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4.14 09:36
[브루노 파블로브스키 샤넬 패션부문 사장]
"가격, 세계적으로 조정한 건 고객 신뢰 얻기 위한 결정
내달 서울서 '크루즈쇼' 연 뒤 올 10월부터 가격 재조정
직장인에 더 빨리 다가가려 내년 가을부터 온라인 판매"
"샤넬이 아무리 창의적인 제품을 내놔도 고객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최근 한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샤넬 핸드백 가격을 조정한 것은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글로벌 명품 기업 샤넬(Chanel)의 패션부문 총괄 책임자인 브루노 파블로브스키(Pavlovsky) 사장은 이달 10일 프랑스 파리 샤넬 본사에서 본지와 단독 인터뷰을 갖고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샤넬 크루즈 쇼'에서 선보이는 신제품이 출시되는 올 10월부터 가격이 또다시 본격적으로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샤넬은 최근 1년여간 유로화 약세로 제품의 가격 격차가 지역별로 너무 크게 벌어지자 한국·중국 등 아시아에서는 핸드백 가격을 21% 정도 내리고 유럽에서는 반대로 20% 가량 올렸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샤넬의 핸드백 '2.55 빈티지'(미디엄 기준)는 715만원에서 600만원, '클래식'은 643만원에서 538만원으로 가격이 각각 낮아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가격 인하 조치로 동일한 제품을 더 싸게 구입하려고 유럽 등지로 떠나는 '원정(遠征) 쇼핑'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
- ▲ 파블로브스키 샤넬 패션부문 사장 /파리=사진작가 올리비에 싸일랑 촬영
파블로브스키 사장은 "샤넬은 전 세계 약 200개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고객이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며 "이들이 세계 어디서나 비슷한 가격에 살 수 있도록 지역별 가격 차(差)를 10% 이내로 모두 맞출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6년 가을부터 샤넬 제품의 온라인 판매를 전면 실시한다'는 선언도 했다. 그동안 유럽·미국에서 샤넬의 화장품·향수는 온라인으로 팔았으나 샤넬의 패션 제품을 온라인 매장에 내놓는 것은 전례(前例)가 없는 일이다.
"저가(低價) 상품을 주로 파는 온라인 시장에 명품 브랜드가 진출하는 게 솔직히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면 IT 기술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파블로브스키 사장은 "샤넬 고객 중에는 직장인 여성도 많아서 매장을 직접 찾아가 여유롭게 쇼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아직 샤넬 매장이 들어서지 않은 지역도 적지 않은 만큼 온라인 매장을 운영하면 고객에게 더 빨리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등 IT 기기를 활용해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대표적으로 샤넬이 1년에 6번씩 개최하는 패션쇼에 나온 신제품 정보를 소비자에게 IT 기기를 통해 실시간 전달하거나 고객이 즐겨 찾는 색상과 디자인을 먼저 소개하는 방식이 가능해 보인다.
2004년부터 샤넬의 핵심인 패션 사업 부문을 11년째 이끌고 있는 파블로브스키 사장은 미국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은 전문 경영인이다. 짙은 색 정장에 뿔테 안경을 즐겨 쓴다. 10~13㎡(약 3~4평) 남짓한 그의 집무실에는 조금 낡아보이는 책상과 회의용 탁자만 놓여 있었다.
하지만 파블로브스키 사장은 "고객에게만큼은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세계 200여개 매장 가운데 30개 이상에 대해 리뉴얼(renewal·재단장) 공사를 벌이고 있다"고 했다. 샤넬은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5층짜리 건물을 매입, 플래그십 스토어(대형 단독 매장)를 오픈하기 위한 공사를 벌이고 있다.
파블로브스키 사장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명품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며 "다음 달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샤넬 크루즈 쇼'를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여는 것도 명품 시장으로서 서울의 잠재력 때문"이라고 했다.
"샤넬은 지난해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새 고객을 유치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다음 달 '크루즈 쇼'를 계기로 더 다양하고 참신한 제품과 서비스를 한국에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