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대우造船, 3류로 침몰하나

    입력 : 2015.04.06 09:20

    사장 선임 놓고 '낙하산 논란' 갈등
    지난달 수주 실적 하나도 없어… 주문한 해외 선사들도 "불안해"


    세계 3대 조선 업체인 대우조선해양이 채권단의 후임 사장 선임 지연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 회사의 올해 수주 실적은 1월 12억달러에서 2월 2억달러로 줄더니 지난달엔 '0달러'가 됐다. 작년 12월 고재호 사장 교체설이 불거진 이후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후임 사장 선정을 4개월 가까이 미루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1척당 수천억원짜리 선박을 발주하는 해외 선사들이 "사장이 누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선 계약을 할 수 없다"고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 고위 임원은 "올해 건조 물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2017년엔 선박 건조장이 비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다음 달까지 사장을 선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공시 일정 등을 감안하면 시간이 빠듯하다. 지난달 29일자로 사장 임기가 끝난 고 사장은 후임이 선정될 때까지 사장 대행을 임시로 맡고 있다. 사장 선임 지연 원인에 대해 업계에선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려고 시간을 끌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회사 분위기는 이미 엉망이 됐다. 연임이 유력시되던 고 사장이 물러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 후, 사장 자리를 차지하려는 음해와 투서가 난무했고 내부 줄서기와 편가르기도 극성을 부렸다.


    '우리 선박이 제대로 건조되는 것이냐'는 해외 선사들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4척의 상선을 건조 중인 '그리스 선박왕' 존 안젤리쿠시스는 한국에 파견된 직원에게 사장 선임 과정 등을 매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러시아 선사인 소브콤플로트 세르게이 프랭크 회장은 지난달 11일 직접 방한해 "발주한 15척의 쇄빙 LNG선(액화천연가스운반선) 건조 일정 차질이 우려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채권단과 정부가 낙하산 인사 임명을 포기하고 지금부터라도 이사회에 사장 선임을 맡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회사 사외이사 출신의 한 인사는 "이대로 가다간 세계 3대 조선소가 3류 조선소가 될 수 있다"며 "이 경우 한국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 측은 이에 대해 "올 5월 임시주총을 열어 새 사장을 선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