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펀딩 비결? 미국은 아이디어, 한국은 사회적 가치

    입력 : 2015.03.17 09:27

    -일반인 투자유치 서로 다른 두 나라
    한국, 수익보다 가치 실현 더 중시
    미국, 아이디어·기술 좋으면 투자


    지난해 3D 프린터가 미래 산업으로 각광을 받자, 미국 소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서는 'M3D', '폼랩스' 같은 관련 업체가 약 300만달러(약 33억9930만원) 안팎의 투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소셜 펀딩이란 인터넷 등을 통해 일반인들로부터 돈을 모으는 것을 말한다. 사업을 할 때 자금을 모으려면 은행에서 돈을 꾸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든지 해야 하지만, 그런 절차가 없이 인터넷 사이트에 사업 아이디어를 올리면 이 아이디어가 투자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여러 사람이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선 어땠을까? 지난해 6월 우리나라 소셜 펀딩 업체인 유캔펀딩에 소개됐던 3D프린터는 단 한 푼도 투자를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서 소셜 펀딩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비슷한 기간 진행됐던 '위안부 역사관 건립 모금' 프로젝트는 3억9470만원을 모으면서 국내 소셜 펀딩 사상 최대 자금을 유치했다.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모았던 소셜 펀딩 프로젝트는 '3D'나 IT 등 첨단 기술과는 거리가 먼 사회적인 이슈 관련 모금이었다. 같은 '소셜 펀딩'도 미국에선 '펀딩'이란 단어에 중점이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선 '소셜'이란 단어에 중점이 있었던 셈이다.



    ◇아이디어에 투자하는 미국 소셜 '펀딩'


    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모(30)씨는 킥스타터를 통해 디자인이 예쁜 시각장애인용 점자 시계를 두 개 구입했다. 남들과 다른 모양의 시계를 갖고 싶은 마음이 컸다. 펀딩 당시 시계 하나에 122달러(한화 약 13만8238원)를 지불했지만, 정식 출시 이후 해당 제품은 국내에서 3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렸다. 이씨는 소장하고 있던 시계 하나를 지인에게 28만원에 팔아 차익을 냈다.


    미국 소셜 펀딩 사이트에선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제품이 각광을 받는다. 벤처 투자자들에게조차 외면받던 스마트워치 업체 '페블'은 이런 소셜 펀딩을 통해 제품 생산에 성공했고, 현재 관련 업계 세계 2위로 올라섰다. 가상현실 헤드셋 제조업체 '오큘러스'도 소셜 펀딩을 통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돈이 필요한 기업이 아이디어 하나로 직접 최종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받아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길이 되고 있는 셈이다. 원래 킥스타터에선 2011년만 해도 음악·영화 등 문화 콘텐츠 부문 조달액이 전체의 절반을 넘었지만 2012년 이후 페블 등 큰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지난 2011년 4.7%에 그쳤던 기술(technology) 부문 투자 비율이 지난해엔 23.6%까지 높아졌다.


    ◇사회가치 위해 돈 쓰는 국내 '소셜' 펀딩


    반면 우리나라 소셜 펀딩은 '펀딩'보다 '소셜', 즉 사회적 가치 실현에 중점을 두고 있다. 모금액이 많이 모인 사례들은 위안부 역사관 건립, 네팔 희망학교 설립 등이다. 투자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수익을 목표로 한 소셜 펀딩은 게임, 영화, 음악 등 문화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많은데, 이마저도 사회 참여적 성격을 갖고 있는 콘텐츠에 돈이 몰린다. 1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모으는 데 성공한 영화 '또 하나의 가족', '카트'는 각각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백혈병 사건, 비정규직 노동권을 다룬 영화다. 음악 부문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앨범 제작에 1억680만원이 모여, 관련 분야 최고 기록을 세웠다. 사회운동가들의 활동을 돕기 위한 소셜 펀딩 플랫폼도 있다. 지난 2011년 만들어진 소셜펀치는 현재까지 진보 운동가와 관련 단체에 총 4억7803만원을 후원했다.


    ◇한·미 소셜 펀딩 시장 규모가 차이 만들었다는 분석도


    전문가들은 미국과 우리나라의 시장 규모가 소셜 펀딩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선 소셜 펀딩으로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좋고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이 소셜 펀딩보다는 전문 투자자를 찾는다는 것이다. 전문 투자자들의 자금 역시 아이디어·기술 벤처 투자에 집중돼 있다. 한국벤처협회에 따르면 올해 신규 벤처 투자금액 가운데 43.9%가 정보통신기술(ICT), 전기, 기계장비 업종에 몰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