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헬스케어株 잡아라"... 비중 갈수록 확대

    입력 : 2015.02.12 09:07 | 수정 : 2015.02.12 11:01

    신흥국 고령화 진행되면서 기술력 높은 업체 나타나자
    관련株 편입 잇따라 늘려 정부 정책적 지원도 호재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 계륵(鷄肋) 취급을 받던 헬스케어주가 요즘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일등 공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 가치를 평가하기가 어렵고 정치인 테마주만큼이나 주가 오르내림이 심해 펀드에 편입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신흥국에서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 국내외 헬스케어 시장에서 기술력으로 인정받는 중견·중소기업이 하나둘 나타나자 편입 비중을 확대하는 매니저들이 늘어나고 있다.


    ◇헬스케어 관련 주 편입 비중 늘어


    글로벌 펀드 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헬스케어주 평균 편입 비중은 2014년 10월 기준 2.7%다. 2년 전보다 0.9%포인트 늘었다.


    미래에셋한국헬스케어증권투자신탁 1(주식)종류F가 국내 주식형 펀드 중 헬스케어주를 가장 많이 담고 있다. 총자산의 80.8%가 헬스케어 관련 주다. 메디톡스·서흥·뷰웍스·아이센스·바이넥스·휴온스에 투자하고 있다. 동부바이오헬스케어 1[주식]ClassA도 73.03%로 높은데 에이치엘비·내츄럴엔도텍·인바디 등이 편입돼 있다. 두 개 모두 헬스케어 관련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테마 상품이다.



    헬스케어펀드 못지않게 관련 주 편입 비중이 높은 중소형주 펀드도 있다. 프랭클린오퍼튜니티증권자투자신탁(주식)Class A와 프랭클린지속성장(주식) Class C는 총자산의 28.4%, 21.4%씩 헬스케어주를 담고 있다. 메리츠e-코리아증권투자신탁[주식], 미래에셋성장유망중소형주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종류C5도 15% 이상 편입하고 있다.


    헬스케어주를 많이 담은 펀드는 수익률이 좋았다. 총자산의 10% 이상 헬스케어주를 담고 있는 국내 주식형 펀드 13개는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이 15.4%였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1.5% 수익을 내는 데 그쳤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주식형 펀드에서 헬스케어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는 설정액 1000억원 이하인 펀드의 편입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헬스케어주, '실체 없는 테마주' 오명 벗나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2000년 중반까지 '실체 없는 테마주'라는 오명이 따라다녔던 헬스케어주가 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랜 연구개발(R&D) 과정을 거쳐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고 해외에 기술을 역(逆)수출하는 등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는 것.


    메디톡스는 지난해 미국 앨러건(Allergan)사에 차세대 보톡스 제품의 기술을 이전하는 계약을 맺었다. 수출 금액은 3억6200만달러(약 3972억원)로 2014년 한 해 영업이익(499억원)을 크게 웃돈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인 화이자가 주사제와 복제약 전문업체인 호스피라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제약업체인 셀트리온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호스피라는 셀트리온이 개발한 바이오 시밀러(복제약)의 미국 내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화이자가 인수한 것이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것.


    한용남 동부자산운용 매니저는 "헬스케어 관련 기업의 가장 큰 리스크는 신제품을 개발해 판매할 때까지 연구개발에 상당 기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라면서 "그동안 적자를 내는 기업이 많았는데 최근 성과를 보여주는 사례가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헬스케어 산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도 관련 주에는 호재가 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민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을 육성하는 데 올해 3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박택영 미래에셋자산운용 팀장은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올랐다가 정작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아 다시 급락한 기업도 있다"면서 "영업이익이 꾸준히 증가할 만한 여건이 조성됐는지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