또한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소 이유를 밝혔다.

일본에는 산케이신문과 자매지 '월간후지' 이외에도 분게이슌주(文藝春秋), 윌(WILL), 주간포스트 등과  같은 혐한 매체들이 차고 넘친다. 반면 아사히신문과 같이 혐한을 부추기는 자국 언론의 행태를 비판하는 정론 매체도 있다. 이 신문은 2019년 9월16일 ‘혐한과 미디어, 반감 부추기는 풍조를 우려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외교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문제 제기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며 “처음부터 상대국에 대한 비난 의도가 담긴 글은 건설적 논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출판물 판매 및 시청률을 목적으로 혐한 논평을 보도하는 언론은 공기(公器)로서의 자질이 의심된다”고 했다.

​'석간후지' 휴간에 대해 회사 측은 디지털 단말기의 보급과 코로나로 인한 구독자 감소, 원자재값 및 운송비 상승으로 인한 경영난 등을 이유로 들었다. 팩트 체크 안 된 '카더라 통신'으로 도배된 기사, 선정적이고 도발적인 내용을 1면 톱으로 올리는 논조, 혹세무민하는 선동적 칼럼 등 질 낮은 컨텐츠에 대한 통렬한 반성은 전혀 없었다. '석간후지'의 재창간이 그닥 희망적이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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