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의 분양熱風... '떴다방'까지 다시 떴다

    입력 : 2015.03.16 09:10

    [韓銀 금리인하에 후끈 달아오른 부동산 시장]


    1%대 기준금리 시대 열리자 실수요자들 "지금이 집 살때"
    분양경쟁률 56대1까지 뛰어


    "2006년후 처음… 과열 우려"
    일부 實청약선 미달 사태도… 단기차익 노린 투자는 위험


    15일 경기도 화성시 능동의 '동탄역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아파트 모델하우스. 개장 1시간 전인 오전 9시쯤부터 관람객이 몰려 오전 10시쯤엔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700m를 넘어섰다. 인근에 간이 천막을 친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자)'들은 "당첨되면 연락 달라" "분양권을 잘 팔아주겠다"며 호객 행위를 했다. 동탄2신도시에 분양을 준비 중인 다른 건설사 직원들도 사은품과 광고 전단을 나눠주며 자사 아파트 홍보에 분주했다. 1시간 넘게 기다려 모델하우스에 입장한 관람객들은 아파트 내부를 구경하고 청약 상담을 받기 위해 또다시 긴 줄을 서야 했다. 신동철 반도건설 상무는 "기대 이상으로 방문객이 많이 몰려 놀랐다"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발표가 실수요자를 자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세난으로 실수요자 몰려


    국내에 사상 첫 연간 1%대 기준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주택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문을 연 전국 10여곳의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주말 내내 인파가 몰렸다. 경기 평택의 '아산테크노밸리 이지더원 3차', 경북 구미 '문성파크자이', 울산 호계·매곡지구 '에일린의뜰 2차' 모델하우스 등에는 하루 평균 5000명 이상이 다녀갔다. '동탄역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모델하우스는 개장 첫날인 13일 1만3000여명을 비롯해 사흘간 3만7000명이 넘는 방문객이 몰렸다.



    방문객 중에는 전세난에 지쳐 집을 사려는 전세 세입자 같은 실수요자가 많았다. 동탄1신도시에서 전세로 살고 있다는 강대안(49)씨는 "전세금이 매매가와 별 차이 없는 데다 금리도 더 내린다니 이제는 집을 살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화성시 병점동에 사는 양정미(39)씨도 "2년마다 전세금 올려주느니 내 집에서 눈치 안 보고 살고 싶다"며 "이미 두 번 떨어졌지만 당첨될 때까지 동탄2신도시에 청약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분양한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청라파크자이 더테라스'는 1순위자만 5447명이 몰려 최고 56대1, 평균 9.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남 진주의 '진주 평거엘크루'와 부산 명지지구의 '명지 중흥S클래스 에듀오션'도 1순위에서 완판(完販)됐다.


    ◇금리 인하에 오피스텔 등 인기도 치솟아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사실상 '제로(0)'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지고 있다. 13일 문을 연 서울 합정역 인근 '마포한강2차 푸르지오 오피스텔' 모델하우스에는 주말 사흘 동안 1만5000명이 찾았다. 즉석에서 청약 접수를 하는 사람도 많았다. 주변에는 서울 여의도와 인천 영종, 동탄2신도시의 오피스텔과 호텔에 투자하라는 호객꾼들도 보였다.


    주부 문영란(58)씨는 "1%대 금리에서 누가 은행에 돈을 맡기겠느냐"며 "노후 대비를 위해 오피스텔 투자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60대 박모씨는 "월세를 놓든 자식에게 물려주든 오피스텔을 하나 사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묻지 마 청약'은 위험, 지역별 양극화 현상도


    기준금리 인하 발표에 힘입어 기존 주택 매매도 활기를 띠고 있다. 서울 상계동의 S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집을 사겠다는 문의는 쏟아지는데 물건이 모자란다"며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가 많아 30평대는 전세와 매매가 모두 품귀(品貴)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전국에 분양 열기가 높아지는 것은 '분양가 상한제' 부활 직전이던 2006년 말 이후 처음"이라며 "특히 수도권에서는 전세난과 신도시 개발 중단이 맞물려 청약 열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분양 시장도 단지별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경기 용인과 시흥에서 분양했던 일부 아파트는 모델하우스에 수만명이 몰렸지만 실제 청약에서는 무더기 미달 사태를 빚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고 '묻지 마 청약'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부동산도 입지 조건과 향후 예상 수익률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