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넘치는 돈 무기로 세계 一流기업 사냥 잇따라

    입력 : 2015.03.26 10:07

    [지난달 '클럽메드' 이어… 세계 5위 타이어社 '피렐리' 인수]


    - 中, 유명 브랜드 왜 사들이나?
    인수 기업 기술 이전 받아 고급 브랜드로 탈바꿈
    경영 위기 유럽 기업들 대상 성장성 높은 美IT社도 노려


    중국이 넘치는 돈을 무기로 '세계 일류(一流) 기업 사냥'을 점화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경영 위기에 처한 유럽 최고 기업들과 성장성 높은 미국 IT(정보기술) 기업들이 주 대상이다. 2000년대 첫 10년 동안에는 중국 기업들이 실속이 떨어지는 기업까지 대거 사들였지만, 지금은 실력과 잠재력을 겸비한 업체만을 정조준하고 있다. '저우추취(走出去·해외 진출) 2.0' 시대이다.


    ◇중국, 伊 名品 타이어 기업을 8조원에 인수



    이달 22일(현지 시각) 확정된 중국 국영기업 중국화공(化工)집단공사(CNCC)의 세계 5위 타이어 제조사 피렐리 인수는 이를 보여주는 최신 사례이다.


    인수 규모는 71억유로(약 8조5000억원)로 중국의 이탈리아 기업 투자 규모로는 가장 크다. 주목되는 것은 1827년 밀라노에서 출범한 피렐리는 '타이어 업계의 프라다(명품 브랜드)'로 불릴 정도로 고급 타이어에 경쟁력이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타이어 비즈니스'지(誌)는 "피렐리의 고급 타이어 시장 점유율은 50%에 달한다"고 밝혔다. 국제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원(F1)에 타이어를 공급해오는 피렐리는 이탈리아의 대표 간판 제조기업이기도 하다.


    런젠신(任建新) CNCC 이사장은 "인수 후에도 피렐리 브랜드를 계속 사용하며 160개국에 있는 피렐리 직원 3만8000명의 일자리는 물론 마르코 프론체티 프로베라 CEO의 직위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인수가 세계 타이어 시장 재편을 촉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세계 19위 화학회사인 CNCC는 이미 에올루스라는 타이어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데, 에올루스는 중국 시장 3위, 세계 시장 26위의 반열에 올라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CNCC와 피렐리의 결합은 한국 기업들의 중점 공략 지역인 중국·유럽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의 탄생을 의미하는 만큼 우리 기업들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진국 추월 전략… '통째로 일류 기업 사라'


    지난달에는 중국 푸싱(福星)그룹이 프랑스의 세계적인 리조트 운영그룹 클럽메드를 10억달러(1조1000억원) 넘는 자금을 들여 인수했다. 작년 2월 중국 최대 자동차부품 기업인 완샹(萬向)그룹은 미국 전기차 회사 피스커를 인수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피스커는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으로 신에너지 자동차 분야에서 명성을 쌓은 기업"이라며 "이를 통해 완샹그룹은 전통 자동차에서 신에너지 자동차 생산업체로 전환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IT 분야의 경우 알리바바그룹이 작년 3월 미국 모바일메신저인 탱고(Tango)를 인수했고 럭셔리 전자상거래업체인 퍼스트딥스(1dibs)에 투자해 미국 시장 공략 교두보를 확보했다. 퍼스트딥스는 미국 부유층을 대상으로 고가(高價) 보석과 골동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이다. 필립 르 코레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기업의 미국·유럽 알짜 기업 인수는 평범한 기업에서 세계적 기업으로 단번에 도약하기 위한 대담한 기업 추월 전략"이라고 말했다. 유명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 등을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대폭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신창타이(新常態)'로 불리는 중국 경제의 저성장 국면에 위기감을 느낀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자구책 차원에서 더 공격적인 해외 진출을 꾀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리커창 중국 총리는 이달 초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중국 기업들이 지금 경쟁력을 제대로 갈고닦지 않는다면 생존할 수 없다"며 과감한 혁신과 해외 진출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