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2.17 13:30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현재 통화정책 기조가 실물경기를 제약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후 브리핑을 갖고 "통화정책이 완화냐 긴축이냐를 판단하는 방법은 실질금리나 신용 양(규모), 금융상황 지수 등 여러 가지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또 "많은 나라가 통화 완화 정책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이들 국가가 이런 조치를 내놓는 배경은 침체된 경기 회복세를 높이고 디플레 압력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 결과로 환율에 영향을 주지만, 각국 통화완화 정책을 환율 전쟁으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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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DB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 완화 정책 펼치며 환율 전쟁에 나섰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나라도 이 영향권에 들어가나.
"지금 각국의 통화 정책을 보면 미국은 금리 정상화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그 외 많은 나라가 완화 정책을 펼치는 등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반된 움직임 때문에 환율 면에서는 달러는 강세, 여타 통화는 약세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변동이 우리 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종합적으로 보려면 실효환율로 평가하는 게 맞다. 또 개별 통화 움직임도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여기에 유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엔화와 유로화 환율이 그렇다. 위안화와 원화 환율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움직이는데 원화가 엔화·유로화 대비로는 큰 폭의 강세다. 그 결과 대일(對日)수출은 지난해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대EU 수출 역시 1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엔화·유로화에 대한 원화 강세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한·일 통화스와프 계약 기간을 연장하지 않기로 발표했다. 금융시장 안정과 관련해 한은이 어떤 대책을 갖고 있나.
"한·일 통화스와프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 건 안정적인 금리시장 상황과 견실한 거시경제 여건을 고려한 결정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외환 여건이 양호하고 3600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다. 경기 여건 측면에서 보면 한·일 통화스와프 연장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판단 배경에는 역내 다자간 금융 안전망인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 재원이 대폭 확충된 점도 고려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외환 어려움을 겪어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듯이 경기 여건과 외환시장이 어렵게 돌아가면 통화스와프 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당분간은 외환 여건 측면에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세계 각국이 금리를 내리고 통화 완화 정책을 펼치는데 한국만 금리를 계속 동결하면 긴축으로 접어드는 거 아닌가. 다른 나라의 통화 정책과 상관없이 통화 완화 정책 판단 유지할 것인가.
"각국 통화 정책이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환시장에선 달러는 강세, 기타 통화는 약세 나타내 원화는 달러를 제외한 다른 통화보다 강세를 띠게 된다. 각국은 경제 여건에 따라 다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완화 정책을 펴는 나라들을 보면 성장세는 대단히 미약하고 물가성장률은 실제 제로나 마이너스에 가깝다. 각국 환율정책을 보고 우리나라가 긴축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건 맞지 않다."
- 지난해 두 차례 금리 인하 이후 가계 대출과 부동산 시장 거래량, 코스닥·코스피 주가 등 자산시장에서 회복세 이어지거나 가속화되고 있다.
"자산 가격을 보면 주식시장의 경우 주가는 현재 크게 상승하지 않고 일정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경기 회복세가 강한 미국은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 한국의 주가 회복세는 아직 미흡하다고 본다. 부동산 가격은 정부의 여러 활성화 조치에 따라 거래량이 늘고 거래 관련 지표가 개선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가격도 큰 폭은 아니지만 소폭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에 대한 상승 기대는 아직 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가계부채 문제 등 구조적인 문제로 부동산 가격에 대한 상승 기대는 미약하다."
- 지난해 8월 금리 인하 결정 이후 6개월이 지났는데 금리 인하에 따른 경기 진작 효과가 미미하다고 평가하는데 작년 하반기 금리 인하 효과 어떻게 보나.
"금리 인하가 실물에 영향을 주려면 적어도 2~3분기는 걸린다. 작년 8월과 10월 금리를 내렸는데 일단 금리 인하의 첫 번째 시작인 금리 경로는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 시장금리가 내려가고 대출도 견조하게 늘어나고 있다. 실물에 미치는 효과는 시차가 있는데 소비나 투자에 분명히 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효과 크기에 대해 판단하는 건 조심스럽다. 대외 여건이 불확실하고 경제 주체 심리가 여전히 부진하며 구조적 요인이 과거보다 더 심화됐다. 이를 감안하면 금리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과거보다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