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3.17 09:33
수입차 대중화 시대에 수퍼카 사는 고객 급증
마세라티 판매 470% 증가
아우디·BMW·포드 등 1억원 미만 高성능차 출시
"수퍼카 가격낮춰 기반확장"
대당 가격이 2억원을 넘는 벤틀리는 한국 시장 진출 후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가장 많이 팔렸다. 총 판매 대수는 322대지만 전년 대비 96% 정도 급증한 것이다. 이탈리아 최고급차인 마세라티의 지난해 판매량 증가율은 470%에 달한다. 마세라티의 전 세계 국가별 판매 순위 7위 수준이다. 올 들어 두 달 동안 두 회사의 판매량은 작년 1~2월 대비 60% 정도 늘었다. 내수(內需) 침체 와중에도 매월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수입차 시장에서 1억원대를 호가하며 고(高)성능을 갖춘 수퍼카(super car)들이 약진하고 있다. 수입차 대중화 시대에 차별화를 꾀하는 고객들의 구매 욕구가 시장 원동력으로 꼽힌다.
◇내수 침체 조롱하는 수퍼카…50~470% 급성장
벤틀리가 내놓은 수퍼카 플라잉스퍼(Flying Spur) 세단이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단일 전시장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서울 전시장이다. 이 모델의 최저 판매가는 2억6000만원 정도다. 벤틀리 모든 모델을 통틀어도 서울은 두바이에 이은 2위 전시장(판매 대수 기준)이다. 윤대성 한국수입차협회 전무는 16일 "대당 가격이 1억원 넘는 수입차의 판매량이 올 들어 2월까지 작년 1~2월 대비 평균 5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마세라티와 람보르기니, 페라리를 포함하면 증가율은 더 높다는 지적이다.
경제 전문지인 '포천'은 최근호에서 "한국은 세계 11위의 자동차 판매 시장이지만, 아우디 A8과 벤츠 S클래스 등 일부 최고급 모델의 경우 세계 4위 안에 든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내 수퍼카 시장이 급성장하자 '007 제임스 본드 카'로 유명한 영국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 애스턴마틴은 20일 신차 11개 모델을 국내에 들여온다. 페라리와 마세라티도 대구시와 광주광역시에 판매·정비망을 신설하는 등 시장 공략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수퍼카 강세에 대해 "수입차 시장 개방 20년이 지나면서 등장하는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남들과 차별화되는 나만의 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수퍼카는 당연한 선택이라는 얘기다. 기존 대형 수입차 고객들이 동일 모델의 상급 차종을 선택하지 않고 럭셔리 브랜드로 옮겨가는 추세가 가속화되는 것도 한 요인이다. 박문수 산업연구원(KIET) 서비스산업연구실장은 "다른 사람의 소비 경향을 따라가는 미투이즘(me-too-ism)이 아주 강한 한국인의 소비 특성도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1억원 미만 '작은 고성능차' 등장
시장 확대에 맞춰 수퍼카 관련 기업들은 대당 값이 1억원을 밑도는 작은 수퍼카를 내놓고 있다. 가격대를 낮춤으로써 수퍼카 취향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고 시장 기반을 넓히려는 전략에서다. 아우디코리아가 이달 2일 출시한 아우디 S3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S3는 아우디가 준중형급 고성능차로는 처음 국내에 내놓은 것으로 가격대는 6350만원이다. 아우디 관계자는 "지난해 S7·S8 등 고성능차 모델의 판매량이 2013년보다 66% 늘었다"며 "S3의 초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BMW코리아의 고성능 모델인 'M' 시리즈도 꾸준한 인기를 끌면서 매년 300~400대씩 팔리고 있다. BMW코리아는 여세를 몰아가기 위해 올해 '뉴 X5 M'과 '뉴 X6 M'을 출시할 예정이다. 1월 말에 4535만~6035만원으로 '머스탱' 신모델을 내놓은 포드코리아는 이미 100대 이상 판매하는 실적을 올리며 쾌속 운항하고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수입차들이 중장년층 외에 젊은 층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수퍼카 상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며 "수입차의 국내 시장 공략이 세분화되면서 국산차가 더 고전(苦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