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3.20 09:39
한미약품(128940) (209,000원▲ 0 14.84%)이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7600억원 상당의 면역질환치료제(HM71224)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는 국내 제약사의 단일 수출 계약 가운데 최대 규모다.
제약업계에선 이번 수출을 두고 수년간 연구개발(R&D) 투자를 아끼지 않은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사진)의 집념이 마침내 빛을 봤다고 평가한다. 임 회장은 임원 회의 때마다 수시로 "R&D로 승부해야 한다. 길게 보라"며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실제로 면역질환 치료제인 HM71224 같은 신약 개발에는 오랜 노력과 공을 기울여야 한다.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제품을 개발해 임상1상 시험을 끝내고, 임상 2상과 3상을 거치는 데만 7~8년 이상 소요된다. 막상 개발된 제품이라도 각국에서 허가를 받는데 또 시간이 소요된다.
이런 이유로 경영진이 신약 개발에 대한 의지가 약하거나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는 경우 십중팔구 실패를 맛본다.
한미약품도 처음에는 신약 개발에 매달리는 제약사가 아니었다. 1973년 창립한 한미약품은 2010년에 첫 적자를 기록했다. 그 전까지 한미약품은 제약업계에서 '영업 달인들이 모인 곳'으로 통했다. 한 국내 제약사 임원은 "한미약품 영업사원들은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솜씨가 좋다고 정평이 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영업 규제를 점점 더 강화하자 영업 실적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임 회장은 재빨리 체질 개선에 나섰다. 영업 중심에서 R&D 중심 회사로 탈바꿈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이듬해인 2011년 매출액의 14.4%인 740억원을 R&D에 투자했다. 당시 제약업계 평균 R&D 투자 비율이 매출의 4~5%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비율이다.
2013년에는 코스피 상장 제약사 중 처음으로 R&D 투자비용 1000억원을 넘겼다. 매출액의 15.8%에 해당하는 1158억원을 R&D에 썼다. 지난해에는 매출액의 20%인 1525억원을 쏟아부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임 회장이 믿고 따라오라며 중심을 잡아주니까 우려를 나타냈던 외부와 달리 회사 내부적으로는 별 동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연구소장 출신인 이관순 사장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이 사장이 R&D 시스템에 해박하고 그 중요성을 스스로 잘 알다보니 회사 운영에 있어서도 임 회장과 뜻이 맞았다"고 설명했다.
1984년 한미약품에 입사한 이 사장은 1997년부터 연구소장직을 역임했다. 2010년 1월 R&D본부 사장을 거쳐 같은 해 11월 사령탑에 올랐다. 전임 임선민 사장은 영업직 출신이었다.
이 사장은 "HM71224에 대한 전임상과 유럽 임상1상 시험을 통해 면역질환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제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릴리와 협력해 관련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미약품과 릴리는 류머티즘관절염, 전신성 홍반성 낭창, 쇼그렌증후군과 같은 면역 질환을 대상으로 HM71224 개발을 공동 진행할 예정이다.릴리는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지역에서 HM71224의 적응증에 대한 모든 권리를 갖는다. 또 임상개발과 허가, 생산, 상업화 등을 맡아 진행한다.
한미약품은 계약금으로 5000만달러(약 550억원)를 받는다. 이후 각 단계별 마일스톤(기술 수출료)으로 총 6억4000만달러(약 7100억원)를 더 챙길 수 있다. 상업화 이후에는 별도의 판매 로열티를 받기 때문에 수익은 더 올라갈 전망이다.
미국 공정거래법상 일정 규모를 초과하는 기술을 도입하려면 별도의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 한미약품은 현재 이 승인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