株總(주총)시즌 개막... '짠물 배당' 기업, 불안에 떤다

    입력 : 2015.03.10 09:36

    순이익 6배 삼성정밀화학, 배당금 올리지 않아 구설수
    유통업계 빅2 신세계·롯데도 수조원 쌓아놓고 배당 인색
    주주 이익 못지킨 일부 회사, 이사 재선임件 시끄러울 듯


    10일 미원상사를 시작으로 12월 결산 상장사들이 정기 주주총회를 여는 '주총 위크(Week)'의 막이 올랐다. 삼성전자·현대차·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의 주총은 13일에 몰려 있다. 올해 주총의 최대 화두는 배당이다.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말까지 배당을 공시한 상장사 714곳을 분석해보니, 전년도 대비 배당금 규모를 29.3% 늘려 잡아 주주 친화 문화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기업 중에는 배당 여력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여전히 짠물 배당을 하는 곳도 꽤 많다.


    상장기업 지분을 상당량 보유한 국민연금은 '배당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대주주로서 배당 압력을 높이려 했으나, 재계의 반발이 심해 칼을 거두었다. 누군가 감시자 역할이 절실한 시점에 대신증권이 총대를 멨다. 대신증권 산하 대신경제연구소는 9일 실적 대비 배당이 적은 '배당 블랙리스트' 기업을 추려 발표했다. NH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기업들의 배당이 늘고는 있지만, 세계 평균 배당 성향(40%)과 비교하면 여전히 바닥권"이라고 지적했다.


    ◇순이익 6배 늘었는데 배당은 그대로


    삼성정밀화학은 13일 여는 주총에서 주당 배당금을 300원으로 하는 2014년도 재무제표 승인 안건을 표결에 부친다. 배당금 총액은 76억원으로 지난해와 같지만, 작년에 번 돈을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2013년 70억원에서 지난해 41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배당 가능 이익도 7654억원이나 쌓아놓은 상황에서, 지난해 순이익도 6배 가까이 늘었는데 배당금은 한 푼도 늘리지 않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이익이 늘었는데도 주당 배당금 300원이라는 관성적 배당 정책을 고수하다보니, 배당 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배당 성향이 2013년 108.5%에서 2014년 18.4%로 뚝 떨어지는 현상마저 벌어지게 됐다.



    유통업계 빅2 업체인 신세계와 롯데쇼핑도 과소(過少) 배당 기업으로 찍혔다. 신세계의 경우 배당 총액을 전년도보다 소폭 늘렸다. 롯데쇼핑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두 업체의 배당 성향은 8.5%와 10.8% 수준으로 업종 평균치(17.5%)보다 확 떨어진다. 배당 가능 이익도 신세계는 2조원, 롯데쇼핑은 11조원 이상 쌓아놓고 있으면서도 주주들에게 적절한 투자수익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락앤락의 경우, 지난해 주가가 50% 이상 급락해 주주들이 큰 피해를 봤다. 투자자 입장에선 배당이라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순이익이 배 이상 늘어 배당 총액이 10억원 증액되긴 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SK이노베이션은 당기순이익 감소를 핑계로 올해 배당을 한 푼도 주지 않기로 했는데, 여전히 흑자 상태이고 배당 가능 이익을 7조원 가까이 쌓아두고 있어서 엄살이 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주주가 매를 들 기업들


    롯데쇼핑 주주라면 이번 주총에서 배당뿐 아니라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게 좋겠다는 권고까지 나왔다. 김호준 지배구조연구실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11개사의 이사를 겸직하고 있어 이사로서 의무를 충실하게 다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이에 대한 회사 측 해명도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통상 국민연금은 6~9개사 이사를 겸직하고 있으면 과다 겸직이라고 보고 있다.


    이 밖에 한국전력 부지를 고가에 매입한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기아자동차의 이사 재선임 여부와 삼성SDS 지분 저가 매각 결정에 관여한 삼성전기의 이사 재선임 건도 문제 소지가 다분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특히 삼성전기에 대해서는 이 회사가 보유했던 삼성SDS 지분을 장외 시장가격(35만원 선)보다 훨씬 싼 19만원에 내놔, 삼성전기 주주 입장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