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3.13 09:40
[30代, 국산차 구입 비중 작년 84.5%로 감소]
2000만~4000만원대 65종… 값 저렴해지고 종류도 많아 '생애 첫 車'로 수입차 선호
브랜드 파워 약한 국산차, 갈수록 고전할 가능성… 저렴한 소형차 출시 박차
서울 용산구에 사는 직장인 김희석(36)씨는 최근 3300만원짜리 폴크스바겐 '골프'를 구입했다. 김씨는 "'쏘나타'같이 흔한 자동차 대신 색다른 자동차를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할부로 차를 사면 월 부담금이 국산차보다 15만~18만원 더 들지만 내가 좋아하는 차라면 그 정도 부담은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애 첫 자동차를 구입하는 30대(代)의 수입차 선호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본지가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수입차협회의 '연령별 신차 구입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10년 새 차를 산 30대 소비자 중 국산차를 고른 비중은 전체의 95.1%였다. 하지만 작년에는 국산차 구입 비중이 84.5%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30대가 수입차 상승세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는 개성을 표시하는 수단"…수입차 가격도 저렴해져
수입차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고 종류도 많아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실제로 30대가 주로 차를 고르는 가격대인 2000만~4000만원 안팎의 수입차는 현재 65종으로 5년 전에 비해 20여종이 더 늘었다. 게다가 수입차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자신을 차별화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경영학과)는 "과거와 달리 집 대신 차에 돈을 쓰려는 30대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젊은 세대들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욕구가 강해지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브랜드 파워가 약한 국산차가 갈수록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30대가 가장 선호한 수입차는 폴크스바겐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이다. 이 차는 작년 수입차 전체 판매 1위이자 30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구입한 수입차로 꼽혔다. 30대 구매자 비율이 35%에 달한다. 작년 전체 판매 4위를 차지한 폴크스바겐 골프 2.0 TDI도 30대 구매자가 2169명으로 전체 판매량의 41%나 된다.
수입차 애프터서비스도 과거보다는 많이 개선됐다. 국내 판매 1~3위인 BMW·메르세데스 벤츠·폴크스바겐의 AS(애프터서비스) 센터는 현재 전국 100곳이 넘는다. BMW와 아우디는 올해 전국에 10여개의 서비스센터를 더 늘릴 예정이다. 윤대성 수입차협회 전무는 "젊은 층이 해외여행을 예사롭지 않게 즐기는 것처럼 수입차도 거부감 없이 구매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직장 상사 등 눈치를 많이 받았지만 요즘 30대는 주변에 구애받지 않고 수입차를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국산차는 30대 겨냥한 할부금리와 소형차 출시로 대응
30대의 수입차 구매 비중이 두드러지게 늘어나는 것을 소비 양극화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부 30대는 고가(高價) 수입차를 선뜻 구매하는 반면, 취업난과 전세금 부담에 시달리는 대부분 30대는 새 차 구매를 아예 포기한다는 것이다. 최근 900만원짜리 국산 중고차를 구입한 직장인 최모(36)씨는 "전세금 부담이 너무 커서 새 차를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장은 "국산차의 주요 고객이 되어야 할 30대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의 가처분소득이 줄면서 새 차 구매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면서 "이는 장기적으로 국내에 생산공장을 둔 자동차 업체들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국산 자동차업계는 30대를 잡기 위한 특화 전략을 내놓느라 비상이 걸렸다. 대표적인 것이 주머니 사정이 얇은 30대 소비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금융 상품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젊은 층이 많이 사는 경차 '모닝'과 준중형 '아반떼'에 대한 저금리 상품을 잇달아 내놨다.
또 차값이 저렴한 소형차 출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르노삼성이나 쌍용차의 소형 SUV 'QM3'나 '티볼리'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도 엔진 배기량이 작은 투싼 다운사이징 모델을 주력 모델보다 좀 더 싸게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