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3.19 09:10
NHN엔터테인먼트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모바일·온라인 게임 절반 이상을 접고 핀테크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전자결제사업을 포함한 신사업 투자도 늘리고 있다. 지난 1월 NHN엔터테인먼트는 3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이 중 1500억원을 핀테크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유상증자 발표 이후 회사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기대와 우려가 섞인 시각으로 NHN엔터테인먼트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가 내세운 결제 사업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의견과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있는 회사의 장기적인 안목이 돋보인다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과연 NHN엔터테인먼트는 핀테크 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 게임 접고 간편결제사업에 1500억원 투자
NHN엔터테인먼트가 비(非)게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손을 뻗고 있는 분야는 웹툰부터 스포츠 의류 사업까지 다양하다. 국내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게임 부문의 실적이 악화되자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13년 8월 네이버에서 분할한 이후 지난해 2분기 첫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영업이익은 25억원으로 2013년 4분기보다 90.7% 감소했고, 매출액은 10.16% 줄어든 1472억원을 기록했다. 모바일과 온라인 게임 사업의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NHN엔터테인먼트는 아웃도어업체 '아웃도어글로벌'을 시작으로 IT솔루션 기업, 취업포털, 전자상거래업체, 결제업체, 보안업체 18곳에 투자했다. 총 투자금액은 3000억원이 넘는다. 투자에 이어 신규 서비스도 출시하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일본 스마트폰 웹툰 서비스인 '코미코'를 선보였으며, 간편결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한국사이버결제 지분 30.2%를 642억원에 인수하고 회사 내 '페이코(Payco)' 사업부를 신설했다.
NHN엔터테인먼트가 전력을 쏟아붓고 있는 분야도 '페이코'다. 회사측은 "간편결제 시장 초기 진출과 선점을 위해 약 1500억 원을 투입하고 상반기 중 간편결제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KB국민카드, 티모넷과 간편결제를 위한 제휴를 맺었다.
동시에 게임 사업의 비중도 줄이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실적이 부진한 모바일게임 6종의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서비스 중인 20여개의 모바일과 온라인게임의 사업성을 검토 중에 있으며, 필요할 경우 추가로 정리할 예정이다. NHN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수익이 나지 않는 게임을 정리해 장기적으로 비게임 사업의 비중을 절반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NHN엔터테인먼트의 게임사업은 전체 사업 중 87%를 차지한다.
◆"페이코 차별화 없어" VS "지켜봐야"
증권사 관계자들은 이번 유상증자로 NHN엔터테인먼트의 단기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보고있다. 간편결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가맹점과 가입자 확보 등에 들어갈 1500억원 외에 광고선전비도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KB투자증권은 올해 NHN엔터테인먼트의 광고선전비가 지난해보다 173.7% 증가한 1514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했다. 1분기 북미 소셜카지노와 코미코 관련 투자도 증가할 전망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본업인 게임 사업의 성과가 부진한 데다가 신규사업에 대한 대규모 마케팅 비용이 들어가면서 올해 큰 폭의 영업손실을 예상한다"며 "국내 전자결제대행업체(PG) 시장의 연간 영업이익 규모가 1000억원이 안되고 앱카드, 카카오페이 등 기존 간편결제 서비스와도 경쟁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 금액 대비 의미있는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라고 분석했다.
성종화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도 "올해 영업이익 적자 가능성을 감안해 신규사업 성공 가능성과 관련한 신호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슷한 간편결제 서비스가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어 페이코가 차별화되지 않는 이상 간편결제 사업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성빈 교보증권 연구원은 "NHN이 추진하고 있는 간편 결제 사업과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성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다른 업체와 다른 계획과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아 아쉬운 상황"이라며 "적어도 2016년은 되야 신규 사업에 대한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