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4.09 09:02
[시중은행이 추천한 '정기예금보다 수익 높으면서 안정성 높은 펀드' 톱10]
올 수익률 4%… 자산 40%만 주식 편입, 2위는 '미래에셋 글로벌 다이나믹'
전세계 채권 고루 투자, 5년 수익률 32%… 3위는 출시 15년된 '미래에셋 배당주'
"원금보장 안되므로 잘 따져보고 가입을"
기준금리 1% 시대를 맞아 쥐꼬리 예금 이자에 실망해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찾아나서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고객님의 예금 만기가 돌아왔습니다'라는 반가운 문자 메시지를 받고 은행을 찾아가지만, 돈을 다시 예금에 예치하려니 이자가 1.9%에 그쳐 대안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은행 창구에선 평생 예금만 갖고 재테크를 해왔던 사람들조차 '1% 예금은 너무 심한데…'라며 예금 가입을 주저하고 있다. 특히 노후 자금을 넣어놓고 이자로 생활해왔던 은퇴자들은 타격이 여간 큰 게 아니다.
본지 재테크팀은 팍팍한 은행 이자에 실망해 예금 대안을 찾아나서는 투자자들을 위해, 국내 7개 시중은행에 의뢰해 예금 이자보다 좀 더 높은 수익을 노려볼 수 있는 안정적인 펀드를 2개씩, 총 14개를 추천받았다. 이 중 올해 새로 출시된 새내기 펀드 2개는 제외했다. 통상 예금의 대안으로 꼽히는 정통 채권형 펀드를 추천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A은행 펀드 전문가는 "요즘엔 채권 투자로 예금 이자의 2~3배 수익을 얻기는 어렵다"면서 "자산의 일부를 주식에 20~40% 정도 투자하는 혼합형 상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후 자금을 안정적으로 굴리고 싶어하는 장모님에게 사위들이 소개해도 뒤탈 걱정이 없을 똘똘한 펀드는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 평가에는 강지영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연구원, 민주영 펀드온라인코리아 투자교육팀장, 어경석 삼정회계법인 금융사업본부 이사, 이천 희망재무설계 대표(가나다순)가 참여했다.
◇3개 은행이 동시 추천한 KB 가치배당40 1위
펀드는 투자 상품이라는 특성상, 과거 수익률이 가장 중요한 판단 잣대가 된다. 하지만 평가단은 원금 손실은 최소화하면서 예금 이자보다는 2~3배 높은 수익을 내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이 가입하는 만큼, 눈에 보이는 수익률보다는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용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또 수수료가 지나치게 비싸진 않은지, 자금 흐름에 이상은 없는지 등 부수적인 요소들도 고려했다.
그 결과, 평가단 전원이 가장 높은 점수를 준 상품은 KB자산운용의 'KB가치배당40펀드'(10점 만점에 9점)였다. 7개 은행 중 3개 은행(신한·IBK·SC)이 동시에 추천한 3관왕 펀드다. 지난해 출시된 이 펀드는 전체 자산의 40%를 주식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채권 등 안정적인 자산에 넣어둔다. 출시 1년 만에 24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모였고, 올해 수익률도 4%에 달하는 등 탄탄하게 운용되고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골프존, 컴투스, 리드코프, 휠라코리아 등 실적이 좋은 주식을 담아놨다. 유성천 KB자산운용 상무는 "지난해 출시된 가치배당40펀드는 처음부터 정기예금 이탈 고객을 겨냥해서 만든 상품"이라며 "최근 기준금리가 내려가면서 아주 보수적인 투자자들까지 일부 주식이 편입된 상품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에 주식 편입 비중을 20%까지 낮춘 가치배당 20펀드도 이달 초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2위는 미래에셋의 글로벌 다이나믹 펀드(우리은행 추천)가 차지했다. 전 세계 해외채권에 골고루 투자하는 이 상품은, 2009년 출시 이후 긴 세월 성과가 흐트러지지 않고 일관성 있는 흐름을 보여왔다. 5년 수익률은 32%가 넘어 같은 기간 예금 이자 수익(20%)을 크게 웃돌았다. 3위는 하나은행이 추천한 미래에셋 배당주플러스펀드였다. 2001년 출시된 16년차 펀드인데, 채권에 70% 투자하고 30%는 배당주에 투자한다. 출시 당시만 해도 고금리 시기여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해 잊히는가 싶었는데, 초저금리를 계기로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는 형님 펀드다. 설정 이후 단순 연간 수익률은 8.6%. 하나은행 측은 "채권은 국공채 등 우량 채권만 골라 담고, 포트폴리오 자체 배당수익률도 2.2% 나오는 구조여서 예금 이자보다는 높은 수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배당주·공모주·롱숏 등 에지(특색)로 승부
4위를 차지한 '하이 실적 포커스30 채권혼합펀드'는 우량 채권을 기본으로 깔고, 30%는 고령화와 같은 메가 트렌드에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주식에 투자한다. 한 전문가는 "설정액이 꾸준하게 늘고 있으며 2007년 출시 이후 성과도 우수하다"며 "코스닥 시장 편입비가 높아 위험 관리 측면에서 다소 불안해 보인다"고 평했다.
5위는 KB국민은행이 추천한 'KB 코리아 롱숏펀드'였다. 롱숏펀드는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주식은 사고(long), 주가가 내릴 것으로 판단되는 종목은 먼저 주식을 빌려서 팔아(공매도·short) 차익을 남기는 전략을 쓴다. 국민은행 측은 "대형 롱숏펀드는 성과가 많이 부진해졌지만 KB코리아 롱숏펀드는 매달 꾸준히 플러스 수익을 내면서 안정적인 운용 성과를 내고 있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6위인 IBK기업은행이 추천한 'IBK중소형주 코리아펀드'는 중소형주에 투자해 수익을 노리는 상품인데, 평가 대상 중에 최근 수익률은 가장 훌륭했지만 그만큼 원금 손실 위험이 높다는 지적을 받았다. 올 들어 자금(68억원)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혔다.
우리은행이 추천한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채권혼합형)는 해당 운용사 상품이 '국민 펀드'로 불릴 만큼 유명하고 덩치도 커졌지만 단기 성과는 부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SC은행이 추천한 'JP모건 글로벌멀티인컴펀드'는 전 세계를 무대로 현금 흐름이 나오는 자산에 투자하는데, 글로벌 배당주에 투자하는 같은 유형의 다른 펀드들에 비해 전 기간에 걸쳐 성과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점수가 깎여 8위에 머물렀다.
◇예금 대안 펀드, 원금 손실 위험은 유념해야
펀드 판매사인 은행들은 한 지붕 아래 있는 같은 계열사의 상품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같은 금융 그룹 내에 속해 있기 때문에 해당 자산운용사의 정보를 속속들이 알아낼 수 있어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고객에게 유리하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그다지 전망이 밝지 않거나 다른 회사에 더 좋은 펀드가 있어도 '제 식구 챙겨주기' 차원에서 추천하기 때문에 너무 믿어선 안 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금융회사 직원이 같은 계열사 상품을 골라준다고 해서 무턱대고 비난부터 할 필요는 없고, 해당 상품의 과거 성과와 향후 전망을 토대로 냉정하게 결정을 내리면 된다. 또 1년짜리 정기예금을 대신해서 1년 만기로 펀드에 가입한다고 해도 만기 때 예금처럼 원금이 반드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펀드는 실적배당형 상품이기 때문에 아무리 주식 비중이 높지 않은 안정적인 상품이라고 해도 시장 상황에 따라 원금을 까먹을 위험이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