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3.30 09:04
[삼성전자, 출시 앞두고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마케팅 전략]
-출시국 120개→20개 축소, 왜?
일부 국가서 수급 불균형… 판촉 관리 되레 어려워져
대륙별 핵심국 20곳 골라 마케팅 역량 집중하기로
글로벌 파트너와 협력 위해 일부 도면 보내 비밀주의 깨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명운(命運)이 걸린 전략 모델 '갤럭시 S6' 출시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오는 4월 10일 출시 전까지 주요 국가별로 패션·문화행사와 사전 체험 이벤트를 결합한 월드투어를 진행 중이다. 삼성은 3월 초 언팩(unpack·제품 공개) 행사에 이어 패션 액세서리 공개, 패션쇼와 결합한 사전 체험 행사,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격적인 협력 선언 등으로 분위기를 달궈왔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부터 2개월 사이에 갤럭시 S6 마케팅을 총괄할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을 두 차례나 교체했다. 마케팅 담당 임직원들은 연초부터 사내 행사 때마다 모든 구호를 6번씩 외쳤다. 갤럭시 S6의 성공이 그만큼 간절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절체절명의 분위기는 마케팅 전략마저 완전히 변화시켰다. 작년에 전작(前作)인 '갤럭시 S5'를 출시할 때와는 행사 계획이나 전략 등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대륙별 핵심 국가에 마케팅 집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출한 1차 출시국 숫자다. 갤럭시 S6는 4월 10일 한국·미국 등 20개국에서 먼저 출시된다. 120개국에서 처음 출시된 갤럭시 S5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60개국에서 선보였던 갤럭시 S4에 비해서도 3분의 1로 줄어든 규모다. 갤럭시 S6가 전작들을 압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의외의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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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시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갤럭시 S6를 사전에 체험할 수 있는 전 세계 매장 숫자가 이전보다 무려 10배나 늘어났다. 갤럭시 S5는 1차로 120개국의 2200개 매장에 제품이 풀렸다. 갤럭시 S6 체험 매장은 20개국에서 모두 2만2000개나 된다. 국내에서도 과거 50여개 수준이던 사전체험 매장이 1400개로 확대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S5 때 출시국을 대거 늘려 붐을 기대했지만 일부 국가에선 수급 불균형과 판촉 관리의 어려움 같은 문제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대륙별 핵심 국가만 골라 마케팅 역량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출시 국가 수는 갤럭시 S5의 6분의 1로 줄었지만 체험 매장은 10배로 늘었으니, 마케팅 집중도는 60배나 높아진 셈이다.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초(超)선택과 집중'이라고 할 만할 수준이다. 체험 매장이 폭증한 데는 현지 이동통신사들이 갤럭시 S6 체험 매장을 경쟁적으로 유치한 영향도 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한다.
◇비밀주의 깬 설계 도면 공개
지난 24일 UAE의 두바이에서 출발한 갤럭시 S6 월드투어도 과거와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현지 법인이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기획하던 관행을 깨고, 삼성전자 본사의 '언팩팀'이 각국별 행사의 기획 단계부터 최종 점검까지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주요 제품의 첫 공개 행사를 담당하는 언팩팀은 삼성전자 내 최고의 마케팅 전문가 집단으로 꼽힌다. 이들은 갤럭시 S6 출시 2~3개월 전부터 해외로 날아가 현지 법인과 행사를 함께 준비하며 자신들이 쌓아온 노하우를 전수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마케팅 행사도 본사가 요구하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갤럭시 S6 공개행사에서 스와로브스키, 몽블랑 등 해외 패션 브랜드들이 개발한 갤럭시 S6 전용 액세서리를 함께 선보였다. 이 업체들이 갤럭시 S6의 기본적인 사양을 미리 알았다는 의미다. 갤럭시 S5만 해도 전용 패션 액세서리가 나온 것은 S5가 출시되고 나서 8주 뒤의 일이었다. 이번에는 목숨처럼 여겼던 비밀주의에 예외를 허용하면서까지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을 택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초 6개 해외 업체에 갤럭시 S6의 일부 도면을 보냈다. 덕분에 갤럭시 S6 공개 행사 당일 100여 개의 액세서리를 함께 선보일 수 있었다. 이 작업을 진두지휘한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팀 부사장은 "액세서리 때문에 스마트폰을 사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액세서리는 스마트폰의 경쟁력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품 출시 전 일부 도면이라도 외부 업체와 공유한다는 것은 예전 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며 "삼성전자의 달라진 마케팅을 상징하는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