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3.23 09:12
[글로벌 석학 5人 한국 경제 조언]
"日, 제로금리 유지하고 中은 금리 또 내릴 듯…
한국, 경제 회복 前까지 금리 인상하지 말아야"
사상 초유의 초(超)저금리 상황을 맞은 한국 경제가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해 글로벌 경제 석학들은 향후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한국이 이를 따라가선 안 되며, 글로벌 금리 인하 트렌드에 계속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데어 터너 전 영국 금융감독청장,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교수, 다니엘 그로스 유럽위원회·유럽의회 전 경제자문관, 아베노믹스 설계자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 교수, 한국 경제 전문가 후쿠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 등이 22일 본지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충고했다.
글로벌 석학들은 최근 기준금리를 연 1%대로 내린 한국의 통화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코웬 교수는 "둔화되는 세계경제 속에 한국 경제는 늙어가고 있으며 활력을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며 "일본이 추진 중인 엔저 정책 등 환율 전쟁 구도에서 정면으로 대응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하마다 교수도 "한국은행이 마침내 그동안의 경직된 통화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앞으로는 보다 탄력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영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로스 전 경제자문관은 "점점 둔화하는 중국 경제의 압박을 고려하면 한국으로선 금리 인하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석학들은 한국이 추후 금리를 더 내릴 필요성이 있으며 미국이 연내에 금리를 올린다 해도 미국의 길을 따라가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하마다 교수는 "올해 미국의 금리 인상 정책에 상관없이 '한국만의 길'을 고수해야 하며, 0%대로 금리를 인하해 (경기 진작)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로스 전 경제자문관은 "환율 전쟁의 주도권을 잡고 디플레이션 압력을 해소하려면 0.5%포인트 정도 단번에 추가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경제가 살아나기 전까지는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지 말라"고 조언했다.
터너 전 영국 금융감독청장은 "국내총생산(GDP)의 31%에 달하는 민간 부채 때문에 한국은 디플레이션 압력에 노출돼 있다"며 "디플레이션 압력이 심해지면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올해 한 차례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며, 일본도 수년간 제로(0)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한국이 중·일의 통화정책 기조를 따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웬 교수도 "미국의 경제 상황은 한국과 다르기 때문에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을 모방(copy)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후쿠가와 교수는 "한국의 외환보유액 수준과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볼 때, 미국이 출구 전략(금리 인상)을 단행하더라도 잘 방어할 것"이라며 "가능하다면 추가 금리 인하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로스 전 경제자문관은 "유럽중앙은행(ECB)이 몇 년 전 물가가 약간 올랐을 때 저금리 기조에서 탈출할 시점이라고 보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가 경제가 악화했고, 스위스와 스웨덴도 성급하게 저금리 탈출 정책을 폈다가 최근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에 빠졌다"며 "한국은 근본적으로 장기적인 초저금리 트렌드에 대해 반기를 들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