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구지은, 삼성·범LG가 '딸들의 급식전쟁'

    입력 : 2015.02.11 13:42

    이부진 호텔신라·제일모직 사장(왼쪽)과 구지은 아워홈 부사장


    이부진 호텔신라·제일모직 사장과 구지은 아워홈 부사장이 연간 10조원이 넘는 단체 급식시장을 놓고 전쟁이 벌이고 있다. 크게 보면 삼성가와 범(汎) LG가의 경쟁이고, 작게는 사촌 자매끼리 벌이는 시장 쟁탈전이다.


    이부진(44) 사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다. 구지은(48) 부사장의 어머니는 이건희 회장의 누나인 이숙희씨다. 사촌 간이지만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가와 범 LG가로 나뉘며 급식시장에서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 구지은의 전문성 VS 이부진의 공격적 마케팅


    구 부사장은 아워홈에서 11년간 식품·급식사업에 주력했다. 전문성은 이 사장보다 앞선다는 평가다. 구 부사장은 2004년 아워홈 구매물류사업부 부장으로 입사해 올해 85세인 구자학 회장을 대신해 회사를 이끌고 있다.


    구 부사장은 2009년 아워홈 자회사 캘리스코 대표를 맡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캘리스코는 아워홈의 외식사업 '사보텐'을 물적분할해 세운 회사이다. 구 부사장은 2010년 60억원이 안 됐던 이 회사 매출을 2013년 478억원 규모로 키웠다.


    구 부사장과 달리 이 사장은 급식 이외에 면세점과 호텔 경영에도 손을 대고 있다. 삼성의 급식사업은 제일모직(옛 에버랜드) 자회사인 삼성웰스토리가 전담한다. 이 사장은 제일모직의 경영전략담당 사장으로 사실상 웰스토리 사업을 총지휘한다.


    이 사장은 구 부사장보다 늦게 급식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아워홈의 '텃밭'이던 단체급식시장을 삼성의 먹을거리로 키워놨다. 사업장 수는 웰스토리(731개)가 아워홈보다 169곳 적지만 전체 매출은 1조6100억원으로 아워홈(1조3000억원)보다 많다. 고가 정책을 내세운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 급식서 외식 유통업으로 외연 넓혀…다른 듯 닮은 경영스타일


    이 사장과 구 부사장의 경영 스타일과 성격은 비슷하다는 평가다.


    이 사장은 꼼꼼하고 빠른 의사 결정을 내린다. 이 사장의 한 측근은 "이 사장은 회사에 문제가 생기거나 중요 사업 결정을 내릴 때 굉장히 빠르게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웰스토리 사업에 대한 대면 보고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는 이 사장이 호텔신라·신라면세점을 발판으로 유통업에 역량을 기울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그룹이 화학 계열사를 한화로 넘긴 만큼 이 사장이 유통업에 더 집중할 것이란 분석이다.


    유통업계 한 고위임원은 "이 사장은 급식뿐 아니라 인수합병으로 마트·백화점 등 채널을 만들어 유통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기존 유통업체들은 이 사장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부사장은 세심한 성격으로 여성 CEO로서의 면모를 지녔다. 특히 서울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만큼 회사 자금·인력 관리에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구 부사장의 한 측근은 "경영진 회의에서 구 부사장은 회삿돈이 어디 어떻게 쓰였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문제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해당 임직원을 나무란다"며 "구 부사장이 책임자 명단을 급히 찾거나 소비자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할 땐 고참 임원들도 바짝 긴장한다"고 덧붙였다.


    구 부사장은 앞으로도 식품·급식·외식 사업 확장에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최근 대표이사로 합류한 CJ제일제당(097950) (375,500원▲ 500 0.13%)출신의 김태준 아워홈 사장이 이를 돕는다. 노희영 전 CJ제일제당 고문(부사장)도 아워홈의 핵심사업을 컨설팅한다.


    아워홈 관계자는 "구 부사장이 김 사장, 노 전 부사장과 함께 브랜드 이미지 개선, 중국 등 해외 단체 급식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