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아이디어 베끼는 공룡 네이버

    입력 : 2015.03.12 09:27

    [6월 출시될 네이버 페이, 국내 벤처 '비바리퍼블리카' 모방 의혹]


    글로벌 기업은 베끼는 대신 M&A… 네이버 "특허 침해는 아니다"


    전화번호만 있으면 누구에게나 송금… 비바 특허 출원, 올 2월 서비스 시작
    네이버 최근 똑같은 서비스 준비해… 네이버 진입에 은행들 비바 제휴 연기


    국내 최대 포털기업인 네이버가 오는 6월에 선보일 모바일용 송금결제서비스 '네이버 페이'의 서비스 방식이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 비바리퍼블리카(이하 비바)가 지난달 출시한 간편송금서비스 '토스'의 모델과 너무 흡사해 '베끼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IT공룡 네이버가 "골목 상권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당초 약속을 깬 것으로 볼 수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토스'는 앱을 다운받아 자기의 은행 계좌번호를 등록한 뒤, 돈을 받는 사람의 전화번호를 이용해 하루 30만원 미만을 송금하는 방식이다. ①송금 화면을 띄운 뒤 ②돈을 받을 사람의 전화번호와 송금액 입력 ③계좌번호 입력창 주소(URL)가 담긴 문자전송 ④문자 받는 사람이 계좌입력 후 출금의 순서로 송금이 진행된다. 실시간 출금이 가능하고 전화번호만 있으면 누구에게나 돈을 보낼 수 있는 비회원 송금 방식이라는 것이 강점이다. 토스에 앞서 출시된 '뱅크월렛카카오'의 경우 카카오톡 친구끼리만 송금이 가능하고 실시간 출금이 안 되는 단점이 있다.


    ◇네이버페이, '토스'의 송금방식 똑같아


    그런데 최근 네이버가 시중은행들과 접촉하면서 제시한 '네이버페이' 사업제안서를 보면 송금 방식이 토스와 거의 똑같다. 본지가 11일 입수한 네이버페이 송금서비스 사업계획서를 보면, 네이버는 가상으로 돈을 보낼 사람 '백승협'씨를 가정해 송금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백씨가 자신의 은행 계좌를 먼저 등록한다. 이후 백씨의 스마트폰에 '송금받으실 분의 전화번호를 입력하세요.'라는 창이 뜨면, 보낼 금액과 전화번호와 비밀번호 6자리를 누르고 확인버튼을 누른다. 이후 '010-1234-5678 님에게 10만원을 보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나오면, 받는 사람의 스마트폰 문자(SMS)에 '백승협님이 네이버 페이로 10만원을 보내셨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네이버페이에서 입금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란 메시지가 뜬다. 이때 돈을 받으려는 사람이 문자의 링크를 누르면 '백승협 님이 보내신 100,000원을 받으시겠습니까?'고 묻는다. 이후 '은행계좌로 받기'를 눌러 자신의 계좌를 입력하면 돈을 받고 바로 출금할 수 있다. 전화번호 입력을 이용한 송금 방식은 말할 것도 없고, 스마트폰 화면의 구성이나 안내 문구도 토스의 서비스 화면과 거의 똑같다. A은행 관계자는 "처음에 네이버가 제의를 해왔을 때 제휴를 검토하고 있던 비바의 모델과 똑같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M&A 선택



    서울대 치대 출신인 이승건씨가 2011년 창업한 비바리퍼블리카는 지금까지 3억원을 투자해 토스를 개발했고, 지난 1월 말 특허청으로부터 특허도 받았다.


    '전화번호와 문자(SMS)를 이용해 송금 대상자의 단말기로 자금을 전송하는 금융 서비스 방법으로, 계좌번호 입력을 위한 링크를 문자로 보내 돈을 전송하고 이후 실시간으로 돈을 출금하는 방식'이라는 점을 인정받아 얻은 특허다. 비바는 기업·부산·경남은행과 손잡고 지난달 말 토스를 출시해 현재까지 1000명이 넘는 가입자를 유치했다. 은행들은 당초 토스와 적극적으로 제휴를 검토했지만, 네이버가 비슷한 서비스로 제휴를 제의해오자 비바와의 사업 제휴를 연기하고 있다. C은행 관계자는 "같은 사업 모델이라면 작은 스타트업보다 덩치가 크고 안전한 네이버를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는 "네이버가 우리의 모델로 사업을 확장한다면 공정한 경쟁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과거 비바의 특허를 검토한 결과, 우리의 방식과 다소 다르며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나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다만 아직 최종적인 사업 모델이 결정된 것은 아니며, 특허침해 부분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IT 대기업들은 핀테크 사업에 진출할 때 기존의 벤처기업 사업 모델을 모방하지 않고, 해당 기술과 서비스를 가진 벤처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진출한다. 청년 벤처 사업가들에게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벤처 생태계를 구축하고 창업을 촉진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핀테크의 원조'로 불리는 미국 결제업체 페이팔은 최근 모바일 결제 벤처인 '페이던트'를 2억8000만달러(약 3084억원)에 인수해 모바일 결제 시장에 나섰고, 구글 역시 모바일 결제 시장 진출을 위해 1억달러 정도의 가격에 소프트카드라는 결제 회사 인수를 추진 중이다. 구글은 매년 10개가량의 벤처를 인수하고 있는 데 비해 네이버는 2000년 이후 15년간 15개의 벤처기업만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