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강북파이낸스센터 PB 센터장들이 말하는 부자들의 '저금리 포트폴리오'

    입력 : 2015.03.27 09:08

    1%대 금리에 맞선 큰손들 재테크 '공격수' 교체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연 1.75%로 내려가면서 대한민국 역사상 어느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재테크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 저금리로 월세는 크게 늘고, 전세금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매매 가격을 넘어서는 지역도 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유럽·일본·중국 등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 완화에 돌입하면서 글로벌 유동성 쓰나미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국내외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가진 거액 자산가들은 재테크 포트폴리오를 바꾸기 위해 잰걸음을 걷고 있다. 거액을 굴리는 만큼, 투자 지식과 감각이 남다른 이들은 요즘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머니섹션 M플러스가 큰손 자산 관리의 최대 격전장으로 꼽히는 강남·강북파이낸스센터의 PB센터장들을 통해 큰손들의 재테크 속내를 살짝 엿봤다.



    글로벌과 배당, 투자의 새 축으로


    전문가들은 최근 큰손들의 투자 트렌드 핵심은 '글로벌과 배당'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진곤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 상무는 "부자들은 국내 투자 비중을 줄이고 대신 시야를 넓혀서 해외 비중을 늘리는 분위기인데, 지역적으로는 유럽·중국·일본·인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면서 "베트남·태국을 비롯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는 부자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은 기업 실적이 향후 주가를 강하게 끌어올릴 정도로 좋게 나올지 어떨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한다는 설명이다.


    황인일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장도 "유럽·일본 등 선진국펀드를 비롯해서, 연 7% 전후 성장이 기대되는 중국본토펀드와 고령화·신약개발 수혜를 노리는 헬스케어펀드, 아시아 중산층의 소비 증가를 기대하는 컨슈머펀드 등에 대한 관심이 높다"면서 "해외 투자 시 세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연금·보험 등 절세 상품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발 빠른 큰손들은 달러 강세에 대비해 전체 금융자산의 10~20%는 달러로 투자해 베팅하고 있다. 황세영 씨티은행 CPC강남센터장은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달러 강세는 보통 몇 년씩 지속되었고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면서 "달러 자산을 보유한 자산가에겐 외화예금은 이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달러로 운용되는 해외펀드에 투자하라고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펀드 중에서도 특히 유럽 펀드의 투자 비중을 높이는 자산가가 많다고 황 센터장은 덧붙였다. 여전히 예금을 선호하는 보수적인 자산가도 많지만, 1%대 예금에 돈을 넣으면서도 "이건 좀 아닌데…"라며 탐탁해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찬구 신한PWM 서울파이낸스센터장은 "초저금리 시대에 환(換)테크는 새로운 투자법으로 거듭나고 있다"면서 "미국 달러 강세를 예측했던 고객들은 달러예금·달러보험 등으로 환차익을 실현하고 있다"면서 "요즘은 일본 엔화와 유로화에 대한 투자 시기를 저울질하는 부자가 많다"고 전했다.


    초저금리로 배당 재테크는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김영길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장은 "배당을 많이 하거나 늘릴 기업에 투자하는 배당 관련 투자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고배당 주식과 고금리 채권을 섞어 운용하는 해외 멀티에셋 상품에 대한 관심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문 삼성증권 GFC지점장은 "2015년 배당수익률이 3.7%가 예상되는 SK텔레콤 주식을 사놓겠다는 고객이 있는 등 배당주에 관심을 갖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택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전·월세 가격 상승이 매매 수요를 약간 자극하는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지는 않고 있다. 워낙 저금리다 보니 자산가들은 기존 부동산을 당장 처분하기보다는 좀 더 보유하면서 상황을 살피거나 핵심 지역인 경우엔 월세 수익을 챙기는 것이 낫다고 본다는 것이다.



    버리는 패, 롱숏·하이일드·물가채


    오랜 기간 지속된 박스권 장세에서 선방할 수 있는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롱숏펀드는 인기가 한풀 꺾였다. 롱숏펀드는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주식은 사고(long), 주가가 내릴 것으로 판단되는 종목은 먼저 주식을 빌려서 팔아(공매도·short) 차익을 남기는 전략을 쓴다. 이수연 신한PWM스타센터장은 "롱숏펀드는 시장 오르내림과 상관없이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한다고 내세웠지만 실제 성과는 부진해서 이론과 현실 사이에서 괴리를 보였다"며 "롱숏펀드에 실망한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매도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도는 낮지만 고수익을 주는 회사 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펀드는 그동안 짭짤한 수익을 안겨준 기특한 상품이었다. 하지만 하이일드 채권을 발행한 회사들이 유가 하락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셰일가스 업종이 많은 데다, 금리 인상 시 채권 가격이 떨어져서 수익률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위험이 커졌다고 보고 정리하는 분위기다.


    2013년 전후로 큰 인기를 끌었던 물가연동국채는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과감히 털어내는 자산가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