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3.04 09:33
연말정산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퇴직연금펀드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절세 효과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연초부터 퇴직연금과 연금저축펀드 등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달 27일까지 1조원 이상이 세금 혜택이 있는 퇴직연금펀드, 연금저축펀드, 소득공제장기펀드(소장펀드) 등에 들어왔다. 연초 이후 9823억원이 몰린 퇴직연금펀드가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 연금저축펀드와 소장펀드에도 각각 1435억원, 310억원이 유입됐다.
퇴직연금펀드의 세액공제가 확대되면서 절세 효과를 노리고 자금을 넣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세법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을 합친 세액공제 한도액이 4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300만원 늘었다. 이와 별도로 퇴직연금은 300만원까지 추가 납입할 경우 납입액의 12%(최대 36만원)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올해 퇴직연금에 700만원을 넣으면 내년 연말정산 때 700만원의 12%에 해당하는 84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올해 연말정산 결과 환급액이 줄거나 추가납부를 하게 된 직장인들이 문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연금펀드 가운데 가장 자금이 많이 들어온 상품은 'KB퇴직연금배당40자(채혼)C'로, 연초 이후 2144억원이 유입됐다. '삼성MMF법인 1_C'(1445억원), '미래에셋퇴직플랜글로벌다이나믹자 1(채권)종류C'(918억원), '미래에셋퇴직연금베스트펀드사모 3(채혼-재간접)'(711억원) 이 뒤를 이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세금 혜택을 감안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절세상품을 찾는 시기인 연말이 아닌 연초부터 자금이 몰리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오히려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지자, 절세 투자가 하나의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오온수 현대투자증권 연구원은 "저금리, 저성장 추세가 이어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퇴직연금펀드에 자금을 넣고 있다"며 "3년 국채 수익률이 2% 아래로 떨어지고 예금금리가 1%대로 하락하면서 절세가 곧 투자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퇴직연금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92%에 불과하지만, 예금 금리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한다. 오 연구원은 "고수익은 고사하고 중수익도 올리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절세는 가장 안정적인 '무위험 수익'이 됐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연금저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8%, 소장펀드는 3.9%를 기록했다.
대표 절세 상품으로 주목받았던 소장펀드의 경우 퇴직연금펀드와 연금저축펀드보다 자금이 적게 들어왔는데, 농어촌특별세(농특세) 부과 문제 때문에 선호도가 두 상품보다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연초에 소장펀드의 소득공제 환급액에 농특세가 20% 부과된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달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소장펀드 농특세에 대해 "내년부터 농특세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