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보다 '개'이스북... 애완동물 뒤에 숨는 2030

    입력 : 2015.04.07 10:05

    "진지한 말하기 부담될 때 애완견 계정 이용하면 상대가 관대해지는것 같아"


    직장인 박모(여·25)씨는 요즘 자신의 SNS보다 애완견 '초롱이' 이름으로 만든 SNS를 관리하는 데 더 열을 올리고 있다. 1년 전 개설한 초롱이 페이스북에는 박씨의 친구 수십 명이 친구 신청을 하고 "초롱이 생일 축하해" "귀여운 초롱님 놀러 오세요" 같은 글을 남기고 있다. 이에 초롱이는 "멍멍" 같은 댓글을 남긴다. 한 고양이 이름을 딴 사용자는 초롱이의 페이스북에 "나랑 친구 할래?"라고 글을 남겼다.


    SNS에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나 고양이 이름으로 계정을 만들어 운영하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이 애완용 개나 고양이 '명의'로 계정을 개설하면서 '개이스북(개+페이스북)', '트윗냥 (트위터 하는 고양이)', '펫스타그램(pet+인스타그램)' 같은 신조어도 생겨났다. 대부분 주인이 애완동물 사진을 올리고 동물을 흉내낸 말투로 글을 쓰는 식이다.


    자신이 기르는 애완견 이름으로 사진과 글을 올린 SNS 이용자(왼쪽). 배우 신소율씨도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 이름으로 SNS를 운영하고 있다(오른쪽). /인스타그램 캡처


    애완동물 계정을 빌려 정치적 의견을 개진하거나 민감한 사회 이슈에 대해 발언하는 이용자들도 있다. 최근 자신의 애완견 계정으로 사회 양극화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직장인 김모씨는 "내 SNS에는 진지한 말을 하기 부담스러운데, 애완견 계정을 이용하면 나와 의견이 다른 이용자들도 비교적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했다. 한 심리 전문가는 "사회적 이슈를 둘러싸고 피아(彼我)가 갈려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한 회피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외국에선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애완견 '비스트'의 계정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반려동물 SNS'가 유행이 됐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도 애완견 '그릭스비'의 이름으로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