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2.17 09:08
유통업계 양대 산맥 롯데와 신세계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 그룹 총수가 위기를 기회삼아 돌파하자는 역발상 경영을 시작한 것이다.
유통업계 고위 관계자는 "롯데·신세계의 투자 계획만 놓고 보면 올해 양사는 온·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 혈투를 벌일 것"이라며 "신 회장과 정 부회장의 스타일상 해외 유통기업의 공세가 코앞인 상황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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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조선DB
16일 업계 말을 종합하면 롯데는 올해 7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1만5800명을 새로 채용한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창업 이래 최대 액수다. 지난해보다 투자액은 1조8000억원(32%), 신규 채용은 200명 가까이 늘었다.
업계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기 침체 속에서도 새로운 사업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 쇼핑 확대와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옴니채널'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라 실제 투자가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신 회장의 투자 계획은 유통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롯데는 옴니채널뿐 아니라 셰일가스·식품 등 계열사 여러 곳에 고른 투자를 할 방침이다. 부문별로는 ▲유통 3조4000억원 ▲중화학·건설 1조5000억원 ▲관광·서비스 1조1000억원 ▲식품 1조원 등이다.
신세계(004170) (161,000원▼ 1,500 -0.92%)그룹도 올해 3조3500억원을 투자하고 채용 인력을 1만4500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지난달 발표했다. 역시 그룹이 생긴 이후 최대 규모다. 투자액은 지난해보다 50%, 고용은 1000명이 늘었다. 정용진 부회장이 투자 방향을 직접 결정했다.
업계는 정 부회장이 경기침제, 대형마트 영업·출점 규제 등에 맞서 공격적인 사업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 규제와 외국계 유통 공룡들이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정 부회장은 이를 과감하게 정면 돌파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 회장과 정 부회장은 올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여러 부문에서 정면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가 밝힌 투자 계획 가운데 교외형 복합쇼핑몰·프리미엄 아웃렛·백화점·모바일(온라인)쇼핑·시내 면세점 등은 서로 완벽하게 겹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롯데는 올해 경기 광교신도시, 경남 진주, 인천 항동에 아웃렛을 낼 계획이다. 신세계는 이에 맞서 경기 하남, 고양 삼송, 인천 청라에 교외형 쇼핑몰을 준비중이다.
두 회사는 6월로 예정된 서울 시내 면세점 운영권 입찰에서도 경쟁을 벌인다. 이마트(139480) (217,000원▼ 2,000 -0.91%)·롯데마트가 정부의 대형마트 규제로 성장을 멈춘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 매출이 크게 늘고 있는 면세점 투자는 놓칠 수 없는 먹을거리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크게 웃은 롯데는 기존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내 면세점사업 주도권을 더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김포국제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던 신세계는 이번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서 1개 구역을 새로 따냈다. 신세계도 투자 확대를 통해 면세점 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울 방침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신규 투자를 늘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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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 사 홈페이지 캡처
유통 공룡의 새로운 무대 '온라인 시장' 대결도 흥미롭다. 신 회장은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옴니채널'을 통한 시장 선점을 공언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11월 "옴니채널을 성공시키면 아마존·알리바바 등 글로벌 유통기업에도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롯데닷컴과 연계한 스마트픽 서비스를 상반기 중 30개 점포로 늘릴 계획이다.
정용진 부회장도 온라인 부문에 공격적인 투자를 택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몰·신세계몰을 모아 놓은 통합 쇼핑몰 'SSG닷컴'을 모바일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최근 신세계는 아마존·알리바바 등의 국내 진출에 대비해 2020년까지 이마트 온라인 물류센터 6개를 새로 구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