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2.25 09:14
[모바일 결제, 누가 먼저 잡나… 애플페이·삼성페이·구글월렛의 吳越同舟]
애플페이, 1초 만에 결제 끝나지만 전용 단말기 보급 속도는 더딘 편
삼성전자, 갤S6에 '삼성페이' 탑재… 美벤처 루프페이 기술 적용할 계획
구글은 안드로이드폰에 '구글월렛'… LG전자, 기본 서비스로 탑재하기로
글로벌 모바일 결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밥 먹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대신 스마트폰을 갖다대는 일이 더 자연스러운 세상이 곧 닥칠 전망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3057억달러(약 339조원)였던 글로벌 모바일 결제 시장은 2017년 9005억달러(약 1000조원)로 매년 2000억달러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세 IT(정보기술) 공룡도 올해 본격적인 경쟁을 벌인다. 애플은 '애플페이', 삼성은 '삼성페이(가칭)', 구글도 자체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구글월렛'을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하고 모바일 결제 시장 선점(先占)을 위한 각축전에 나서고 있다.
◇삼성과 애플, '페이 전쟁'
먼저 불을 지핀 것은 애플이다. 작년 10월 지문(指紋) 인식과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의 '애플페이'를 출시했다. 애플 계정에 연동된 신용카드 정보를 신형 '아이폰6'에서도 쓸 수 있게 한 서비스다. 가맹점의 NFC 전용 결제 단말기에 아이폰을 갖다댄 뒤 지문을 대면 곧바로 결제가 완료된다. 실제 이용자들은 1초면 결제가 완료돼 '허탈할 정도'라고 말한다. 아직 한국에서는 쓸 수 없다. 상점이 별도의 결제 단말기를 마련해야 해 미국에서도 확산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 미국 전체 상점의 2~3% 정도(22만개)에서만 이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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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픽=김충민 기자
삼성전자도 재빨리 맞불을 놓는다. 다음 달 출시하는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S6'에 '삼성페이'란 자체 결제 서비스를 탑재한다. 최근 인수한 미국의 벤처기업 '루프페이'의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신용카드 정보를 담은 스마트폰을 결제 단말기에 슬쩍 갖다대면, 마치 카드를 실제로 긁은 것과 같은 전파를 방출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상점들이 애플페이처럼 별도의 결제 단말기를 설치하지 않고, 기존 장비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미국 전체 상점의 90% 이상에서 쓸 수 있다는 것이 루프페이의 설명이다. 후발 주자지만 순식간에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셈이다.
IT업계에서는 삼성의 반격이 시의적절하지만 한계도 있다고 평가한다. 현시점에서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은 강점이다. 다만 마그네틱 카드의 취약한 보안 때문에 전자칩(IC칩)이 달린 카드로 전환되는 등 미래 지향적 기술이 아니라는 점은 한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IC칩 카드가 확산된다고 해도 마그네틱 겸용으로 출시되는 경우가 많고, 상점에 이미 보급된 결제 단말기를 바꾸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현시점에서는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중요한 것은 갤럭시S6의 판매량"이라며 "삼성페이 때문에 갤럭시를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에, 갤럭시가 잘 팔려 삼성페이가 자연스럽게 확산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분석했다.
◇삼성은 구글과도 경쟁
삼성은 '페이' 때문에 구글과도 경쟁하고 있다. 구글이 자체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구글월렛'을 안드로이드폰에 선(先)탑재하겠다고 23일(미국 현지 시각) 밝혔기 때문이다. 구글은 미국 주요 통신사인 버라이즌·AT&T·T-모바일이 출시하는 안드로이드폰에 구글월렛을 기본 탑재한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다. 미국에서 갤럭시S6를 사면 '삼성페이'와 '구글월렛'이 동시에 탑재돼 있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외신은 구글과 삼성이 서로 협력하고 있지만, 최근 겹치는 사업 영역이 많아지면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월렛은 애플페이와 유사한 서비스다. 역시 NFC 방식으로, 가맹점의 결제 단말기에 스마트폰을 갖다대는 것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별도의 NFC 결제 단말기가 필요해 가맹점이 많지 않다는 문제점도 동일하다. 하지만 업계에선 장차 NFC 방식이 시장의 대세가 될 것으로 본다. KTB투자증권 최찬석 연구위원은 "스마트폰의 오프라인 결제는 앞으로 NFC 폰과 NFC 결제 단말기의 조합으로 수렴될 것"이라며 "기술 표준이 정립되면 이용자와 가맹점을 많이 보유한 기업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전자는 별도의 결제 서비스를 개발하기보다는 구글월렛을 기본 탑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와 제조를 장악한 IT 공룡들이 모바일 결제에 일제히 뛰어든 것은 '간편 결제'가 '헬스케어(건강관리)'와 함께 스마트폰의 킬러 콘텐츠(핵심 기능)가 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스마트워치 등 향후 웨어러블 기기에서 모바일 결제의 활용성은 더욱 높아진다. 지갑 없이 조깅을 하다 편의점에서 시계를 슬쩍 갖다대는 것만으로 결제를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