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스트레스' 끝... 알아서 골라드립니다

    입력 : 2015.03.18 09:08

    [휴대폰 맞춤형 정보 '큐레이션' 시대 … 구두 굽 높이 넣으면, 어울리는 목걸이 추천도]


    굿모닝 핫 비디오·미미 박스 등 콕 집어주는 서비스로 인기 몰이
    현대인, 과도한 情報에 지쳐… 원하는 정보 선별


    광화문의 한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김진현씨는 재미있는 동영상 보기가 취미다. 화제가 되는 동영상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을 해서라도 찾아보는 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런 수고를 덜었다. 출근길 스마트폰을 켜면 전날 사람들이 많이 본 인기 드라마의 주요 장면들과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서 화제가 된 코믹 동영상이 김씨 스마트폰으로 착착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가 전날 또는 새벽의 방송 뉴스와 드라마·예능·생활정보 프로그램, SNS상의 대박영상 등 화제가 된 콘텐츠를 모아 제공하는 '굿모닝 핫 비디오'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TV를 볼 틈이 없지만, 출근길에 전날 화제가 됐던 동영상 클립들을 챙겨볼 수 있어 동료들과 수다를 떨 때 화제에서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많은 TV와 인터넷 매체, 상품 정보들이 지나칠 정도로 넘쳐나면서, 꼭 필요한 콘텐츠를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위한 '큐레이션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여러 사이트를 전전하는 대신 기호에 따라 맞춤식으로 골라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소위 '낚시성' 정보에 걸려 시간을 낭비해본 경험이 반복되면서 검증된 정보에 대한 욕구도 커졌다.


    ◇제품 대신 '취향'을 판다


    큐레이션(curation)은 다른 사람이 만든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분류하고 배포하는 일이다. 자기 기준에 따라 작품을 선별하고 전시하는 미술관의 큐레이터처럼, 이용자 입맛에 맞게 정보를 정리해 제공한다. 네이버는 작년 하반기부터 뮤직앱에 '플레이리스트'라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도입했다. '산책하기 좋은 봄날' 같은 주제를 선택하거나, '로맨틱' '집중' 등의 감정 카테고리를 택하면 전문가들이 큐레이팅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네이버는 이 서비스 도입 이후 뮤직앱의 메인 페이지 클릭수가 64% 증가했고, 앱 다운로드는 2000만 건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음악 앱인 멜론도 서비스 이용자가 3개월 동안 들었던 음악을 기반으로 어떤 음악을 좋아할지 알아서 추천해주는 '나를 아는 채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쇼핑 분야에서도 큐레이션은 큰 흐름을 형성했다. 고객의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 그동안 축적된 방대한 양의 정보(빅데이터)를 가공하는 기술까지 동원된다. 미국의 귀금속 전문업체 쥬얼민트는 고객이 선호하는 의류 브랜드, 구두 굽 높이, 연령 등의 정보를 입력해 두면 매월 초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액세서리를 제공하고, 손님은 그중 5개를 선택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몇 달 정보가 쌓이면 회사 측은 고객이 그동안 어떤 액세서리를 선택했는지 빅데이터를 가공해 더욱 정확도가 높은 맞춤 쇼핑 정보를 제공한다.


    여성들의 화장품 취향 정보를 모아 필요한 화장품 세트를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미국의 버치박스, 최근 3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우리나라의 미미박스 등 화장품·향수 관련 큐레이션 서비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경전 경희대 교수(경영학)는 "IT 기술로 정보의 생산 비용이 낮아지면서 '정보 혁명'이 일어났지만, 지금은 그 정보가 너무 많아져 다시 '큐레이션'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시대"라며 "커머스 분야건 미디어 분야건 정확하고 신뢰할 만한 정보 중개자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 영역으로의 분화도 활발하다. 맥주 추천 앱인 '오마이비어'는 고객들이 맥주를 마시고 평가를 올리면, 이를 기반으로 좋아할 만한 맥주를 추천해준다. 매월 고객이 좋아할 만한 양말을 모아서 보내주는 '모삭스'라는 서비스도 있다.


    ◇넘쳐나는 정보에 지친 사람들


    큐레이션 서비스는 SNS에 흘러다니는 정보를 따라다니기엔 시간이 없는 직장인이나, 꼭 필요한 정보만 효율적으로 취하려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인터넷 인기 영상들을 모아 공급하는 '대박영상'이 큰 히트를 치자, 올해 들어 서비스를 확대했다. 박준동 LG유플러스 상무는 "스마트폰 초창기만 해도 사람들이 스스로 정보를 찾아 퍼뜨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과도한 정보량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대신 자신에게 필요한 내용만 효율적으로 소비하기를 원하는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카카오는 '바쁜 아침 중요한 소식을 한눈에'라는 모토를 내걸고 '카카오토픽' 베타버전 앱(응용프로그램)을 서비스 중이다. IT·정치·예능 등 이용자가 원하는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보여주고, 여기에 다시 자신의 카카오톡 친구들이 많이 본 콘텐츠, 다른 이용자가 많이 본 뉴스 등을 추천하는 기능이 더해졌다. 뉴스를 모아 카드(card) 형식으로 보여주는 피키캐스트나 미국에서 개발된 플립보드 등도 미리 등록한 관심사에 따라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보여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큐레이션


    여러 정보를 수집, 선별하고 여기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전파하는 것을 말함. 예술 작품을 수집·보존·전시하는 일을 지칭했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뜻으로도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