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4.08 09:51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1위 기업보다 2위 업체 인수가 더 눈길을 끄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시멘트 업계 M&A 매물로 나온 업계 1위 쌍용양회와 2위 동양시멘트 이야기다. 무슨 사연 때문에 1위 업체보다 2위 업체 인수에 업계가 주목하는 것일까.
◆ 쌍용양회 인수 관심에서 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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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쌍용양회 동해공장 현장.
쌍용양회는 시멘트 업계 1위 업체. 시장점유율 22%로 선두에 있는 이 기업이 M&A 시장에서 관심 밖으로 밀려난 이유는 태평양시멘트가 인수 의사를 확고히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채권단이 쌍용양회 매각을 추진할 당시만 하더라도 태평양시멘트는 쌍용시멘트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 신한은행, 서울보증보험, 한앤컴퍼니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쌍용양회의 지분 47.83%를 공개 매각하려 했다. 이런 의지를 표현했는데 태평양시멘트는 당시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채권단을 조급하게 만들기도 했다.
태평양시멘트는 쌍용양회 지분 32.36%를 보유하고 있어 2대 주주였다. 또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지고 있어 이를 행사할 수도 있었다. 다만 추가 투입될 자본 등을 고려하면서 뜸을 들였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뜸을 들이다 결국 인수 의사를 밝힌 이유는 따로 있다. 2대 주주인 태평양시멘트가 쌍용양회를 인수하지 못하고 다른 업체 넘어가게 되면 경영권에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태평양시멘트가 이를 우려해 쌍용양회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태평양시멘트가 인수 의사를 밝힌 것이 전해지면서 쌍용양회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 때문에 높게 형성된 시세 장벽을 태평양시멘트가 어떻게 넘을지가 관건이 됐다.
태평양시멘트가 인수를 하지 못하게 되면 공개 경쟁 입찰로 매각 방식이 바뀐다.
◆ 동양시멘트 매각작업 돌입…주인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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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양은 동양시멘트 매각작업을 위해 입찰제안요청서를 회계법인 등에 보냈다
태평양시멘트가 우선매수권을 이용해 업계 1위인 쌍용양회 인수 의지를 밝히면서 동양시멘트 인수전(戰)이 자연스레 더 주목을 받게 됐다.
동양시멘트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업계에 전해진 회사는 한일시멘트, 라파즈한라, 아세아시멘트 등이다. 시멘트 업계에서 각각 3, 4, 7위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이 3개 회사 중 한 곳이 동양시멘트를 인수할 경우 업계 1위인 쌍용양회와 격차가 급격히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
레미콘 업체인 유진기업과 삼표도 동양시멘트 인수에 주목하고 있다. 레미콘 업계 1, 2위인 두 회사가 시멘트 업계 거물이 매각되는 것을 지켜보지 만은 않을 거라는 업계 관측이 나온다.
레미콘 회사가 시멘트 회사를 인수하면 가격 협상에 유리한 지점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동양은 오는 13일까지 인수제안요청서를 접수해 매각주관사를 선정한 뒤 매도자 실사를 거쳐 내달 매각공고를 낼 계획이다
매각주관사는 최근 매각(인수합병) 자문 실적뿐 아니라 (주)동양과 동양시멘트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 지를 고려해 선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동양시멘트에 대한 동양(55%)과 동양인터내셔널 지분(19.1%) 매각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다. 인수제안요청서 전달 소식이 전해지면서 동양시멘트 주가는 상승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