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3.24 09:23
[5년 전 급증한 편의점, 올부터 재계약 몰려]
전국 편의점 2만5000곳 중 절반 가까이 2년內 계약만료
CU·GS25 업계 1위 싸움에 신세계도 진출해 경쟁 격화
리뉴얼에 학자금 지원까지 "만년 乙 가맹점주 귀하신 몸"
경기도 수원에서 A편의점 매장을 운영하는 이모(55)씨는 최근 편의점 업체들의 구애(求愛)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편의점 업체와 맺고 있는 계약의 만료 시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씨는 "매장 내부 인테리어 공사는 기본이고 손님들이 잠시 쉴 수 있는 테라스를 만들어주겠다는 제안도 들어온다"며 "어떤 업체는 새로 계약 맺는 조건으로 1억원을 주겠다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CU·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업체들의 가맹점 유치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계약 종료를 앞둔 타사(他社) 편의점 매장을 빼앗아 오거나 자사(自社) 가맹점 이탈을 막기 위해 영업 장려금 명목으로 3000만~4000만원을 주는 것은 물론 무료 인테리어 공사, 가족 해외여행, 자녀 학자금 지원 등 점주들의 귀가 솔깃해지는 파격적인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만년 을(乙)인 가맹점주들이 오랜만에 대접받는다"는 자조 섞인 농담도 흘러나온다.
◇2010년부터 급증한 편의점, 재계약에 들어가
편의점 업계에서 점포 유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것은 올해부터 가맹 계약이 종료되는 점포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의 은퇴가 시작된 2010년부터 급증했던 편의점 매장들이 업체와 맺은 5년간의 가맹 계약이 올해부터 차례로 만료되는 것이다. 현재 전국 2만5000여곳의 편의점 중에 올해 가맹 계약이 끝나는 매장은 2800여개에 달한다. 내년과 2017년에 계약이 종료되는 점포는 각각 4200여곳, 3300여곳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CU와 GS25의 편의점 1위 싸움도 가맹점 유치 경쟁을 한층 뜨겁게 하고 있다. 업계 1위인 CU와 GS25의 점포 수 차이는 2012년 말 800개에서 올해 2월 말 현재 92개로 줄었다. 한 편의점 업체 영업 담당자는 "서울과 대도시에서는 편의점이 이미 포화상태여서 인기 상권에는 신규 점포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며 "제대로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곳에 점포를 무작정 늘리기보다 핵심 상권의 경쟁사 매장을 뺏어오는 게 매출 증대에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신세계그룹이 지난해 7월 위드미를 인수하며 편의점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기존 편의점과의 가맹점주 쟁탈전은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신세계는 현재 590여개인 전국의 위드미 매장 수를 올해 말까지 1000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업체마다 점포 확장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만큼 재계약을 앞둔 매장을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에 따라 업계 순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료 인테리어 공사에 해외여행·학자금 지원
가맹점 유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다 보니 일부 매출이 높은 매장은 수천만원에 이르는 내부 인테리어 공사비, 영업 장려금, 가족 여행 경비를 지원받는 것은 물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수익 배당률도 높아지고 있다. 통상 편의점 매출은 가맹점주와 본사가 65대35로 나누지만, 최근엔 8대2까지 가맹점주 몫을 상향 조정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올해 초 가맹 계약을 다시 맺은 서울 마포의 B편의점은 최근 상가 월세가 100만원 오르자 본사에서 매달 50만원씩 임차료를 부담해주기로 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쟁이 격화되면서 아직 계약이 끝나지 않은 점포에 대해서도 기존 업체에 물어줘야 할 중도 해지 위약금을 대신 내주고 점포를 빼앗아 오는 경우도 있다"며 "일부 점주는 업체 간의 경쟁을 부추겨 더 좋은 재계약 조건을 얻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