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좋으면 女性경영인은 화려해진다

    입력 : 2015.03.20 09:57

    [주력 사업 어떻게 진행되나… 그녀의 패션이 답한다]


    - 돋보이는 여성성, 자신감 의미
    검정·회색 등 고전적 색채에 레이스·시스루로 포인트 줘
    유통社는 경영진이 곧 모델… 제조사는 중성적 스타일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이달 13일 서울 중구 장충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에 검은 레이스 재킷에 소재가 다른 중간 길이의 스커트를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날 이 사장의 패션이 본인의 취향과 가장 가깝다는 평이다. 이 사장은 평소 검은색이나 회색 등 무채색 계열 색깔에 레이스나 시스루(속이 비치는 소재), 퍼(fur·털) 등으로 포인트를 주는 화려한 스타일의 옷을 즐긴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장은 2012년 주주총회에서 삼성가(家) 3세 가운데 처음으로 의사봉을 잡았을 때는 무늬가 전혀 없는 검은색의 코트 원피스를 입었다. 단정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다. 이듬해에도 민무늬 남색 투피스, 그다음 해에도 검은색 벨트 코트 등 평소 취향보다는 보수적인 스타일로 입었다.


    이달 1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새누리당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세련된 커트 머리에 큰 꽃무늬가 들어간 상의(上衣)로 화려한 느낌을 줬다. 현 회장은 그동안 귀 밑까지 내려오는 단발 머리와 무채색에 무늬가 거의 없는 투피스로 '수수한 맏며느리 스타일'을 고수해왔다. 최현숙 동덕여대 의상학과 교수는 이들의 패션 변화에 대해 "여성 경영인들은 자신의 일이 궤도에 오르면 여성성을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며 "이 사장의 주총 의상이 화려해진 것은 경영 성과에 대한 자신감이 그만큼 붙었다는 증거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정지이 현대유앤아이 전무, 박성경 이랜드 부회장.


    최근 국내에 늘고 있는 여성 경영자들이 자신의 패션을 통해 자신의 취향·기분은 물론 메시지를 표출하며 기업 안팎과 적극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 경영인 "내가 광고모델"


    유통 분야 여성 경영인은 패션을 통해 주력 브랜드를 홍보하거나 기업 이미지를 만드는 효과를 구사한다. 유명인을 따라하고 싶은 대중의 욕구를 자극할 뿐 아니라, 경영인의 이미지가 곧 기업 이미지로 연결되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박 부회장은 공식적인 자리에는 꼭 자사 브랜드를 입고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엔 이랜드가 2009년 출시한 저가(低價) 브랜드 스파오의 청바지도 즐겨 입는다. 박 부회장은 '모자 패션'으로도 유명한데, 창업 초기 머리 할 시간이 없어 모자를 쓰기 시작한 것이 본인만의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사장도 공식적인 자리에는 항상 자사 브랜드를 착용해 브랜드 홍보 효과를 높인다. 특히 토리버치 등 신규 브랜드를 내놓을 때는 귀걸이나 구두 등 소품까지도 같은 브랜드로 맞춰 코디한다. 사내에 이를 조언해주는 전담팀도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디자인스쿨 미국 파슨스 출신인 이 사장은 자사 브랜드 옷을 적절히 코디해 제일모직의 '아저씨 느낌'을 걷어내고 여성들이 따라하고 싶은 '이서현 스타일'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중성적인 스타일로 직원 고객과 소통하기


    남성 직원·고객이 많은 제조업 분야의 여성 경영인들은 중성적인 스타일로 직원과의 거리를 줄이고 고객과의 소통을 넓힌다.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은 공식석상에서 주로 검은색, 회색, 흰색 계열의 바지 정장(正裝)을 고수한다. 머리 스타일도 짧은 숏커트다. 정지이 현대유앤아이 전무도 단정히 묶은 헤어스타일에 무채색 정장, 연한 화장을 한다.


    이영희 삼성전자 부사장도 숏커트와 바지 정장, 뿔테 안경이 트레이드 마크다. 신형 스마트폰과 잘 어울리는 도시적이고 세련된 느낌이다.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본인이 중성적인 스타일을 좋아해 즐겨 입지만, 패션 관련 행사에는 꽃무늬 브로치 등으로 포인트를 주고, 정치적인 행사에서는 더 단정하게 입는 식으로 변화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