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4.0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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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룸버그 제공
미국 달러 가치가 절상되면서 말레이시아, 칠레, 터키, 베네수엘라, 러시아와 같은 신흥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면 한국, 대만, 중국, 인도, 필리핀은 비교적 안전할 것으로 예상됐다.
CNBC는 1일(현지시각) 영국 옥스포드대학 산하 연구소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를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아담 슬레이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가치가 강세로 돌아서면 신흥국 부채 부담이 늘고 자본이 유출되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달러 가치 최근 9개월간 12% 상승
달러 가치는 지난해 6월부터 올 3월말까지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주요 6개국 통화에 비해 12% 가까이 상승했다.
달러 가치가 이렇게 오른 것은 지난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 잠깐을 제외하고 1990년도 후반과 2000년대 초반 뿐이다.
슬레이터는 "특히 기업과 정부, 은행 등의 달러 부채가 자산에 비해 많으면 많을수록 달러 강세가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반대로 원자재 가격은 하락한다. 이 때문에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신흥국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달러 가치가 12% 오를 동안 국제유가는 절반 가량 하락했다.
특히 러시아, 칠레, 베네수엘라 등은 원자재 수출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7%를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역시 원자재 수출 비중이 8~9%에 달한다.
◆달러 강세로 신흥국 자본 유출 초래
달러 가치 절상이 신흥국에 타격을 주는 또 다른 이유는 급격한 자본 유출 혹은 자금 유입 감소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의 금리인상 기대감으로 신흥국 자본 유출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슬레이터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가치가 높아지고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투자자들이 신흥국에서 자금을 빼내 미국으로 몰려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는 신흥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게 되고, 결국 신흥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려 은행 유동성을 마르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슬레이터는 특히 달러 강세의 최대 피해자로 말레이시아, 칠레, 터키, 베네수엘라, 러시아를 꼽았다. 슬레이터는 "한국, 대만, 중국, 인도, 필리핀이 가장 타격을 적게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6개 주요 지표(GDP, 물가상승률, GDP 대비 개인 부채 비율, GDP 대비 총 외채 비율,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 채무 비율, 2014년 중반 이후 실질실효환율) 를 기반으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