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2.23 09:15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11시 서울시 중구 명동. 호텔 체크아웃 시간을 넘기자 30분 전만 해도 조용하던 거리가 순식간에 여행가방이나 캐리어를 든 관광객으로 가득 찼다.
중국어를 쓰던 이들 무리가 명동에 즐비한 상점에서 나올 때마다 쇼핑백 수는 빠르게 늘었다. 설 연휴를 즐기고 중국으로 귀국하기 전 선물을 사려는 관광객들로 보였다. 광둥어나 일본어를 쓰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꾸주웬, 메이바이 리비엔칸칸(去皱纹, 美白 里边看看·주름개선, 미백 화장품 안으로 들어와 구경하세요)."
쌀쌀한 날씨에도 화장품 매장 앞에선 안내원들은 한 몫 잡으려는 듯 중국어를 써가며 호객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매장 안에는 양 팔꿈치에 쇼핑백을 잔뜩 건 채 진열된 화장품 견본을 볼과 손등에 발라보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한 중국 관광객은 3000~7000원짜리 하는 마스크 팩 세트 15만원어치를 한꺼번에 사더니 바로 캐리어를 열고 집어넣었다.
화장품 전문점 '네이처리퍼블릭'에서 일하는 한 조선족 안내원은 "오늘 문을 연 지 한 시간 만에 중국어를 쓰는 손님들에게 '달팽이 스킨 세트' 10개 정도를 팔았다"고 말했다. 평일에 하루 반나절을 팔아야 비슷한 숫자다. 일손이 달리는지 일부 매장에는 '중국어 가능자 급구'라고 적힌 구인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화장품 전문점 '토니모리' 관계자는 "평일보다 손님이 2배 이상 늘어난 것 같다"며 "매출도 한 50% 넘게 늘었다"고 말했다. 인근 에뛰드하우스와 더샘 매장도 각각 매출이 30% ·20% 정도 늘었다고 대답했다.
명동예술극장 앞 광장에선 중국 핀테크 업체 '알리페이'가 중국어로 이벤트를 진행했다. 알리페이 사용자가 중국인으로 한정돼 한국인이 사용할 수 없다. 한국 땅에서 오로지 중국인을 대상으로 적립금 프로모션을 벌인 것이다. 명동에 그만큼 중국인이 많다는 의미다.
주변에는 알리페이 마네킹과 사진을 찍으려는 중국인들 수십명이 몰렸다. 중국어를 알지 못하는 한국인들은 호기심에 주변을 기웃거렸다.
중국 최대 신용카드사 유니언페이(Union Pay·银联)는 명동 입구에 별도 부스를 마련해 자사 카드로 물건을 구매한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경품 추첨 행사를 벌였다. 쇼핑에 있어서만큼은 명동이 한국인보다 중국인에 최적화된 장소가 아닐까 싶을 생각이 들 정도였다.
중국 설날(2월 18∼24일) 연휴 기간 중 마지막 주말인 22일. 서울 명동거리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국관광공사는 24일까지 방한하는 중국인을 12만 6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야말로 '중국인 특수'다. 설날 연휴 기간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10만명을 넘긴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명동 매장들은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붉은색 간판이나 중국어 플래카드·현수막 등으로 치장하고 중국인 관광객들을 맞았다.
신발편집매장 ABC마트 관계자는 "붉은색이 중국에서 행운을 상징한다고 해서 현수막 색깔을 빨간 것으로 골랐다"며 "매장을 찾는 중국인들이 운동화가 중국보다 싸다고 사가고, 30만원이 넘는 이탈리아 가죽 워킹화는 '중국에서 구할 수 없는 좋은 제품'이라며 사간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명동을 찾아 사가는 품목은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는 추세다. 이날 명동에서 제일 큰 전자제품 매장 프리스비도 쇼핑에 나선 가족 단위의 중국인 관광객으로 붐볐다. 이들이 찾는 전자제품은 부피가 작은 아이폰과 맥북이었다.
가슴에 동그란 중국 국기 모양 배지를 단 이곳 직원은 "세금 환급(택스리펀드)을 받을 경우 제품에 따라 중국보다 10만~20만원 정도 값이 싸고, 제품을 구하기도 쉽다"고 말했다. 일부 관광객은 매장 한편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나서 바로 구매를 결정하기도 했다.
명동관광정보센터의 중국인 담당 직원은 "이전에는 중국인들이 주로 저가 화장품 가게나 옷가게를 찾았는데 최근에는 전자제품 매장이나 고가 화장품 매장 위치를 묻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