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금리인하] '속터지는' 고정금리 대출자와 은퇴자

    입력 : 2015.03.12 18:11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기준금리를 연 1.75%로 전격 인하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2% 아래로 내려간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로써 대출금리 또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돈을 빌린 사람들에겐 호재다. 그러나 한숨을 쉬는 대출자들도 있다. 일찌감치 고정금리로 갈아탄 사람들이다. 대출금리 인하효과는 이들에겐 다른 나라 얘기다.


    예금이자로 노후생활하던 시대가 지난간지는 이미 오래됐지만 은퇴자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질 수 밖에 없다. 은퇴자들은 보유 자산의 상당부분을 여전히 은행에 맡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 "이럴 줄이야…" 고정금리 대출자들 울상


    직장인 A씨는 기준금리 인하 소식을 듣고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는 지난 2013년 7월 한 은행으로부터 주택자금 2억원을 4.4%(변동금리)에 빌렸다가 시중금리가 인하되자 지난해 8월 연 3.6%의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탔다. 전환 당시 변동금리(3.4% 수준)보다 조금 높긴 해도 정부와 은행의 권유 대로 나중에 금리가 오를 때를 대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출을 갈아타면서 300만원 가까운 중도상환수수료를 냈다.


    A씨는 벌써 세 차례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10월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금리가 떨어졌을 때 '그럴 수 있다'고 여겼다. 지난 2월 정부가 내놓은 2%대 고정금리 '안심전환대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기준금리가 또 인하되자 정부 말을 믿은 자신을 원망했다.


    A씨 처럼 정부의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 국민·농협·하나·외환은행 등 4개 은행에서 3%대의 고정금리(혼합형 포함) 대출로 갈아탄 사람은 12만명에 육박한다. 이들이 빌려간 금액만 11조5000억원이다. 정부의 정책 발표 직후 재빨리 움직였다가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정금리 대출자들은 비록 시중금리가 떨어져도 혜택을 받을 수 없지만 나중에 금리가 올라갔을 때 이자가 오르지 않는다"며 "당장 변동금리 상품이나 금리가 더 낮은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은 중도상환수수료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 "딱히 투자할 곳도 없는데…" 속터지는 은퇴자들


    지난 2010년 회사에서 은퇴한 B씨는 시중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추가로 예금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소식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앞으로 만기가 다가오는 예금을 어떻게 해야할지 망설이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모은 3억원 정도의 현금자산을 은행 등에 예치해뒀다. 처음에는 세금을 제외해도 매월 100만원 정도의 이자가 들어왔다. 계속 떨어지는 금리때문에 월이자는 최근 절반 수준인 50만원대로 떨어졌다.


    시중은행 대출 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곡선을 그려왔다. 한 때 연 4~5%의 이자수익을 보장하던 정기예금 상품은 사라졌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올해 1월 은행 예금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2.09%로 지난해 12월보다 0.07%포인트 하락했다. 3월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반영될 경우 연 1%대로 진입하는 것은 기정사실처럼 여겨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기예금은 대부분 만기가 1년 이상이라 금리가 바로 내려가지는 않지만 몇 달 단위로 바뀌는 회전식 정기예금이나 신규취급 예금,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은 당장 이자가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윤치선 미래에셋연구소 팀장은 "지금까지 은행에선 신규고객에 한해서 2%초반 금리를 주는게 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 사라질 수 있다"면서 "특히 은행상품에 의존하는 은퇴생활자들의 경우 심각한 생활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