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 커>

생활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아파트 관리비.
최근 이 아파트 관리비를 할인해 주는 카드들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카드로 편리하게 관리비를 내는 대신 카드 결제 대행 수수료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보도에 최보윤 기잡니다.

<기 자>

가계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는 아파트 관리비.
최근 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아파트 관리비를 할인해주는 이른바 ‘아파트 카드’가 발급장수만 45만장에 달하며 카드업의 주력상품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현재 아파트 관리비 전용카드를 발급하는 곳은 총 7곳.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조건도, 혜택의 폭도 모두 다르지만, 대부분 카드의 ‘결제 대행 수수료’는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카드사 관계자]
“자동이체 서비스는 2003년부터 이미 신한카드랑 시작하고 있었다. 그 때 고객부담 수수료가 700원이었다. 작년에 아파트 카드를 만들면서 700원은 비싸다고 보고, 330원 정도를 고객부담으로 한 거다.”

하지만, 이에 대해 위법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재 여신전문금융업법에는 신용카드 가맹점은 가맹점 수수료를 신용카드 회원에게 부담해서는 안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현금이든 카드든 동일한 금액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결제 대행 수수료'에 관한 예외 사항도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아파트 관리비 카드는 별다른 설명 없이 소비자에게 결제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겁니다.

[이주홍 녹색소비자 연합 정책팀장]
“결제대행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관행은 관리비 뿐만 아니라 여러분야에 있어왔다. 수수료 몇백원이 중요한 게 아니고 기업은 그걸로 큰 수익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대부분의 아파트 카드는 결제 계좌를 해당 은행으로 설정해 놓을 경우, 결제 대행 수수료를 면제 해 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건당 200원에서 300원 가량의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부과하고 있습니다. 
카드사측은 관리비의 경우, 은행 계좌 이체나 방문 결제를 해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가 있듯이 카드 결제 역시 소비자가 이 같은 비용을 일부 부담하는 것일 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카드사 관계자]
“관리비를 내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계좌 자동 이체로 하든.. 계좌 송금을 하든.. 직접 관리소에 내든..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그 중 카드도 하나의 서비스로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일종의 편의에 의한 서비스 개념이다. “

일반적으로 카드 결제과정에서 카드사의 수익은 가맹점의 수수료에서 나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가맹점은 카드 수수료를 소비자 가격에 일부 포함시키고, 카드사는 여기서 다시 일정 수수료를 밴사와 나누는 구조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구조를 아파트 관리비 카드 결제 시장과 비교해 보면 바로, 관리소가 ‘가맹점’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파트 관리소는 입주민이 모여 구성하는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일반적 가맹점과는 또 다른 해석이 필요해 논란이 되는 것입니다.
이때문에 카드사들은 아파트 관리 사무소의 가맹점 수수료율을 대부분 0%로 정합니다.  
결국, 카드사는 관리비 카드 사업으로 수익을 본다기 보다는 고객 확보에 주력한다는 계산입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카드사가 밴사에 지급하는 결제 대행 수수료를 대신 부담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카드사 관계자]
“신용카드라는 게 하나의 밴, 즉 아파트쪽의 부가가치망을 가지고 있는 중간 대행 업체하고, 은행하고 제휴를 맺어서 관리비 할인, 연계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다. 분명히 이 서비스에 대한 비용은 발생하는데.. 은행이 해당 비용을 고객에게 이자 수치하는 것도 아니고.. 가맹점 수수료 부분도 내부적으로는 기관에 따라 정책을 정하겠지만.. 결제대행수수료만큼은 하나의 금융서비스로 보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사실 아파트 관리비 카드만은 아닙니다.
각종 자격증 시험 응시료 등 국가시험에서도 카드 결제에는 일정 결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 주관의 공인 회계사 시험 역시 카드로 응시료를 결제할 경우 1,650원의 결제대행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응시료 5만원의 3.3%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현행 국세를 카드로 납부할 때 역시 납세자는 결제 대행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기획재정부령으로 납부 대행 수수료를 납세자로부터 받을 수 있도록 법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유일한 예외사항으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에 현재 영리 사업만을 전제로 한 여전법의 한계를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
“현재 여전법은 카드 회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비영리 사업 또는 비영리 단체인 경우에 예외적으로 카드 수수료를 고객이 부담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입법론으로 시정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융당국 역시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이같은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비즈니스앤 최보윤 입니다. [boyun7448@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